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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예술가 육코치 Feb 26. 2024

가능성 VS 불가능성

믿음의 언어

'힝ᆢ저기요. 좀 봐주세요. 저 시험보러가야해요. 제발요."

아직 번호도 호출 안했는데 창구에 신청서를 디미는 아줌마가 얼마나 진상처럼 느껴졌을까? 주민센터 젊은 공무원이 어이없어하며 마지못해 신청서를 거둔다. 양평 사는 사람이 서울 한복판 소공동 주민센터를 찾아 맡겨놓은 거 찾듯 채근하니 볼썽사나울 노릇.


사연인즉슨, 국제 자격증 시험 보러가면서 신분증 없이 덜렁덜렁 까불며 갔다. 아뿔사. 시청역에 내리고서야 사태파악이 되었다. 그냥 맞은편 플랫폼으로 건너가 되돌아갈까 잠깐 망설였다. 시험 시간 좀 일러 도착했기에 그래도 혹시나 방법이 없을지, 하다못해 연기라도 가능할지 싶어서 무조건 가보는 걸 택했다. 신분증 잃어버렸다 하니 안된댄다 그래도 방법이 없겠냐 그럼 연기라도 해달래며 통사정.


멀찍이 있던 한 직원이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증 분실 신고내고 확인서라도 받아오면 확인하고 시험치르게 해주겠댄다. 11시 30분까지만 오면 시험 치르게 해주겠대니(여기서 잠깐! 이 시험은 국제 시험대행회사에 개별적으로 가서 감독관 입회하에 온라인으로 시험보는 거임) 길도 모르지, 주어진 시간은 한시간이 채 안되니 사실은 난감했다. 그렇잖아도 길치에 다리까지 션찮아서 달리는 일이 쉽진 않을 텐데ᆢ


시청은 주민등록증 업무를 않는다네? 달려라 하니 아니 현주. 가장 가까운 소공동 주민센터를 찾아서ᆢ지도 검색해서 더듬더듬ᆢ벌써 시간이 30분이 지나갔네ᆢ허겁지겁 뛰어들었건만 사진 내놓으란다. 아악! 다행이 멀지 않은 곳에 사진관이 있다. 그 와중에 옆건물로 잘못 진입. 가지가지한다. 삼층 마지막 계단에선 다리가 후덜덜. "사진 뽑는대 몇분 걸려요?"  보정 안하면 2-3분이랜다. 맘에 잠시 갈등이 있었다. 이러고 갔는데 주민센터 민원 처리하는 사람 밀려  있으면 기다리다가 결국 시험도 못보고? 그래도 끝까지 해보자. 꼼꼼하신 사장님,섬섬옥수 오리고 계시기에ᆢ그냥 얼렁 두장만 먼저 주세욧!


땀 뻘뻘 흘리며 쟈켓은 아예 손에 든 채 시청앞 광장을 냅따 달렸다. 아,이 무슨 추태려나? 어찌 신분증을 잊는단 말인가? 시험 주의 사항 안내문까지 버젓이 읽고도 이딴 만행을 벌이다니. 달리고 달리고 달려 5분 전 세잎. 봉두난발, 달아오른 뺨. 영락없는 동막골 그 친구 이름 그,그,그 뭐냐, 그,그,그ᆢ에랏잇. 그 친구 짝이다. 나대는 심장 주저 앉히랴, 신분 확인하랴, 다시 본인 확인 사진 칙으랴, 사인하랴. 혼이 나갔다.


여전히 방망이질치는 심장, 후덜대는 다리, 덜덜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느라 욕봤다. 컴 화면을 켜주는데, 잠시 호흡으로 명상하면서 평정심을 불러왔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숫자 11번 책상이다. 좋은 징조거니 했다. 장장 3시간에 이르는 시험을 보는 일이 만만하지 않았다. 와이드 화면에 지문글이 꽉차 있으니 한 눈에 안 들어와서 눈과 고개를 연신 좌우로 움직여아한다. 지문을 읽어내며 생각을 조합해야하니 극도의 피로감이 몰려든다.


지난 12월, 460점 커트라인에 457점으로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샘플 몇십 문제 도는 거 외에 정보가 없어서 참 막막한 시험이다. 정답을 모르는 공부라 시간 간격을 벌여 준비한다고  합격할 보장이 없다. 합격자들조차 다시 본다고 또 붙는다 자신 못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냉온탕을 오가며 땀흘렸다 식었다 하느라 몸이 노곤했는지 심지어는 집중력을 잃고 몇차례 졸기까지 했다. 왜 젊어 공부하라는지 알겠다. 공부를 별로 해보질 않았으니 천지분간을 못하는 거다.


