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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 후기>

마음의 헛헛함을 채우고 싶은 이들에게 권함


영화 <리틀 포레스트>. 마음의 헛헛함을 채우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동명의 원작 만화를 먼저 영화화한 일본의 작품은,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으로 나뉘어 지난 2015년 국내 개봉했었다. 일본작에 큰 울림을 받은 나로서는, 국내 제작 소식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일본 특유의 감수성을 잘 구현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품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우려와는 달리, 국내작은 일본작과는 또 다른 특유의 매력을 뽐내며 감동을 전했다.

원작(만화)을 기반으로 했기에, 일본작과 전반적인 스토리는 흡사하다. 다만, '우리나라스럽게' 각색된 면들이 있다. 가령, 주인공 혜원이 서울에서 시골로 온 배경, 그녀가 직접 해먹는 음식들의 종류 같은 것들 말이다. 이 점들은 국내 관객들에게 호평을 살 만한 요소이다. 더불어, 일본작보다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는 점 역시 좋았다.

<리틀 포레스트>는 청년들의 귀향(농) 이야기다. 주인공 혜원은 대학 생활을 위해 서울로 향했고,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했었다. 하지만 시험에서 떨어지고, 돌연 고향으로 내려왔다. 단짝친구 은숙에게 '배고파서 돌아왔다'고 고백한 그녀의 말은 청년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큰 꿈을 안고 서울로 향했지만 번듯한 직장도, 이상적인 직장 생활도, 아름다운 연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내외적 헛헛함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현실. 혜원은 그 퍽퍽한 현실로부터 도피하고자 돌연 고향으로 내려온 것이다. 촌티 가득한 시골에 오래 있지 않을 거라던 말과는 달리, 우리는 혜원의 '훌륭한 사계절 나기' 프로젝트를 보게 된다.



고향에 왔지만, 혜원의 집에는 그녀 외엔 아무도 없다. 엄마와 단둘이 살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가 홀연히 떠나버렸다. 그렇게 홀로, 당차게 혜원은 사계절을 자급자족하며 보낸다. 엄마가 어릴 때 알려줬던 레시피를 생각해내며 각 계절에 걸맞은 음식들을 해먹으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혜원. 그 과정에서 엄마와의 과거를 회상하며, 그녀가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어느정도 이해하기 시작한다. 어릴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의 편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혜원의 성장을 의미한다. 더불어, 엄마가 그토록 서울행을 꺼렸던 이유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시골에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가르침을 딸에게 전하고 싶었던 엄마의 속 깊은 마음.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일까. 완벽한 귀향을 결심한 혜원은 왠지 더 건강해보였다.

혜원의 첫 귀향은 도피에 가까웠다. 퍽퍽한 현실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었던 자가 숨 쉴 틈을 찾기 위해 떠밀리듯 내려온 것이 첫 겨울의 행보였다면, 두 번째 겨울에서의 혜원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주도적으로 귀향을 선택한 것이다. 그녀의 친구 재하처럼 말이다. 재하 역시, 서울에서의 직장, 연애 생활의 실패를 경험하고 귀향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불의를 참지 않았다. 더러워도 견뎌왔던 혜원과는 달랐던 것이다. 재하, 은숙과 같은 진정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 또한 혜원의 귀향에 많은 영향을 줬으리라 생각한다.



배고팠던 혜원은, 귀향을 통해 배도, 마음도 든든히 채우게 된다. 정직하게 재배한 식품들로 만들어먹는 음식들로 배를 채우고, 청정한 공간에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우정을 나눔으로써 마음의 헛헛함도 채운다. 그 덕에 한층 성장한다.
이렇듯 <리틀 포레스트>는 치열한 경쟁, 막돼먹은 사람들로 붐비는 도심에서 벗어나, 녹음 가득한 시골에서의 삶 역시 성장의 기틀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일본작에 비한 빠른 전개와 밝고 유쾌한 캐릭터들이 주는 재미적 요소들이 건네는 매력이 다분한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의 연출력을 다시 한 번 인정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싱긋하고 청량감 넘치는 장면들은, 겨우내 느꼈던 강추위는 녹여주고 건조함은 덜어주는 역할을 해냈다고 본다. 마음이 헛헛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데, 이 점은 꼭 명심하길 바란다. 진짜 배고픔은 오히려 배가시킬 수 있으니, 영화관을 들르기 전 배는 든든히 채우고 들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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