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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안 Dec 27. 2024

흔적

남은 흔적들은 다 그럴듯하다, 그  자리에서



남은 흔적들은 모두 슬프다

남겨진 음식들의 흐트러짐

가지런히 놓였다 비스듬히 이탈한 젓가락

자리를 뜬 사람들의 흔적 위에 고요한 어둠


작정하고 스러진 폐허처럼 

무지막지하게 흩어진 생선 살 사이로 

고스란히 드러난 정교한 뼈

낱낱이 해부된 가시 사이로 정적이 내려앉는다

정리하지 않은 식탁 위에 남은 감정들

그중 먼저 식은 감정이 평온을 지배한다


떨어진 꽃잎들의 행적은 모두 서럽다

들뜬 시선들의 섣부른 환호와 갈채

지난 환성의 

바람을 타고 서러운 심정이 나부낀다

겨울은 봄을 남기고 여름은 가을을 남겼다

남은 흔적들은 다 그럴듯하다, 그 자리에서




#시작 노트

어느 식당의 큰 홀에서 이루어진 저녁 식사 풍경

식사는 치열했다, 직원들은 음식을 내 오고 손님들은 먹기에 바쁜 모습

큰 홀의 광경은 대체로 빠르고 시끄러웠다

튼튼한 식탁만이 우직하게 고요와 손잡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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