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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si Mar 12. 2024

겨울이 지나가면, 겨울을 생각한다.

Shot on iphone

   *아이폰으로 찍고 보정한 사진들을 올립니다.

 아직 추운 날씬데 너는 따듯하게 입어서 좋겠다. 어쩜 그리 토실토실해? 코가 짱 두꺼워. 나? 무서운 사람 아니긴 한데, 이렇게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엄마는 어딨어? 엄마 저기 있네. 너 혼자가 아니구나? 너랑 똑같은 친구가 한 명 더 있네? 너를 만나러 간 건 아니지만 너를 만나서 기분 좋은 하루였어. 아, 마지막으로 사진 하나 찍어줄까? 거기 서 봐. 멋진데? 너는 쓰레기장에 살아? 다음에 또 보자. 왜? 또 모르지. 우리가 다시 만날 수도


 절정의 겨울빛은 일찍 눕는다. 조금이라도 더 추위를 데려오려는 듯, 아주 장렬히 내려 쬐는 오후. 오래된 건물에 멋진 그림자가 타 오른다. 겨울에도 여름이 생각나. 정말 추운 겨울날이었다. 아마도 영하 17도의 날씨였던가


 할머니를 보러 가는 길은 조금 서늘하다. 고모가 할머니를 모시고 산지가 어느새 8년이 돼 가네. 8년 동안 오가는 길은 왜 이렇게 발전이 더딜까? 우리 동네 건물은 순풍순풍 올라가던데, 콩나물같이 기다란 건물들이 드문드문 자란다 마치 영양소가 부족해 척박해진 땅처럼. 그래서 나도 색을 이렇게 했다. 조금 더 서늘하게 조금 더 으스스하게.


 한 시간 정도 빛이 따듯하다고 느낄 때, 겨울 빛은 가방에 아주 잠시 머물다 간다. 나는 그 패턴을 좋아했다. 겨울이 간다.


* 찍어 놓은 사진들로 종종 글을 쓰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더 많은 사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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