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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푸롱 해변,
그 여름 가장 조용했던 바다

한적한 대만 바다를 보고싶어 찾은 곳, 푸롱 해변(Fulong Beach).
MRT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완행 열차 티켓을 구매한 후, 오전 9시 25분 발 열차를 탔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을 달린 후, Fulong 역애서 하차한다.

한적한 어촌 마을 느낌.





무계획자인 나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역에 내려 길 따라 걸어갔다.
신호등을 건너기 전, 길을 물으려 했는데 영어가 전혀 안 통해서 무작정 걸어갔다.
바다가 보였으나, 출입구는 없었다(막혀 있었다). 표지판을 재확인하고 주차장이 있는 곳을 지나 해변길 입구를 찾았다. 푸롱 해변은 사유지라 입장료 100TWD를 지불해야 한다.





해변 일대에 울려퍼지는 하와이안 포크송 같은 음악은 이곳이 '여름 공간'임을 실감하게 해준다.
사람이 정말 없긴 했다. 물론, 평일이기도 했고 오전 시간대이기도 했지만(게다가 날씨도 조금 흐렸다, 비가 흩뿌렸을 정도) 푸롱 해변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한국인은 나 혼자였고, 나머지는 지역민들로 보였다. 내가 말을 건 사람들은 총 두 명이었다. 한 명에겐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했고, 다른 한 명은 나와 함께 열차를 타고 온 여자. 그 여자와는 파라솔 아래 한 공간에서 약 한 시간을 함께 있었다. 그 여자와는 단시간이었지만 꽤 친해졌다. 나에게 Japanese? Korean? 이냐며 먼저 말을 걸어온 그녀. 그녀와는 꽤 많은 대화를 나눴다. 후에 공개.

한적한 푸롱의 바다에서 나는 제대로 쉼을 즐겼다(여자와 대화를 나누기 이전까지).
여행 동안 많이 걸은 터라, 발이 힘들었다.
바다를 좋아하지만 국내 여행 시에는 웬만해선 신발을 벗어던지지 않는 나지만,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신발을 벗어던지고 바다에 발을 담궜다. 이후, 뜨거운 해변 위를 걸으며 완전한 자유를 만끽했다.
파라솔 아래에서 모래 찜질도 하고 잠시간 눈을 부치는 등 쉼도 청했다. 정말 좋았다.
그렇게 땀과 모래로 뒤범벅된 몸은 샤워장(따로 마련돼있다, 물론 세면용품은 없다. 유료 드라이어, 락커 사용 가능)에서 씻어냈다. 민낯으로 돌아다닌터라, 얼굴도 슥- 씻어냈다(진정한 자유인이 됐다, 심하게 타버린 내 얼굴은 걸인 비슷하게 되어버린).




다시 타이페이 시로 돌아가기 위한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미리 기차 시간을 체크하면 좋을 것) 시간이 남아, 근처 편의점에서 과일 맥주(파인애플맛 타이완 맥주)와 샐러드 하나를 사서 혼맥을 즐겼다(정말 잘 안하는 행동인데).





그런 후, 다시 역으로 돌아와 앉아있는데 파라솔녀가 다가왔다. 함꼐 식사를 하자며 손동작으로 먹는 태세를 해보이던 그녀. 하지만 난 그때 이지카드를 잃어버려 정신이 나가있었던데다, 어차피 대만 음식은 먹지 못할 게 뻔해서 정중하게 사양했다. 이미 혼맥으로 배가 빵빵하기도 했고. 그랬더니 자신이 사 온 아이스커피를 마시라며 권하기까지. 42살의 그녀는 지룽(Keelung)에서 사는 여자. 아마 얼굴은 시간이 흐르면 잊히겠지만, 그녀와의 추억은 잊히지 않겠지(그녀에게도 내가 특별하게 기억되길 바라본다). 파라솔 아래에서 이어폰을 꽂은 채 '열창'을 해대던 그녀. 꽤 자유로워보이던 그녀. '혼자 여행왔냐'며 '용감하다'고 좋은 말을 건넨 친절한 그녀는 내 사진도 한 장 찍어갔다. 나를 남겨두고 먼저 내린 그녀는 내리기 전 서투른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까지 했다. 나는 악수를 청했고, 그렇게 우리의 연은 끝맺음됐다.



푸롱역에서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역으로 향하는 티켓(빠른 열차도 있다, 시간 체크하시길)



그녀가 떠난 뒤, 어떤 냄새 나는 노인이 내 옆에 앉았는데 맨발을 내 쪽으로 향하는가하면 자꾸 쳐다보기에 나의 몸은 나무막대기처럼 굳어버렸다. '다행히' 나보다 먼저 내렸지만, 몇 십분 간 나는 생지옥을 맛봤다.

어찌됐건,
대만의 바다를 느껴보고 싶다면 푸롱 해변 추천.
일대에 호텔을 비롯한 숙소들도 있어서, 작정하고 이곳에서 피서를 즐길 요량이라면 무리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여행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테마, 바다. 이번 여행에서도 석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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