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reaky Doors n Steve Oct 15. 2020

플래카드는 2만원 & 성과는?

건물주도 아니면서... 대책없다 

누구나 건물주(부자)가 되고 싶어 합니다.       

누구나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많이 다릅니다. 

어디서부터 차이가 나는 걸까요? 



세 개의 placard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플래카드는 몇 년 전에 제가 직접 찍은 것입니다.     


내용에서 보시면 알 수 있는 것처럼 OO동에 대기업 사옥이 완공되고 전국에서 직원들이 모이고 있던 어느 날, 그 대기업 담당자와 미팅이 있었던 저는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 가게의 플래카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두었습니다.      




몇 주가 지난 후에 해당 기업 담당자를 다시 만나 편하게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물었습니다. 

"혹시 이 가게 아시나요?"       

"어? 강사님이 어떻게 이 플래카드를 아시나요?" 담당자가 반문합니다. 

"저야 일이 이건 데요... ^^"


"안 그래도 저희 회사에서 조금 이슈가 있었습니다."

담당자가 이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전국에서 천여 명의 직원이 한 건물에 근무하도록 모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도 있고 저녁에 한 잔 생각도 간절할 텐데,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당연히 대부분 타 지역에서 왔으니 아는 사람이 없죠.  함께 걸어가다 이 플래카드를 보게 된 경우 여러분이 그 회사 직원이시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곱창집의 매출도, 장사가 잘되는 경우에는 하루 매상이 수백만 원은 어렵지 않게 넘어갑니다.  2만 원도 안 되는 플래카드로 수백만 원씩 매상을 며칠 더 하게 된다면 남는 투자가 아닐까요?  한 2주일 뒤에는 동네에 20여 개가 넘는 플래카드가 붙었다고 합니다. 다른 가게가 봐도 바글바글하니까요.  하지만 돈을 번 가게는 많지 않을 겁니다.


           



두 번째 placard는 마케팅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는 ‘선영아 사랑해'입니다. 2000년 전국 육교, 지하철, 버스정류장 등에 ‘선영아 사랑해!’라는 포스터가 붙었습니다. 프러포즈다. 광고다. 이벤트다. 선거운동이다. 이야기가 많았지만, 며칠 뒤에 티저 광고, 즉 궁금증을 유발해서 고객의 반응을 촉진하는 광고였음이 밝혀집니다.  


 그 당시 이 광고 효과에 대해서 약 50억 원의 비용으로 800억 원의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참 지난 지금. 혹시 그 800억 원이 어디로 갔을까요?  슬프게도 선영이만 남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마케팅 전략을 가지고 있어도 고객들이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회사가 기억나지 않거나, 회사의 수익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면, 과연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세 번째 플래카드는 종로에 있는 안경점의 사례입니다. 

이 안경점은 제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3번의 미팅만에 실질적인 매출 향상이 일어났던 사례입니다.      


첫 번째 미팅에서 매출 향상을 고민하시던 사장님께 제가 부탁을 드렸습니다. 

일단 상권을 분석해야 하는데 데이터가 필요하니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뵐 때까지 데이터를 먼저 정리해 주실 것을 요청드렸습니다. 


데이터의 종류나 접근 방법도 다양하지만 마케팅 분석의 3C(Customer/Competitor/Company) 정보, 

고객, 경쟁사, 우리 가게의 정보를 최대한 모아 주시면 같이 보면서 미팅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미팅은 더 짧게 진행되었습니다. 보통 이런 부탁을 드리면, 알겠다고 이야기하시고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으시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이 사장님께서는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많이 준비해 주셨습니다.  

바로 반경 500미터의 지도를 뽑으시고, 500미터 이내의 경쟁 안경점을 모두 직접 방문해 보신 겁니다. 

그리고 손님을 가장한 미스터리 쇼핑 결과를 저에게 안내해 주셨습니다. 

가격이 저렴하다거나 직원이 친절하다거나… 

그리고 운영하시는 가게야 본인이 10년 넘게 하시던 가게이니 가장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과제로 드린 숙제 3C 중에 경쟁사우리를 분석하셔서, 남은 한 가지 고객 정보는 어떤지 여쭈었습니다.  

고객 정보도 봤다고 하시면서 "이 쪽에 전철역이 있어서 출퇴근 시간의 유동인구가 많다" 라고 하십니다.  


