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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의 톰씨>

자급자족 라이프를 꿈꾸는 이들에게 권함

내가 영화를 찾아보는 방법은, 좋아하는 감독, 그리고 그의 사단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작품들을 훑는 것이다. 이 방법. 은근히 매력 있다. 물론, 감독과 그의 작품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배우들 모두가 마음에 들었을 때라야 실천에 옮길 수 있겠지만.

영화 <산의 톰씨>도, 앞선 방법으로 감상하게 됐다. 오기가미 나오코의 열혈팬인 나는, 그녀의 작품들을 전부 감상했고, 그녀의 사단이라 볼 수 있는 배우들과 비슷한 작품관을 지닌 감독들의 영화들도 찾아 감상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대표작으로는 <카모메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의 원작은, 무레 요코의 동명 소설이다. 그래서 나는, 소설도 찾아 읽었고, '당연히' 마음에 들었기에(답정너),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책과 영화에 대한 '애정 가득한' 추천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렇게,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나의 일본 최애 여류 감독이 되었다(남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오기가미 나오코의 작품들을 섭렵한 관객들이라면 잘 알 것이다. 그녀의 작품들에는 '자주' 등장하는 배우'들'이 있다. 그 중, 돋보이는 인물은 고바야시 사토미다. 그녀는, 정말, 딱, 강단 있는 일본 중년 여성상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볼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감독의 작품관에도 걸맞은 인물이다.

<산의 톰씨>에도 고바야시 사토미가 등장한다. 그리고,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 <안경>과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던 이치카와 미카코도 고바야시 사토미와 호흡을 맞춘다. 더불어, 반가운 조연 모타이 마사코와 미츠이시 켄 역시 이웃 주민으로 등장해 감상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한데, 이 영화의 감독은 오기가미 나오코가 아닌 우에다 오토라는 인물이다. 이 영화 하나만이 유일한 작품이다. 배우진들과 작품관을 미루어볼 때, 우에다 오토 역시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무레 요코가 각본을 썼다는 것 역시 예상을 확신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영화는, 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 '산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중년 여성 '하나'가 중학교를 졸업한 조카 '아키라'를 데리고 산을 향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영화. 알다시피, 시골의 경우에는 버스 배차 간격이 길기 때문에 한 번 버스를 놓치면 엄청난 대기 시간(어떤 경우에는 한 시간 이상이나)을 각오해야만 한다. '얼마 전 버스가 떠났다'는 주민의 말에, 목적지까지 걸어가기를 자처한 하나. 무려 '한 시간'이나 걸어, 산 중턱에 위치한 '토키'의 집에 도착한다. 토키는 초등학생 딸 '시오리'와 둘이서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 둘이 무슨 관계인지는 정확히 알려주지는 않지만, 공통점은 초보 농사꾼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산의 톰씨>는, 이렇듯 도심을 떠나 산중 생활을 하는 인물들을 보여주는 영화다. 한 마디로, 직접 텃밭을 가꾸고, 닭과 염소를 키우며 수확해낸 채소와 닭알, 우유 등으로 요리해 먹으며 '자급자족 라이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중년 이후가 아니라도, 요즘에는 청년들 사이에서도 '농촌에서의 삶' 혹은 '자급자족'을 동경하는 경향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건 '보통 일이 아니다'라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영화 중반에 등장하는 하나의 제자 역시, 자급자족 라이프를 동경해왔지만 쥐 소리 하나 때문에 줄행랑쳤다. 쥐의 등장은 산중 생활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웬만한 도시민들은 쉽게 감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쥐. 이 영화에서는 쥐가 중요하다. 왜냐. 이 쥐의(소리) 덕분(?)에 베일에 싸여있던 '톰'이 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쥐를 잡기 위해, 토키가 선택한 방법은 고양이를 키우는 것! 그렇다. 제목 속에 등장하는 톰은, 이들과 동거하는 고양이의 이름이다. '쥐를 잡게 하기 위해서는, 절대 안아서는 안 된다'는 이웃의 조언을 듣고, 토키는 동거인들에게 '절대 안아주지 마라'는 특명을 내린다. 하지만,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러운 새끼 고양이를 어떻게 안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든 이들이 한 번씩은 톰을 품 안에 껴안는다.



