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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사이다 Aug 24. 2023

제 벤츠를 부수고 싶으세요? 그러시든가

재물손괴 피해에 대하여

친구가 갑자기 쓰러졌다.

서둘러 차를 끌고 병문안을 갔다. 다행히 괜찮다고 한다.

다시 일을 가야 해서 병원 주차장 지하로 왔더니 뭔가 이상하다.

내 차 트렁크가 찌그러져있고 창문이 모두 부서져있다.

지난달에 할부로 산 벤츠인데...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내게 원한을 가진 누군가?

믿기지 않는 일에 화가 나다가 무섭기까지 하다.

서둘러 떨리는 손으로 112 신고를 한다.


경찰이 cctv를 돌려 범인의 신원을 확인했다.

생판 모르는 아저씨가 소화기로 내 차를 부수고 있다.

병원에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탈출한 것이다.

영화 American psycho


우리는 이 정신병환자를 어떤 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특수손괴죄이다. 특수 즉, 특수한 물건인 위험한 물건(소화기)을 이용하여 재물을 손괴한 것이다.

아니 잠깐만 그전에, 처벌을 할 수 있을까?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심신상실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일까?

형법 제10조 제1항 소정의 심신상실자는 사물변별능력, 즉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거나 의사결정능력, 즉 사물을 변별한 바에 따라 의지를 정하여 자기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 있는 자를 말한다.


- 대법원 90도 1328 -



부모를 죽이고 귀신이 시켰다고 하며 심신상실을 주장한 여자도 있었더랬다.

법률은 소년범이나 심신상실자에 대해 다소 관대하다.


이 사건 피의자의 경우에도 심각한 정신분열을 앓고 있었다.

나를 보며 "옆에 제 친구 민수(내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가 검사님이 예쁘다고 해요"라고 해서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쩔어있는 내 모습이 예쁘다니. 정신병이 맞긴 맞구나.

처벌이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의사였다.


계장님이 이 운 없는 피해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는 젊은 여성이었다.

"아... 어차피 정신도 없어 보이시고, 특별히 보상받지도 못할 것 같아요, 이미 벌어진 일인데 뭐 어쩌겠어요? 수리비는 500만 원이 넘게 나왔는데, 처벌은 원하지 않아요. 그냥 사건처리 하지 말아 주세요"

라고 담백하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계장님과 나는 감동받아 서로를 쳐다보았다. 세상에 이런 사람만 있다면 우리 일이 왜 필요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도와주기 위해 범죄피해자 구조센터에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연락했다.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없었다.

안타깝게도 현행법상, '재물손괴' 피해자에 대한 '수리비'는 피해보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범죄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 심리치료비, 주거비, 생활비 등은 지원이 가능하니 혹시 피해를 당하였거나 그런 지인이 있다면 꼭 알아두길 바란다.


나는 그녀처럼 나에게 해를 끼친 사람을 용서하고 과거를 과거로 보내줄 수 있을까?

피해회복이 불가능 한 상황에서, 그녀처럼 "에이 그럴 수 있지... 경험이다 생각하자"며 넘어가는 것이 물질적 피해에 더해 정신적 피해라는 2차 화살을 스스로 피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인지 모른다.


피해자에게 존경을 표하며...

나를 화나게 한 모든 이들에게 말한다.

그럴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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