죄송하게도 마지막 과제는 제가 안내가 부족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고객의 정의도 상당히 여러 가지입니다만 기본적으로 잠재고객, 가망고객, 구매고객으로 나눈다면 제가 부탁드린 숙제는 구매고객이었는데, 

사장님은 잠재고객이나 가망고객의 데이터를 모으셨던 겁니다.      


잠재고객이나 가망고객은 중요한 데이터이기는 합니다만, 상권분석보다는 입지선정할 때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매장은 벌써 10여 년을 운영 중이시니까 구매고객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데이터였던 것입니다. 제가 구매고객이라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 드리지 못한 실수를 했기에 2주 동안 빠짐없이 간단한 양식을 채워주십사 한 번 더 부탁드리고 미팅을 종료했습니다.                   



이때 부탁드린 자료는 간단한 양식입니다.  구매고객이 매장을 나가고 나면 30초 이내에 바로 적을 수 있는 항목들, 특징, 어디서, 어떻게 알고 왔는지 등입니다.  안경점에서 명함을 주고 가시는 분은 많지 않으니 더 이상 수집하기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2주 뒤에 다시 찾아뵈었습니다.   갑자기 식사를 하자시면서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씀하십니다.  매장은 종로에 있기에 하루에 10여 개는 판매하는 상황이었는데, 150여 개의 데이터를 보니까 ‘의정부’가 나타났다는 겁니다.  처음 한 두 명은 흘려보냈는데 세 번째 의정부가 또 나타나니까 사장님께서 생각하십니다.  


“뭐가 있는 거 아닌가?” 나중에 추가 정보탐색을 통해 알고 보니 약 3,4개월 전, 의정부에 버스 종점이 새롭게 생겼고, 이 버스는 서울을 관통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의정부 버스 종점 인근에 안경점이 부족한 상황, 즉 고객의 니즈(Needs)가 있었던 겁니다.  사장님은 이 이야기를 듣고 의정부 종점을 찾아가서 직접 버스를 타셨습니다.  이 버스를 타고 17 정거장 정도를 지나니까, 우리 매장이 바로 보였던 것입니다.   (이것을 찾아내려면 먼저 매장에서 나가야 합니다)


 기획 프로세스에서 여기까지가 데이터의 수집입니다.   이후에는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추가 조사와 가설 설정, 검증 및 실행의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후에 사장님은 의정부 버스 종점으로 다시 가 인근 큰 식당 4군데와 협의하셔서 작은 플래카드를 붙여 놓고 오셨습니다.  물론 식당에 작은 선물도 드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플래카드 내용은 예상이 되실 겁니다.  


“의정부 고객 여러분, 이 버스 타고 17 정거장 오시면 종로 OO안경점이 있습니다.  다음 달까지는 특별 사은품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뒤에 눈에 띌 정도로 의정부 고객이 늘어난 것입니다    

 


  현장에서 마케팅을 안내드리다 보면, 마케팅은 큰 기업이나 TV 광고에 나오는 상품에 해당하는 것이지 나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경우를 적지 않게 접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주변의 간단한 사례를 소개드렸습니다.       


첫 번째 플래카드는 환경의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불과 몇 주 만에 상황은 종료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플래카드는 가장 빠르게 시도했다는 점과 단기적 관점에서는 고객의 입소문과 시선을 잡는 데는 성공적이었지만, 회사의 매출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성공적이라고 표현하기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마케팅의 목적이 단순히 알리는 것으로 끝난다면 고객은 재미있게 생각할 수 있으나, 투자한 50억 원을 생각한다면, 고객에게 선택을 받는 것까지 이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세 번째 플래카드는 마케팅이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고 그렇게 복잡한 프로세스는 아니라는 점을 안내하는 사례입니다.  특히 세 번째 사례의 경우 150개의 데이터를 모은 뒤 직접 고객의 입장에서 버스까지 타 보셨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이 있습니다.  아울러 바로 실행에 착수한 추진력은 여러 가지로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모집단이 약 10만이라면 일정한 기간 내에 수집한 400개 정도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면 사실 통계적으로 전략적인 분석이 가능합니다.  소규모 자영업자의 경우에도 이 정도 데이터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 여쭙게 되면 고객 전화번호부를 꺼내시는데, 고객 전화번호부는 사실 생각하고 일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가 아직은 아닙니다.  전화번호만 가지고 분석과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치킨 집이라면 저희 집에 중학교 3학년 자녀가 있고, 매주 목요일에는 닭다리 8개를 주기적으로 주문한다는 것까지는 있어야 이를 기반으로 마케팅 전립 및 실행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전 05화 없어도 될 적을 만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