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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si Mar 22. 2024

어떤 색을 좋아해?

Shot on iphone

   *아이폰으로 찍고 보정한 사진들을 올립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영화는 워낙 얌전한 걸 좋아하는 편이라. 사진을 찍고 보정함에 있어서는 대담함이 드러난다. 평소에 잘 쓰지 못했던 색이나, 콘트라스트를 사용하기도 하고 어두운 부분에는 은은하게 색이 들어간 걸 좋아한다. 좋아하는 필름의 어두운 부분에 녹색이 돌기에 종종 암부에 녹색을 넣기도 한다.

 

 위 사진은 친구를 기다릴 겸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본 장면이다. 사람들이 앉아서 시청각 작품을 보고 있었고, 나는 뒤에서 구도를 잡고 조용히 셔터를 눌러댔다. (조용히 셔터를 누르는 방식은 그냥 스피커를 막는 것이 전부다). 화면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진을 많이 찍어둔 다음에 선별작업을 걸쳤다. 밝은 부분에 집중해 사진을 찍다 보니, 어두운 부분은 정보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보정할 때 정보량이 많이 보였다. 하이라이트에는 주황색과 다홍색 그 사이의 색으로 변화를 줬고, 역시나 어두운 부분에는 녹색이 돌게 했다. 나름 구도도 좋고 색도 마음에 들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같은 날, 전시관 밖에 전시되었던 계단모양의 전시품이다. 전부 노란색과 보라색으로 구성된 전시품이었는데, 적절한 구도를 찾아 요리조리 살피던 중 계단 위에서 찍는 위치가 가장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워낙 잡다한 조명들이 많아서 최대한 어둡게 찍었고, 그 후 보라색은 좀 더 살리고 어두운 부분은 완전히 죽이는 방법을 택했다.

 나중에 전시품을 만드신 작가님을 태그해 인스타그램에 올렸었는데, 작가님께서 따로 리포스트를 해주셨다. 속으로는 작가님이 만드신 작품의 색을 마음대로 돌려버린 것이 죄송했는데, 감사하게도 소통하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종합운동장에서

 풋살을 하러 종합운동장에 들렀다가,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나머지 추위를 피하러 농구장에 들어갔을 때 찍었다. 농구장 안에서는 중, 고등학생들의 치어리딩 대회가 마무리되고 있었는데, 나는 상을 타 좋아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뜯어봤다.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미소에 따듯했다.

 수상이 끝나고도 나는 시간이 조금 더 남아 빈 관객석에 남아 있었다. 그때 나의 왼편으로 의자들이 주욱 나열되어 있었고, 재미나게 본 영화 <머니볼>이 생각나 한 컷 찍었다. 파란색이었던 의자는 조금 더 색을 살리는 방식으로 보정했고, 역시나 어두운 부분에는 녹색 기운을 조금 넣어주었다. 그리고 아마 저 뒤로 이어지는 배경 쪽은 내가 임의로 어둡게 한 걸로 기억한다.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하나다.


 아주 오래전 사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사진의 취향은 바뀐다. 때마다 잘 찍었다는 기준도 바뀌고, 좋아하는 색마저도 달라지곤 한다. 게다가 그때마다 어른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또 그 생각이 바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또 달라질 건데 뭐. 그냥 나는 그때 그 색들이 좋았다.


* 찍어 놓은 사진들로 종종 글을 쓰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더 많은 사진은

https://www.instagram.com/_hon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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