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이페이 스토리> 리뷰

불안한 1980년대 대만 젊은이들의 초상

<타이페이 스토리>는 1980년대 대만 타이페이에서 살아가던 청춘들의 불안을 담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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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인공은 연인 아룽과 수첸이다. 이들은 다른 길을 걸어나가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 방직공장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아룽과 새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또 다른 삶을 살아가려는 수첸. 그래서일까. 둘의 관계도 위태로운 사회의 흐름처럼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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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첸의 진취적인 사고 영화의 시작점에서부터 드러난다.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한 수첸에게 아룽은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들겠다'는 말을 건넨다. 이에 수첸은 '곧 승진할테니 월급이 오를 것이다'라고 답한다. 하지만 수첸의 회사가 위기에 처하고 되고 이에 따라 퇴사까지 하고 만다. 불안과 권태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녀는 미국 이민으로 또 다른 도약을 꿈꾼다. 하지만 아룽은 대만에 머무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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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사고의 차이가 큰 갈등을 불러 일으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권태롭기까지 하다. 안주형의 아룽과 미래지향형의 수첸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그럭저럭 관계를 이어간다. 확신과 활력이 없는 타이페이의 당시 상황처럼, 당대 젊은이들 역시 무미건조하고 우울하기까지 한 일상을 버텨왔던 것이다.


시종일관 희뿌연한 분위기로 감도는 <타이페이 스토리>는 80년대 대만의 도시민들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담아낸다. 화려한 빛을 발산하는 광고판은 음울함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더 큰 우울감을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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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룽과 수첸은 불안한 상황,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인해 결국 멀어진다. 이 상황은 우리나라의 현 청춘들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불안한 경제 상황, 힘든 취업문,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포기한 모습이 꽤나 비슷하다. 이렇듯 청춘은 늘 불안하다.


무려 34년 전 영화이지만 공감할 만한 요소가 가득한 <타이페이 스토리>. 에드워드 양 감독의 '타이페이 3부작' <타이페이 스토리>, <공포분자>,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중 첫 번째 작품으로, 담담하게 타이페이의 상황을 스케치해낸 것이 특징이다. 청춘 영화라는 명목으로 억지 희망을 넣지 않은 것도 이 작품만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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