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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등>,
현 시대의 '진짜 폭력'을 말하다

매일경제 우버人사이트 '영화, 여자의 시선에서 보다' 시리즈에 게재된 글입니다.

영화 <4등>은 '폭력'을 말하는 작품이다. 폭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쉽게 연상하는 것은 육체와 어우러진 것, '구타'와 연결짓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더 큰 폭력'을 다룬다. 육체적 폭력 뿐 아니라 심적 폭력, 나아가 사회에 얼룩진 폭력을 다룬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그야말로 '폭력의 시대'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감독은 스포츠의 세계를 빌어온다. 직선의 레일에서 앞만 향해 달리는 선수들. 자신이 무엇보다 잘 할 수 있고, 다른 것에 우선해 가장 하고 싶은 것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직업관'일 것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이 세계관을 아이들에게 권한다. 그 꿈은 개인이 정하는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 준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수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매번 4등만 한다. 그를 못마땅하는 엄마는,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아들을 1등이라는 자리에 앉히고 싶어한다. 엄마가 선택한 코치(광수)는 과거, 육체적 폭력에 견디지 못하고 수영을 관둔 이력이 있다. '수영 천재'라 불릴 만큼 뛰어난 재능을 지닌 그도 외부의 압박에 못이겨 스스로 자신의 꿈을 포기한 셈이다. 그런 그가 준호의 코치가 되어 학습법으로 선택한 것은 '내버려두기'이다. 내버려둠이란 방치의 의미가 아닌, 아이 스스로가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성공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간절함을 자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광수의 꿈을 무너지게 만들었던 육체적 폭력, 광수가 준호에게, 그리고 준호가 그의 동생에게 가했던 모든 '구타'보다 더 위험한 폭력은, 1등 아닌 이들에게 꿈마저 앗아가버리는 사회적 시선이다. 준호가 4등의 자리를 꿰차게 만든 '진짜 장본인'은 그의 엄마다. 엄마는 자신의 대리만족을 위해 아들들에게 구타보다 섬뜩한 폭력을 행사한다.



이 영화를 보며 '교육'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 시대의 교육, 잘 되고 있는 것일까? 나도 언젠가는 엄마가 될 수 있고, 불가피하게 교육자의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다. 사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들에게 강요한다. 자신의 꿈이 아니라 자식의 재능을 발견했을 경우라도 무조건 1등이라는 자리 싸움의 승리자가 되기를 강요한다. 무엇이든 강요당하는 입장을 불편하게 마련이다. 사회의 무게에 억눌려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내지 못하는, 1등이 아니기에 그 어디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내지 못하는 아이들은 '약자'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 '가혹한 현장'이 현 시대 교육의 헌실이다.


같은 여자로서, 준호 엄마의 입장이 이해되기도 했으나 아직 엄마가 되지 않은 나로서는 그녀가 밉기도 했다. 필자 또한 이상 높은 부모 아래에서 자라왔기에 어릴적부터 적잖은 심신의 폭력을 겪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의 필자는 부모가 바랐던 직업이나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기대치대로 살아가고 있지 않다. 물론, 고집이 센 이유도 있겠지만 필자가 타고난 재능과 하고자 했던 꿈은 부모의 것이 아님을 일찍이 깨달은 이유도 있다. 결국, 개인의 인생은 스스로가 정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다. 부모나 선생의 꿈은 내 것이 아니다. 타인은 그것을 강요할 권리가 없고, 자식이나 제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꿈을 따라야 할 의무도 없다. 결국, 우리가 말하는 성공이라는 것은 개인이 의지와 열정의 산물이다. 의지와 열정을 갖는 대상은 스스로가 사랑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미 하고자 하는 것을 정했고 그것을 업이든 취미로든 행하고 있는 필자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힘겨운 과제가 떨어져도 스스로가 좋아하고 택한 삶이기 때문에 기꺼이 받아들이고 극복해나가고 있다. 이 영화 덕분에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욕구를 타인에게 강요하거나 주입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관념이다.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본인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강요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면, 본인에게 적용시키는 게 옳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영화 <4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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