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 명상'이 주는 이완 효과
재작년 오랜 회사 생활을 그만둔 이후, 저는 에디터로써 그리고 프리랜서 마케터로써 새로운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몇 개 발행하지 않은 브런치의 글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반응을 보였고, 이제 막 시작한 프리랜서 마케터치곤 많은 의뢰를 받아 일을 했습니다.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습니다. 아니, 사실 처음치곤 꽤 성공적인 시작이라 느껴졌습니다.
무엇이든지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게 앞섰습니다.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없습니다. 하지만 당시 첫 도전이었기에 그 마음이 너무 커 제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글을 쓰고, 여러 고객사를 다니며 미팅을 다니고, 지친 몸을 이끌고 운동을 다녀와 새벽까지 일을 하는 날을 반복했습니다.
성공적인 시작이라 생각되어 그 감정에 빠졌던 것일까요? 일부 맞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또 다른 감정이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불안.
프리랜서로 일하기에 충분히 긴 시간을 일했고, 누구나 다 알만한 고객사와 일을 하며 남부럽지 않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있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첫 시작이 그렇듯 큰 불안감을 안고 있었습니다.
밤낮없이 일을 했습니다. 마음 깊숙히 담겨있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
그렇게 일하길 3개월 어느 순간부터 전에 듣지 못한 높은 주파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명이었습니다. 처음엔 곧 없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피곤해서, 클럽에서 큰 음악을 오래 들었기에 생긴 것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이명은 사라지지 않고 점점 크게, 더 거칠게 변해갔습니다.
어느 날엔 귀에서 들려오는 이명으로 인해 잠에서 깰 정도로 심했습니다.
그제서야 이 소리가 자연스럽게 사라질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신경과를 찾아갔고, 뇌 신경, 청각 신경 등 다양한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곳 하나 이상 없었습니다.
스트레스. 불안으로 인해 과도하게 예민해진 감정은 제 몸의 긴장도를 높였고, 자율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 되어 나타난 증상이었습니다. 별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저를 담당한 의사 선생님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긴장을 푸는 것. 그리고 외부 스트레스에 반응하지 않는 몸을 만드는 것이 이명을 없애고, 다른 스트레스로 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으며 요가, 명상, 호흡법을 익혀가며 몸에 쌓인 긴장을 풀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1년 반이 지났습니다. 지금은 오랜 시간 저를 괴롭혀오던 이명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리고 제 몸은 전보다 유연해지고, 강해졌습니다. 여전히 다양한 상황과 사건들로 인해 불안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전보다 유연하게 대처하고, 강하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여전히 제가 하는 일을 즐기고, 좋아하는 클럽을 걱정없이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저는 친한 친구의 초대로 이태원에 위치한 한 클럽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반복적이고 미니멀한 비트, 빠르고 일정한 BPM, 웅장하고 무거운 베이스가 특징인 테크노 음악과 사람들의 함성이 클럽의 어두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DJ가 플레이하는 음악에 깊게 몰입하여, 그 음악을 배경삼아 깊은 명상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을 느꼈습니다.
이완.
지속적인 명상과 요가는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어 줄 뿐만 아니라 근육의 여러 움직임과 신체에 대한 인식을 더욱 섬세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강하고, 빠르게 그리고 정신없게 흘러나오는 테크노 음악 속에 ‘이완’이라는 감각을 느낀다는 것은 새롭게 느껴지는 동시에 다소 생소했습니다.
‘테크노 명상(techno meditation)’을 아시나요?
‘테크노 명상’은 전통적인 명상법과 달리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명상의 한 방법으로 테크노 음악이 가지고 있는 반복적이고, 리드미컬한 비트를 활용하여 심신의 이완과 집중을 추구하는 명상 방식입니다.
음악치료 분야에서는 음악의 리듬, 멜로디, 화성 등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느리고 규칙적인 박자의 음악은 환자들의 규칙적인 호흡을 유도하여 긴장을 이완시키고 근육 조직에 지속적인 산소 공급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음악 감상은 심리적 안정감과 인체 에너지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심신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한 ‘테크노 명상’은 테크노 음악이 가진 반복적인 리듬, 일정한 BPM을 통해 뇌파와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고, 집중력 향상을 돕습니다. 나아가 음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며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강한 베이스라인과 킥 드럼은 몸 전체에 진동을 전달하며 몸에 쌓인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테크노 명상’은 우리가 흔히 아는 조용한 명상과는 다릅니다. 빠른 비트와 일정한 리듬에 몸을 맡기고, 자연스럽게 호흡과 움직임을 조절하면서 몰입하는 방식이고, 눈을 감고도 할 수 있지만, 춤을 추거나 단순히 리듬을 타면서도 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소리를 따라가며 몸의 감각을 억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며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항상 긴장, 불안과 같은 심리, 신체적 스트레스를 몸과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쌓고 있습니다. 요가, 명상, 스트레칭 등 몸과 마음의 긴장을 내려놓을 방법들이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그것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렵고, 긴 시간이 필요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현 상황 속, ‘테크노 명상’이 내 몸과 마음의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주말마다 클럽으로 향하는 것이 단순한 ‘놀이’나 ‘쾌락’을 즐기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닌, 나의 몸과 마음을 더욱 잘 보살펴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지 생각해봅니다.
Editor 천성민 / @billycheo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