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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Jun 05. 2020

1_ 소개팅 총량 불변의 법칙




“이 사람 소개팅 했었나? 기억나?”


“아, 어 했었지. 아직도 사당동 사시나? 웃겼는데”


“이 오빤?”


“잠만, 카톡 목록 좀 볼게... 아, 했네 했어.”




20대에 미팅 헌팅 가리지 않고 함께하다, 이제는 예쁜 딸을 둔 엄마가 된 친한 언니와의 대화다. 내 백번 소개팅의 역사 중, 8할은 이 언니의 공이 크다.



또라이 불변의 법칙이라고 어딜 가나 일정량의 또라이가 있는 것처럼, 소개팅 불변의 법칙이라고 살면서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소개팅의 총량이 있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그 총량을 조금 넘었거나, 거의 가까이 도달한 수준일 것이다. 특히 20대에는 소개팅이 정말 많이 들어왔다. 그 땐, 하루에 두어명을 만난 적도 있다. 이 사실도 나는 종종 잊는데, 그럴 때면 친구들은 ‘야, 너 그때 하루에 점심 저녁 소개팅했잖아’라며 기억을 일깨워준다. 여하튼 그 땐 소개팅이 늘, 영원히 많을 줄 알았다.



스쳐갔던 우연의 남자들, 우연의 인연들. 아직도 카톡 목록에 아련하게 남아있는 몇몇은 어느새 애 아빠가 되어 있다. 짧은 인연과 인생의 신비를 생각한다.



프롤로그에서 밝혔듯, 잠시 소개팅 공백기를 갖고 돌아온 이 그라운드에서 30대에게 기회는 예전만큼 많지 않다. 주위 인맥이 떨어지기도 했고, 이제는 가볍게 소개해줄 수만은 없는 나이여서 모두들 신중하다.



그래도 절대 단념하지 말아야 한다. 끊임없이 조르고, 개척해야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빨간머리앤의 첫 화 제목도 '의지가 운명을 결정한다'이지 않은가. 소개팅 총량 불변의 법칙을 깨는 방법은 그것뿐이다.



소개팅 총량 불변의 법칙을 생각하면 왠지 그 양을 다 채운 것 같지만, 인연 총량 불변의 법칙을 생각하면 아직 기회는 충분하다. 세상에는 내가 만나지 않은, 앞으로 만나야 할 많은 사람이 남았다. 소개팅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 내 인연을 찾는 방법은, 역시 무조건 더 많은 만남을 갖는 것이다.




아직도 나는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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