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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Johan Mar 31. 2017

공연은 하면 할수록 손해다?

공연예술의 경우, 무대에 올리기까지 비용이 든다면 그 비용을 예술의 비용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근대에 있어 처음으로 예술공연단체의 생산비용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경제학자는 보멀(Baumol)과 보언(Bowen)이다. 


 

Professor William Baumol (NYU)


두 사람은 1966년에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Performing Arts : The Economic Dilemma)'란 논문을 통해 당시 예술 분야에 근대경제학적 분석 방식을 도입했다. 

 보멀과 보언이 사용한 방식은 같은 장소의 물가를 다른 기간 동안 비교한 것이었다. 그들은 1771~1772년 시즌 영국 런던의 극장 공연 비용과 1963~1964년 시즌의 극장 공연 비용을 비교해봤더니 공연 비용이 14배 가까이 늘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반면 같은 기간 영국의 일반물가는 6.2배 상승했다. 쉽게 말해 공연 비용이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또한 이들은 미국 뉴욕의 공연을 대상으로 19세기와 20세기 중엽을 비교해서 음악회 비용을 계산해봤더니 콘서트 비용은 연간 2.5%씩 꾸준히 상승했고 같은 기간 일반물가는 연간 1%씩 상승했다는 것을 밝혔다. 

뉴욕의 스카이라인



 왜 이처럼 공연 비용은 일반물가보다 빠르게 증가하게 될까. 보멀과 보언은 '생산성 격차(Productivity gap)’에 해답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연예술은 다른 다른 산업에 비해 생산성 증대가 어렵기 때문이다. 제조업에서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력을 대체할 수 있지만 예술 분야에서는 사람을 기계로 대체할 수 없다. 


예컨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주인공을 사람이 아닌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노릇이고, 뒤에서 보조해주는 조연배우 역시 처음 뮤지컬이 만들어졌을 때나 지금이나 인력 구성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이 배우가 AI로 교체되는 건......쉽지 않을꺼다.



보통 기술 발전으로 노동생산성이 오르면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도 상승하기 마련이다. 제조업과 다른 산업에서의 임금 상승은 산업 전반적으로 평균임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만일 평균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할 경우, 노동자는 그 산업을 떠나 다른 분야에 취직하려 하기 때문에 그들을 붙잡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공연예술 분야도 평균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급여밖에 주지 못한다면 재능 있는 사람들이 이쪽 분야에 진입하려 하지 않고, 그렇게 되면 공연의 질은 떨어지고 결국에는 산업 자체가 망할 것이다. 

쭉정이만 남게 된다는 뜻이다.



방금 기술했던 다른 분야와 공연예술 분야 간의 생산성 격차가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생산자는 생산비용이 약간 초과할지라도 우선 평균임금에 버금가는 소득을 줘야만 한다. 그러면 수입보다 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되어 결국 시간이 지날 수록 공연예술단체는 만성적인 비용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보멀과 보언이 이러한 공연예술계의 딜레마를 지적한 이후, 예술단체는 공연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러한 현상을 빗대어 '보멀의 비용병(Baumol’s cost disease)’이라 부른다. 

어떻게 해야할지




그렇다면 공연단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연출, 분장, 장치, 의상 등 고정비용을 최대한으로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VIP석·이코노미석의 분리 등 가격 차별화를 통한 소비자잉여를 최대한으로 가져와야 한다. 티켓 수입 외에 기념품, 캐릭터, 서적 등 2차 상품 판매를 통해 소득을 최대한으로 올리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많은 사람에게 월급을 주면서 재정을 꾸리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물론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은 예술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최대한의 관객 동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이다.

쉽진 않겠지만, 그래서 보멀과 보언이 논문에서 말하지 않았나. 


딜레마라고. 

한국의 딜레마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세 줄 요약 

1)공연 비용이 일반물가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근본 원인은 공연예술의 특성으로부터 나오는 생산성 격차에서 찾을 수 있음. 

2)비용이 초과되더라도 평균임금에 버금가는 소득을 주어야만 함. 그러면 수입보다 비용이 초과해 인력 위주 공연예술단체는 만성적자가 불가피. 

3)그렇기 때문에 공연예술단체는 각종 비용을 줄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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