그렇다고 톰이 쥐를 잡지 못했을까. 절대! 한껏 사랑받아 온 톰은, 끝네 '미션을 달성'하는 기특함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의 활력소가 되어주기까지 한다. 한 마디로 톰은, 하나와 토키, 시오리와 아키라에게 '가족'인 셈이다.

이렇게 영화는, 초보 농사꾼들이 하루하루 몸을 움직이며 소소한 성취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산중에서의 자급자족 라이프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하나가 토키에게 마루에 걸터앉아 꺼내는 이야기는 가히 인상적이다. 사실, 이 대사 하나만을 위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 책, 꽃, 달이 있다. 이걸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맞다. 행복이란, 우리가 도심에서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들로부터 얻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가 '진짜 행복하다'라고 느낄 때는, 편안한 내면, 지식을 채워주고 상상을 자극할 만한 책, 아름답고도 경외로운 자연물들 감상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오늘도 마무리되지 않은 과중한 업무, 인간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한 눈치, 노력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그야말로 스트레스일 뿐이다. 물론, 좋아하는 일에 매진해 성취와 행복감을 얻는 경우도 있지만, 충분한 휴식과 신체를 정화시킬 만한 쾌적한 환경이 밑바탕되지 않는다면, 결국 이뤄냈던 것도 단숨에 무너질 수 있다.

물론, 시골(산중) 생활을 한다고 해서 행복감만이 이어진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또한, 이런 글을 적고 있는 나 역시 온전한 자급자족 라이프를 즐겨 본 경험이 없다. 하지만, 정직한 육체적 노동과 그로부터 얻어낸 먹거리를 섭취하는 것이 건강한 생활상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그리고, 시골 생활의 고초(?) 역시 조금은 알고 있다. 방학 때면, 시골 할머니댁에 살기도 했으니까. 물론, 적응기를 지나면 어느 정도 익숙해질 수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시골 생활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나 같은 경우엔, 쥐 때문에 속 썩을 일은 없었지만, 온갖 벌레들 때문에 당황했던 일이 많다. 그리고, 매 정해진 시간에 가축들에게 먹이와 물을 먹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며, 모심기, 탈곡 과정 또한 녹록지 않다는 것을 적게나마 체험해본 바 있다. 그러니, 쉽게 '귀농하자'는 말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대담한 결단'을 내린, 하나와 토키에게 박수를 보낸다. 온갖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진정한 행복과 건강한 생활을 실천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니까. 이미 이 생활에 적응한 시오리는, 하도 산과 평지를 자주 오가서 '달리기를 잘 하는 친구'로 불리기도 하는데, 그녀의 매력을 지켜보는 것 또한 이 영화의 매력이다. 아직, 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아키라는 투정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이내 현실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산의 톰씨>에 나온 모든 이들을 성장한다. 그리고, 이웃들과 사이 좋게 지내는 모습 또한 좋아보인다. 이제, 이들의 앞날에는 행복만 깃들 것 같다.

늘 그래왔듯, 고바야시 사토미는 이 영화에서도 '좋은 말'들을 많이 건넨다. 개인적으로 <산의 톰씨>와 비슷한 영화로는 <도쿄 오아시스>와 <마더 워터>가 떠올랐는데, 이 영화의 감독 마츠모토 카나 역시, 오기가미 나오코의 작품관과 비슷한 영화들을 선보였다. 유독, '고양이와의 정'을 그려낸 영화들이 많은데, 무레 요코의 원작을 기반으로 만든 드라마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도 추천 영화로 소개하고 싶다.

'좋은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마음가짐을 다시 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산의 톰씨>를 비롯해 앞서 소개한 영화들이 오락성을 갖춘, 재미있는 작품들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영화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복잡한 속도전에서 벗어나 힐링을 원하는, 소박함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싶은 영화팬들에게는 앞선 작품들이 '인생작'으로 여길 것이라 감히 단언해 본다. 이와 비슷한 영화 취향을 지닌 분들이라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작품들과 앞서 소개한 작품들을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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