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밀려버린 일기
6.6.
자전거를 열심히도 탔다.
오로지 중심을 잡는 일에만 신경을 집중해 담 걸린 목을 잊는다.
그저 걸을 때는 보이지 않는 약간의 경사, 오르막과 내리막을 분명히 느낀다.
30년 전 일본을 떠올리게 하는 생경한 풍경을 본다.
6.9.-11.
고양이를 못 쓰다듬어주고 오면 아쉬움이 남는다.
하루를 제대로 마무리한 기분이 아니랄까.
요즘 나는 술을 먹고는 사고 싶지만 참았던 제품을 사버린다.
6.12. <소문이 많은 사람>
평범한 인간은 소문이 없다.
소문의 실제는 아니 실체는, 그보다 ‘보다’ 비열하다.
6.16. <평일 점심>
건물이 낮은 동네는 평일 점심에 산책해야 한다.
온갖 종류의 젊은이들이 따사롭고 시끄럽게 모여드는 주말 점심 말고.
쨍쨍하고 파란 날, 잠시 숨을 들이쉬러 나온 금요일의 직장인들이
흥분도 없고 너무 시끄럽지 않은 사회적 대화를 하며 조곤 조곤 지나가는
그마저도 외진 골목길로 가면 아무도 만나지 않는, 평일의 소중한 혼자 점심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