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실실 대며 TV를 보는데 갑자기 생각 좀 해봐야 할 질문이 나온다.
‘당신은 사는 대로 생각하는 편인가 vs 생각대로 사는 편인가?’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직업’을 선택하고 ‘일’을 하는데 이 질문을 던져볼 법했다.
긴 말 필요 없이, ‘생각대로’ 살고 싶었지만 ‘사는 대로’ 생각하며 살아와서. 바꿔 말하자면, ‘생각대로 ‘직업’을 갖고 싶었지만 사는 대로 ‘직업’을 선택하며 살아왔다.’
진로에 대한 심사숙고 없이 20대에 일을 시작했다.
‘그냥’ 적성에 맞을 것 같고,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정신없이 바빠지면서 바쁜 게 잘 사는 거란 착각에 빠져 일과 삶의 조화, 균형, 일을 통한 자아실현.. 이런 고민을 미뤘다.
뒤늦게나마 균형을 잡아볼까 할 즈음 육아와 일이란 블랙홀에 빠졌고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 수 있는 일로 갈아탔다.
물론 돈을 쌓아놓고 살 만큼 번 것도 아니요, 돈을 긁어 댈 만큼의 노하우를 챙긴 것도 아니다.
맘은 맘대로 상했고 세월은 세월대로 흘렀다.
그러니 궁시렁이 늘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하고 싶었는데, 저렇게 할 수밖에 없었고,
저 모양이니 이 것 밖에 안됐고, 이걸 못하니 저걸 선택했고…
~해서, ~할 수밖에 없었다.
얼핏 보면 가장 현실에 근거한 결정을 하며 살아온 것 같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사는 대로는 곧 처한 현실’. 그러니 웬만해선 모험 섞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모험과 도전이 없으면 또 다른 형국, 새로운 장면이 펼쳐지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지난 세월, 사는 대로가 아니라 생각대로 살았다면 어땠을까?
생각대로 살았다고 해서 모든 결과가 좋았으리란 법은 없다.
물론, 안 좋은 결과만 있었으리란 법도 없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예전 ‘생각대로’는 일이건 생활이건 욕심이 범벅이다.
그 욕심을 다 채우려 했다면 나는 물론이요, 주변 서넛을 잡고도 남았을 듯.
(그래서 '생각대로' 못 산 걸 수도)
그런데 그 시절 나는 과정, 결과 어느 것도 예상하지 않았고, 못했으면서도 ‘생각대로’ 살지 못하는 것에 한 동안 부아가 나 있었다. 그리고 지나오면서 어느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간극이 커 진걸 알아차렸고, 생각대로 안 된 모든 일의 원인이 사는 대로 생각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며, 혹은 더해서 사는 대로 생각이라도 했으면 다행인데 아예 생각 없이 살아왔기 때문이라며 자존감을 잃고 헛갈려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문득, 그랬다.
사람이 산 다는 게 생각대로 살아지는 것도 아니고,
사는 대로 맞춰 살기만 한다고 잘 살아지는 것도 아니란 걸.
이 나이에 적당한 일자리를 찾으려니 쉽지 않다.
특히나 들여다보기 싫은 나를 자꾸 들여다봐야 하니 성가시다.
하지만 덕분에 ‘내’가 더 알아지고 잘 보여 고민은 짧아졌다.
‘나’에 대해 명쾌해지니 마음이 가볍다.
‘생각대로’와 ‘사는 대로’를 적절하게 섞어 ‘나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제야 마음이 편한 거다.
일자리가 좀 늦게 구해지는 것 같아 적용하기가 좀 미뤄지고 있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