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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si Mar 18. 2024

그림자 강을 건너, 나는 어른이 되고

Shot on iphone

*아이폰으로 찍고 보정한 사진들을 올립니다.

 어느새 이리 나이를 먹었나. 나는 운전도 할 줄 모르는 꼬마였는데, 어느새 이렇게 콧수염이 나는 아저씨가 됐을까? '이제 운전을 잘할 수 있게 되었어'라고 고백하던 날. 나는 너무 멀리 왔다고 생각했다. 마치 전생 같아. 생각나지 않는 어두운 그림자 강을 건너온 것만 같았다. 그 강은 내게 너무 고되고 힘들어서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하루 같았는데 말이야.

 안부를 묻고 싶다가도 내 목소리가 그 강에 잠겨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앞을 보고만 걸었다. 저기 아주 밝은 빛이 보이는 길을 따라서, 나는 더 다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내 키보다 높은 수위의 강을 아주 독하게 건너야만 했다.


 어른이 되어 운전을 잘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조금 서러웠다. 아니 많이 서러워서 많이 울었다. 나는 이렇게 운전을 잘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나의 소년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저 강에 뒤 편에 두고 온 소년들은 잘 지내고 있나. 잠겨버린 목소리가 닿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때때로 저 강을 보며 안부를 묻는다.


 재미난 사실은 내가 사진을 찍기 위해 셔터를 누를 때, 그 장면들엔 빛보다 그림자가 많다는 사실이다. 보정을 할 때도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 그림자고, 그림자의 색과 그림자의 농도를 생각한다. 빛은 그 자체로 빛이어서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 빛은 그대로도 너무나 너무나 찬란하다. 나는 나의 그림자를 가장 신경 쓰며 살아왔다.


 보정을 하는 지금의 나도 내 그림자 강을 자주 떠 올린다. 아주 어두워 보이지 않던 그 강의 색과 농도를 생각한다. 그때의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떠올리는 일은 마치 나를 치유하는 일 같다. 잘 생각나지 않는 전생 같은 시간들이지만, 그 강을 건너 나는 어른이 되었고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 강을 건너며 가장 슬픈 일은 내 소년들이 그 강의 건너편에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다시 그림자를 들여다보며 안부를 묻는다. 더 멀어져 닿을 수 없는 내 소년들에게.


* 찍어 놓은 사진들로 종종 글을 쓰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더 많은 사진은

https://www.instagram.com/_hon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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