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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lly Cheon Sep 25. 2023

07 다양하되, 완전한

나 자신만이 날 규정합니다.

파트 01 “경험의 수만큼 내가 존재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언가’라는 단 한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옳은 일인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의사, 판사, 유튜버, 연예인, 변호사 등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 길고 긴 인생의 목적을 정하고 그 길만을 똑바로 보고 가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다른 길을 걷게 되면, 그 길은 나의 길이 아니라 생각해 현재 걷고 있는 방향은 보지 않고 꾸준하게 뒤를 돌아봅니다.


한 길만 똑바로, 그 길만 봐야 한다는 것은 누가 정해준 것일까 생각 해봤습니다.


남들 때문에, 사회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 길만 걷는 것이 옳은 일인 것처럼 ‘생각을 주입 받습니다’ . 그리고 그 길을 벗어나 다른 길을 걷고자 마음먹는 순간, 우리가 그 마음을 먹기까지 겪은 과정과 그 사이에서 느꼈을 고민, 걱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순식간에 ‘끈기’’와 ‘인내’가 부재한 인간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그 ‘끈기’와 ‘인내’를 갖지 못한 우리는 결국 뒤만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미완성’의 나날을 살아갑니다.


저는 저를 하나로 몰아가는 그 형체 없는 것들이 싫었습니다.


가장 편안하고, 순탄한 인생은 그저 그것들이 정해놓은 방법대로 따라가는 것이라는 것을 머릿속으로는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은 그 ‘정해진 방법’을 받아들이지 못해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아마 제가 ‘성소수자’라는, 우리 사회에서는 받아들이지 않는 그 정체성을 인식한 순간에 그 틀을 깨고자 하는 열기가 일어나기 시작하진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그 ‘인식’ 이후 스스로의 열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가두려고 하는 그 무언가를 깨뜨리기 위해서요.


하루는 제 어릴 적 이야기를 동료 직원에게 들려줬고, 그 이야기를 들은 그녀가 그러더군요.

“금쪽이네요., 대리님”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금쪽이’었습니다.


안정을 중시하는 부모님의 뜻대로 살고 싶지 않아 ‘가출’을 강행하고, 서울이라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자 ‘장기 결석 시위’를 하고, 겨우 들어간 4년제 대학을 하루아침에 ‘자퇴’하고, 군대라는 틀이 싫어 싱가포르라는 가보지도 못한 나라로 ‘도망’가는 등 제가 했던 ‘행위’에 집중한다면 분명 ‘금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결정을 하기까지 누구보다 많이 고민했고, 그 경험들을 통해 현재의 내가 되었기에 저는 그런 결정들을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길을 찾기까지 다소 오래 걸렸을 뿐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행위’에 대한 평가는 누가 하는 것이 옳을까요?


보이는 대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는 다른 사람들은 ‘과정’보단 ‘결과’와 ‘행위’에 대한 평가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는 그 ‘행위’를 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 열성을 다해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항상 더 나아가고자, 더 발전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 ‘과정’들은 다른 어떤 누구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온전한 나의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뚝심’을 지키며 다양한 꿈을 가졌습니다. 화가, 만화가, 작가, 사진가, 패션 에디터, 승무원, 개발자까지.


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지라 다양한 도전과 실패의 과정에서 겪은 좌절감으로 인해 하나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저도 모르는 새에 ‘마케터’라는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삶이 준 안정감에 드디어 내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업이 주는 경제적 안정, 다른 사람들의 인정. 그런 것들로 인해 드디어 내가 내 역할을 해내는 사람이구나. 해냈다. 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 ‘해냈다’라는 성취감 중 나의 평가는 얼마나 되었을까요?

그것은 나의 성취감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성취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만하면 ‘사회적’으로 충분한 위치까지 올라왔다고 판단할 거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회적’ 기준에 맞추느라 ‘나’의 기준은 잃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사람이 내리는 그 평가에 취해 저를 ‘마케터’라는 제한된 정체성으로 나 스스로를 몰아갔습니다.


‘전문성’이라는 사회적 기준에 취해서 말입니다.


‘마케터’라는 제 정체성을 키워 나가면서 많은 것을 잊었습니다.

만화가였던 나, 작가였던 나, 사진가였던 나, 에디터였던 나.


물론 그런 경험들이 있었기에 ‘마케터’라는 직무를 나름대로 잘 수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나의 다양한 정체성을 발전시키기보단 하나의 역할에만 충실히 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그 정체성을 하나씩 되찾아 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나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나니,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하나, 둘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연관성 없던 경험의 퍼즐이 맞춰져 가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 하나하나의 퍼즐 조각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만든 것입니다.

그렇기에 나의 가치는 나만이 평가할 수 있고, 나의 정체성은 나만이 규정할 수 있습니다.


파트 03 “다양성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브랜드 마케터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에게 브랜드, 트렌드를 공부한다는 것은 일상과도 같습니다. 한 시도 떼어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중 청주 국제공항의 작은 항공사 ‘에어로K’를 만났습니다. 사실 제가 꿈꿔왔던 수많은 꿈 중 승무원이라는 꿈이 있었기에, 또 2년 남짓한 항공업에서 근무 경험이 있는 저에게 ‘에어로K’는 매우 익숙한 회사였습니다.


그만큼 익숙했기에 이 회사가 ‘코로나’라는 전 세계적 위기를 맞이했을 때 다른 저가 항공사들처럼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리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에어로K’는 기존 항공사에서 볼 수 없었던 마케팅 캠페인 활동과 고객 서비스, 콘텐츠,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코로나, 인수 위기 등 수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매 항공편 탑승률 90% 이상을 달성하며 여행객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의 행보에서 잊고 있던,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던 ‘나’를 발견했습니다. 


‘에어로K’는 스스로를 ‘항공사’라는 하나의 정체성에 묶어두는 것이 아닌 ‘플랫폼’이라는 보다 확장된 개념을 부여해 다양한 가능성으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자기 확장’의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항공사보다 더 많은 경험과 영감을 사람들에게 제공해 주고자 노력합니다.


단순히 ‘저렴한 항공 교통 수단’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서비스와 서비스를 이어주고, 여행의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고 느꼈습니다.


우리 모두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사회적 규정들 때문에 우리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지만 살아온 시간만큼, 살아갈 시간만큼, 경험의 깊이는 얕을지 모르지만, 그 다양성은 모두 다 우리 안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청주의 작은 항공사를 통해 ‘자신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제한하지 않고, 확장하는 것’이 주는 가능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고, 저를 더 이상 ‘마케터’라는 하나의 정체성에 묶어두기보단 사진가, 에디터라는 기존에 가지고 있었지만, 잃어갔던 나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지금 되찾은 또 다른 정체성에 기반하여 뻗어나갈 다양한 가능성에 작은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다른 사람들의, 사회의 시선에 맞추어 자신을 규정하기보다,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정체성을 발견하고 그 가능성을 확장해 보시는 건 어떨지 합니다.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라 예상하고, 발견하시길 소망합니다.


언비트 에디터 천성민


언비트 인스타그램에서 더 많은 사진을 만나보세요.

@unbt_magazine


이미지 출처 : 에어로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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