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 마음을 감싸는 향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아로마테라피를 소개합니다.

오늘은 어떤 향이 당신의 마음에 닿았나요?

 재작년 큰 결심을 했습니다. 누군가에겐 길고, 누군가에겐 짧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13년간의 회사 생활을 완전히 끝내고, 오직 나만의 힘으로 남은 인생을 걸어가기로, 또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아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모아둔 돈은 많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지만, 그 일이 내 앞에 놓인 당장의 삶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지난 1년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제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어딜 향해 가야하고, 어딜 향해 가고 있는 걸까?

 긴 시간 그 질문을 마음에 품고 있으니 어느 하루 마음이 편한 날이 없었습니다.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을 잠깐의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3개월간의 계약직 회사 생활을 마친 날 저녁, 바로 다음날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나는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다음, 또 다른 한걸음을 내딛기 위한 나를 위한 휴식을 떠났습니다. 

 몇일간 수영장에서의 여유를 즐기고, 해변가를 거닐고, 울창한 나무가 우거진 숲을 거닐며 발리에서의 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사실 여행의 끝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제 머릿 속은 끝나지 않는 질문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지친 몸과 마음을 풀기 위해 한 마사지샵을 방문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선 순간, 로비 가득 은은하게 퍼진 허브 향이 코에 닿았습니다. 

 그 향은 코 깊숙히 들어와 나의 마음에 까지 닿았습니다. 

 마사지를 받는 두시간 동안 몸에 닿는 마사지사의 손 감촉과 압력, 그리고 ‘쿤달리니’라는 이름을 가진 아로마 오일의 향은 오랜 고민을 품은 나의 몸과 마음을 편안히 달래 주었습니다.

 짧은 휴식이었지만, 제가 맡은 그 향은 제 마음에 오래남아 지금도 그때의 휴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신의 몸과 마음을 감싸준 향은 무엇이었나요? 

 향기는 우리의 뇌와 신체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향기가 후각 신경을 통해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로 전달되는 순간, 우리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신체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라벤더의 은은한 향기는 불안감을 줄이고 심박수와 혈압을 낮춰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숙면을 돕는 데 널리 사용됩니다. 유칼립투스 향은 막힌 코를 뚫고 호흡을 원활하게 해주는 데 효과적이며, 특히 감기나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에 유익합니다. 또 오렌지나 레몬과 같은 상큼한 향기는 기분을 밝게 하고, 에너지를 되찾게 하며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처럼 향은 단순한 냄새를 넘어, 우리의 몸과 마음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자연 치유의 도구로 작용합니다.

‘아로마 테라피(Aroma therapy)’를 아시나요?

 향을 뜻하는 ‘아로마’와 치유를 뜻하는 ‘테라피’가 합쳐진 ‘아로마 테라피’는 에센셜 오일과 같은 향기로운 식물의 추출물을 사용하여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자연 요법이자 서양의 대체의학입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유향과 몰약 같은 아로마 오일을 방부와 치유 목적으로 사용했으며, 인도의 아유르베다에서는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제된 허브 오일을 활용한 요법이 발전했습니다. 중국에서도 생강과 계피 등 향이 강한 약재를 증류하여 향기 요법과 결합한 치료법이 건강 유지와 치유를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아로마 테라피’라는 명칭으로 명명되고, 아로마 오일이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다양한 효과에 대해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1928년 프랑스의 과학자 ‘르네 모리스 가테포세’가 실험 중 발생한 화재로 인한 상처를 본능적으로 라벤더 오일에 자신의 손을 담갔고, 이 사건에서 라벤더 오일에 숨겨진 화상에 대한 치료 효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아로마 오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고, 프랑스를 중심으로 에스테틱과 스파 산업에서 아로마 테라피가 사람의 정신과 신체를 치유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이후 1970년대 그 효과를 인정받아 미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오늘날 아로마 테라피는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앞날에 대한 걱정이 떠오를 때, 작은 병 속에 담긴 레몬 오일을 손에 떨어뜨리고 깊게 들이마십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상쾌하고 신선한 레몬 향은 기분 좋은 선물이 됩니다.

