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의 일상여행자 5화. (2018.1.25.)
쾰른성당을 보겠다는 목표만 갖고 무작정 기차를 탄 덕분에 쾰른 성당을 보고 나니 딱히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성당 주변을 산책하기 시작했는데, 샛 노랑 셔츠의 남자가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네 온다. 무뚝뚝한 브뤼셀 남자들만 보다가 상냥한 아저씨의 태도에 금방 반해 나도 인사를 건넨다.
그는 자신을 노랑셔츠 시티투어 운전기사라고 소개하고 단돈 13유로에 쾰른 시내를 1시간 30분 투어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찾던 것이 바로 이거구나 싶어 무조건 버스에 올랐다.
영어 가이드이지만 쉽게 알아듣도록 심플한 안내가 이어지고, 핫 플레이스가 진짜 많은 곳이란 사실을 금방 알아버린다. 그 뿐아니라 쾰른을 원데이 여행으로 온 것이 너무 무모한 짓이란 것 또한 금새 알아차린다.
라인 강의 기적이라는 말을 중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얼마나 반복해서 들었던가? 풍요로운 라인 강을 중심으로 쾰른은 독일의 주요 도시가 될 수밖에 없었겠다 생각하며 그 역사성에 또 한 번 감동받는다
뮤지엄도 30개가 넘고, 사설 갤러리에,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도 많다. 대형 아트센터에 쾰른 돔이 중심을 딱 잡고 도시의 균형을 잡는다.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하고 상냥하다. 마치 쾰른을 대표하는 오데코롱 향 같은 느낌이랄까? ^^
이미 난 쾰른 돔의 성스러움은 잊었다.
그저 이 쾰른 이란 도시를 세속적으로 느끼고 향유하는 세속적인 여행자가 되어 스타벅스에서 만난 사람들과 여행이야기로 수다를 떨고, 와이파이가 가능한 세계에서만 허락되는 가상 세계의 많은 온라인 친구들과 나의 여행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사람들의 수다와 대화와 눈빛과 몸짓에 눈과 귀를 기울이며 그들과 직접 나누지 못한 그들의 삶의 이야기들을 엿보고 엿들으며 또 다른 소설을 써간다.
아름다운 시간들....... 오로지 혼자 고독한 존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 모든 세속적이고 속된 삶의 유희들을 나는 쾰른 성당의 돔 아래 가득한 성스러움의 그늘 아래 만끽하며 전율한다.
신이 약속한 천국이란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닐까?
“ 뒤돌아보지 마세요! 빛을 보고 앞만 향해서 나아가세요.”
라고 단테에게 베아트리체가 말했던 것처럼
지난 시간과 삶에 대한 그 어떤 회한과 후회도 없이 뒤돌아보지 않는 것,
지금 이 순간 내가 직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느끼고 감동해가는 것,
평화로워지는 것,
그냥 이대로 편안해지는 것.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어도 그 어떤 계산도 타산도 기대도 없이
그냥 스쳐가는 여행자로 평등하고 따듯한 응원자가 되는 것.
모든 것을 제로 상태로, 백지 상태로 돌려 그 어떤 편견도 갖지 않는 것.
청정한 자아로 남는 것.
청정한 자아로 돌아가는 것.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
아기처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과 사람과 자연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
오늘, 쾰른 돔의 장엄함은 바로 갓 태어난 아기처럼 내게 청정하고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기쁨의 물결을 쏟아 붓는다.
쾰른이란 도시를 투어 한다는 것은, 단순한 시티투어 이상의 무엇이라는 것을
나는 원자 단위 세포부터 흔들리는 경험들로 체감한다. 전율한다.
라인 강이 온 통 내 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며 가득 채워지는 느낌으로
영성이 가득한 이곳의 감각을 헤엄치며 펄떡펄떡 솟구치며 온 몸으로 느끼고 호흡한다.
뒤돌아보지 않고 빛을 향해 앞으로만 나아간다.
안개비 자욱한 쾰른 성당의 야경에 취해 비 내리는 벤치에서 넋을 놓고 앉아 있다가
쾰른성당도 나도 모두 밤비에 흠뻑 젖는다.
내가 젖었는가? 성당이 젖었는가? 비가 내 눈물에 젖었는가?
밤기차에 오르자 옆자리 남자가 손수건을 건네 온다.
이윽고 친절한 남자의 손수건도 쾰른의 비에 젖어 겸손해지고
온순한 양처럼 잠든 나는 브뤼셀 미디 역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남자가 내 무릎 위에 덮어준 그의 외투를 발견한다.
오~~~~ 이런~~~~ 친절한 프랑스인 같으니라구!
나는 환하게 웃으며 어쩔 수 없이 유창한 프랑스어를 한마디 던지며 그와 헤어진다.
“메르치 볶구!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