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t on iphone
*아이폰으로 찍고 보정한 사진들을 올립니다.
어느새 서울에 산지도 8년이 다 되어간다. 학생 때만 해도 서울에 산다는 건 꿈도 못 꿔서 자취는커녕 매일 5시간 가까이 되는 거리를 통학했는데, 이제는 오토바이 하나를 사서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닌다. 졸업을 하고 나서야 서울에 산다는 게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그때는 내가 돈이 있었다 해도 자취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인지 집에는 꼭 들어가야 할 것만 같은 범생이었으니 말이다.
처음 서울에 자취를 하며 인상적이었던 기억 중 하나는 밤의 서울이다. 그 무렵 나는 혜화역 근처 옥탑방에서 살고 있었는데, 낮의 북적이는 마로니에가 밤이 되면 주민의 것으로 바뀌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다. 낮에는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가, 밤이 되면 어쩔 수 없이 가까운 주민들만 남아 그 공간을 채우는 방식.
그때마다, 마치 내가 그 공간을 소유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곤 했다.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어떠한 공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특권 같달까? 이제 막 상경한 촌 놈이 느낀 그 특권은 그 자체로 특별했다. '너희 한 밤의 마로니에 본 적 있어?', '아니, 저녁의 마로니에 말고 밤말이야'. 이렇게 뻐댈 수 있는 건 막차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 서울시민(서울 자취러)만이 가능했다.
나는 아직도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한 한 여름밤의 마로니에를 기억한다. 그날의 산책은 아름다웠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한강이었다. 물론, 학교를 오가며 다리 위에서 한강을 보곤 했지만, 다리를 지나며 그 위에서 한강을 보는 일과 한강의 높이의 서서 수면을 직접 마주하는 일은 크게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바다 같달까?
나는 그 수면을 마주 보며 확신했다. 이 강에 뿌려졌을 수많은 한숨과 연인의 사랑 그리고 이별의 슬픔이 바다보다 적지 않다는 것을.
나는 종종 그 수면을 바라보러 한강 가까이로 가곤 했다. 그리곤 그 모습을 보며 아주 시간을 느리게 보냈다. 그러면 한강은 방향 없이 잘게 물결치며 노을이 졌다. 마치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는 한강. 나는 하루 중 가장 긴 시선을 한강에 두고 돌아오곤 했다.
그 커다란 물이 사람을 살게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기에 마구잡이로 내 소금 같은 마음을 던져도, 한강은 끄떡없이 크기와 농도를 유지했다. '언제든 받아줄 테니, 다 쏟아내고 가렴' 그렇게 말하는 한강이 내 서울 생활의 8할을 지탱해 줬다.
4년 차엔 서러워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오토바이를 어쩔 수 없이 끌고 나왔다가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날이 애매하게 추워 진눈깨비가 내렸다. 오토바이를 두고 갈 수 없었기에, 나는 그대로 비 같은 눈을 맞으며 한강다리를 건넜다. 추워서 아니 그것보다 서러워서 울었다. 뭔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서울까지 와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지 싶어서 말이다.
지금이야 그때보다 나이도 먹고, 딱히 감상적인 마음에 울고 그러진 않지만, 어느새 8년이나 되어가는 완전 독립 서울인의 삶이 새삼 놀랍다. 그 사이에 나는 서울 시민으로서 투표도 두 번 하고, 민방위도 나갔다. 게다가 이제는 맛집도 제법 많이 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서울에 머물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나는 서울이 좋다. 북적이고, 소란스럽고, 치열한 서울이. 아직 젊다는 거겠지? 좀 더 버텨보자. 종종 한강과 밤을 품으며 아쉬움이 없을 때까지.
* 찍어 놓은 사진들로 종종 글을 쓰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더 많은 사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