 향, 사소하지만 큰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여러분도 소중한 경험을 하실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하고 계신 ‘권미현’님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아로마 테라피가 우리의 일상과 마음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조금 더 깊이 알아보겠습니다. 

Q1. 아로마 테라피스트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로마 테라피는 저에게 우연히 다가온 특별한 발견이었어요. 처음에는 딸이 코감기로 고생하던 시기에 친한 지인이 추천해준 유칼립투스 오일을 스팀 테라피로 사용했는데, 아이가 숨쉬기 편해지는 것을 보고 아로마 오일의 효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거 같아요. 이후 아로마 테라피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이 작은 오일 병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2. 아로마 테라피가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시나요?

 “향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도 많이 연구되고 있어요. 라벤더 오일을 예로 들면, 주요 성분인 리날룰이 뇌의 변연계에 작용해 긴장을 완화시키고 안정감을 줍니다. 실제로 라벤더 오일을 활용한 마사지가 불안을 감소시킨다는 연구도 있고요. 또, 시트러스 계열의 오일은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데 효과적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에너지가 필요할 때 오렌지나 자몽 오일을 자주 활용하는 편입니다.”

Q3. 신체적으로 아로마 테라피가 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가요?

 “아로마 테라피는 신체에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어요. 페퍼민트 오일은 멘톨 성분 덕분에 두통 완화나 피로 회복에 유용해요. 특히 독일의 한 연구에서는 페퍼민트 오일이 두통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또, 유칼립투스 오일은 호흡기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비염이나 감기로 인해 답답한 상태에서 스팀 테라피로 사용하면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다만 개인 체질에 따라 잘 맞지 않는 오일이 있을 수 있으니 사용 전 아로마 테라피스트와의 상담이 꼭 필요합니다.”

Q4. 아로마 테라피가 본인의 삶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저에게 아로마 테라피는 단순히 일이나 취미가 아니라 삶의 균형을 되찾아준 치유법이었어요. 스트레스로 지친 날, 라벤더 오일을 손목에 바르고 심호흡을 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요. 또, 가족들과 디퓨저를 함께 사용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저희에게 소중한 힐링 타임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아로마 테라피는 제 삶에 작은 쉼을 주는 것 같아요.”

Q5. 처음 아로마 테라피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오일이 있다면요?

 “입문자라면 라벤더 오일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스트레스를 줄이고 숙면을 돕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거든요. 디퓨저나 롤온 형태로 사용하면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습니다. 또,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면 오렌지나 레몬 같은 시트러스 계열 오일이 좋아요. 기분을 밝게 만들어주고 에너지를 북돋아주죠.”

Q6. 아로마 테라피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현대 사회는 스트레스와 피로가 만연한 시대잖아요. 아로마 테라피는 간단한 방법으로 신체와 마음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자연 요법이에요. 특정 오일을 손목에 바르거나 디퓨저로 사용하는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바쁜 현대인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어요.”

Q7. 아로마 테라피를 통해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나요?

 “어느 날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고객님이 라벤더 오일을 사용한 뒤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주셨어요. 또, 로즈마리 오일로 아이의 학습 집중력을 높일 수 있었다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가 이 직업을 잘 선택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Q8. 한국의 아로마 테라피 시장은 어떤 상황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요즘 한국에서도 아로마 테라피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품질 좋은 오일을 선택하는 방법이나 안전한 사용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편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아로마 테라피의 효과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과 정보가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Q9. 앞으로 아로마 테라피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저는 사람들이 아로마 테라피를 통해 일상에서 더 많은 안정과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향기를 즐기는 것을 넘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런 변화들이 쌓이면 개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더 건강해질 거라 믿어요.”

editor 천성민 / @billycheonkr

people 권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