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인간을 만들 때,
인생 최고의 순간을 두려움 뒤에 숨겨놓았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영하, <여행의 이유>
인류가 한 배에 탄 승객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달의 뒤편까지 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을 통해, 환대와 신뢰의 순환을 거듭하여 경험함으로써, 우리 인류가 적대와 경쟁을 통해서만 번성해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달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지구의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것과 그 푸른 구슬에서 시인이 바로 인류애를 떠올린 것은 지구라는 행성의 승객인 우리 모두가 오랜 세월 서로에게 보여준 신뢰와 환대 덕분이었을 것이다.
- 김영하, <여행의 이유>
여행기는 모험 소설과는 다른 측면에서 나를 안심시켰다.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것이 불안과 고통만은 아니라는 것. 거기에는 '지금 여기'에 없는 놀라운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것. 그리고 그것들은 끝이 없다는 것.
- 김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