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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가치의 중요성은 개인마다 다르다.

우리의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의식주를 충당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을 갖췄다고 가정해 보자. 그 상황 위에서 개인이 중점을 두는 가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좀 더 많은 돈(물질)을 소유하고 싶은 사람, 공부(학업)에 열중하고 싶은 사람, 전 세계를 여행하고 싶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사람 등. 내가 감히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가치를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그렇기에 가치있는 것들도 다종다양하다.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는 '심리적 가치'에 대한 사색을 고무시킨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것을 통해 개인이 중점을 두는 가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입증해보인다. 가치기준에 따라 '선택'되는 것들은 우리 인생의 방향과 결과를 바꿔놓는다. 무엇을 선택하고 행할 것인가. 영화는 결국,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화의 주인공, '두얼'과 '창얼'은 자매다. 우아한 카페를 운영하고 싶었던 두얼. 디자인 전공자이지만, 그것으로 생계를 잇는 것은 포기한 상태다. 동생 창얼은, 두얼을 돕는다. 카페 개업식을 앞두고 꽃을 사러 가던 두얼은 우연한 접촉사고를 경험한다. 때마침 꽃배달 트럭과 사고가 난 그녀는, 카라(꽃)를 한아름 싣고 카페로 돌아온다. 그렇게 카페 내에는 갈 곳을 잃은 다량의 카라가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처리 방법을 모색하던 창얼은, 개업식을 찾는 친구들에게 꽃 한 송이를 나눠주기로 결심한다. 개업식을 찾은 지인들은 선물 한 가지씩을 들고 오게 되고 그것과 꽃이 맞교환되는 형국이 된다. 이때부터 두얼의 카페는 '물물교환'으로 유명해진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던 두얼의 꿈과는 반대로, 물건들만 쌓여가는 카페. 이는, 창얼의 아이디어였다. 처음에는 못마땅해하던 두얼도, 카페가 유명해지면서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는 과정을 즐기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다양한 물건들이 쌓이면서 다채로운 이야기도 쌓여가는 두얼의 카페. 실제로 이야기가 물물교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연이 담긴 물건과 이야기들은, 개인의 추억에 의해 다양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다양한 나라를 여행한 남자가 카페를 찾는다. 그는 35개의 비누를 갖고 나타났다. 남자는 그 비누와 무언가를 교환하기를 원하면서 두얼에게 비누 각각에 얽힌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두얼은 비누와 이야기와 교환할 그림들을 그린다. 그렇게 둘은 매일같이 물물교환을 실행한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는 변심했다며 자신의 비누들을 회수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며 두얼의 그림까지도 들고 간다. 이렇게 황당한 일을 겪고도 두얼은 반박할 수가 없다. 남자의 말이 맞기 때문이다. 남자는 두얼에게 이야기를 들려줬고, 그 대가로 두얼은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두얼이 남자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들은 무형의 가치이다. 이야기와 그림이 맞교환됐다고 따지면, 남자가 비누들을 들고 가는 것은 죄가 아닌 것이다. 이 상황을 통해 두얼은 마음 속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그녀이지만, 정작 '자신만의 이야기'는 없다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비행기 티켓만을 가지고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세계여행과 공부. 어떤 것이 중요할까? 물론, 이에 대한 답변 또한 영화가 연신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개인에 따라 다르다. 이 두 가지 선택의 소재는 두얼과 창얼의 과거와도 연관되어 있다. 어릴적 세계여행을 선택했던 창얼과 공부(디자인)를 선택했던 두얼. 과거의 두얼의 내면에는 세계여행보다 공부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두얼에게는, 공부나 돈 보다는 세계여행이 중요해졌다. 이처럼, 개인이 여기는 가치 판단의 기준은 모두 다르다. 심지어, 개인 내에서도 어떤 시점과 상황에 처해있느냐에 따라 가치의 척도가 바뀔 수 있다.


궁극적으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점은 이것이다. 개인마다 가치 판단 기준과 선택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느냐에 따라 가치관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결국, 우리는 '다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 순간 달라지는 상황과 가치 판단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길에 '정답'은 없다. 단지, 원하는 바를 향해 보다 나은 선택을 하고 나아갈 뿐이다. 여행을 결심한 두얼의 앞날은 현재의 그녀가 선택한 것과 또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밝다. 그렇다면 옳은 선택을 한 것이다. 어찌됐든 여행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활동들 중 하나이기에, 그녀의 앞날은 오늘의 상황보다 나아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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