'당신은 이제 5분의 시간만 있습니다.' 팝업창이 떴다. 처음의 직관을 믿고 가급적 고치지 않았다. 하얗게 화면이 바뀌더니 드디어 끝났다. 결과표가 바로 나오는지라 떨릴 법도 한데 담담했다. 이렇게 굿판 벌이듯 하면서 치렀을 때는 이미 예비된 여정일 거라고 그냥 믿었다. 아. 신은 나를 버리지 않으셨다. 아침 전철타고 오면서 삶에 대한 감사의 글을 올렸는데 통했나보다. PASS. 당당히 찍힌 네 글자를 보고 무척 감사하고 기뻤다.




사태 파악 후, 그냥 포기하고 갔더라면 이 기쁜 순간은 또 연기가 되었겠지? 나는 어째서 쉽게 포기하지 않았을까? 은연 중에 나 자신의 보이지 않는 힘을 믿은 모양이다. 나는 결정적인 순간에 괴력이 발휘될 때가 있다. 중간 중간 예상치 못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지만, 어떻게든 해보자 작정하면 절실함이 통한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 공연 예매를 했는데 차를 잘못 내리는 바람에 아까운 표를 날릴 뻔했다. 


세상에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낯선 땅에서 40분을 속력을 다해서 달려갔다. 숨이 턱에 차고 곧 꼬꾸라질 것 같으면서도 멀리 보이는 오렌지 모양 지붕을 향해서 달리고 달렸다. 설사 성공하지 못해도 나를 책망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믿어주고 잘못 되어도 괜찮으니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보자며 나를 다독였다. 할 수 있다 없다가 아니라 내가 취할 수 있는 태도에 주목했다. 정말 문이 닫히기 일보 직전에 극적으로 입장했다.


이런 류의 경험이 꽤 있다. 경험에서 오는 자기 확신이 있어서인지 문제 상황이 발생해도 무조건 물러서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일단 해보자, 해보고 안 되는 일에는 깨끗이 승복하자.'로 반응한다. 시도하는 자체로 확실히 배움이 일어난다. 또 다음 상황에서는 요령이 생겨 한결 쉬워지니 일단 임해야 한다. 마음이 강력히 움직이는 일은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강력하게 힘을 발휘한다.


코칭 현장에서 고객들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에 민감성을 갖는다. 고객마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들에서 고객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세상을 보는 시선이 보이기도 하고, 자신이 가진 신념이나 패턴이 드러나기도 한다. '어렵다''글쎄요?''그게 가능할까요?''모르겠어요''안 될 텐데' 등의 말버릇을 가진 이들은 십중팔구 어떤 사안이든지 가능성보다는 불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불가능성의 이유를 나열함으로써 피해갈 방법을 찾는다. 급기야는 "그것은 시도조차 해볼 가치가 없어요."

"저는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저건 제 능력 범위를 벗어난다고 생각해요.","이런 꿈은 너무 커서 이룰 수 없어요.", "세상에는 이미 충분히 많은 제약이 있어서, 더 이상 꿈꾸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등등으로 비약된다. 자신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규정해버린다.


자연히 말하는 음성에 자신감이 없고 표정이 죽어 있다. 무기력해보이고 어떤 에너지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자신이 맘에 들지 않아서 고객들은 스스로 자책하다가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일단 나는 침묵하면서 기다렸다가 고객이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감정 공감을 한다.  그런 후에 "혹시 지금의 생각이 진짜인지 의심해본 적이 있나요? 그 생각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서, 그것이 진짜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까요?"라는 질문을 해본다.


고객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나 지금 하고 있는 생각과 동일시되어 있어서 더없이 못나고 한심하다고 자신을 한없이 깎아내린다. 확실히 잘못 생각하고 있다. 내가 하는 생각과 감정이 곧 내가 아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어디서 왔나요? 그것이 정말 당신의 진실한 마음인가요, 아니면 외부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나요?"와 같은 질문으로 탈동일시해서 알아차릴 수 있도록 질문으로 돕는다.


"과거에 당신이 이룬 것 중에서 어떤 것이 있나요? 그 경험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는 데 어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까요?","당신의 자원과 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까요? 현재의 상황에서도 그것들을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요?", "만약 다른 사람이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그들은 어떻게 대처할지 상상해 볼 수 있을까요?","무엇을 빼내면 시도해볼 수 있을까요?","무엇을 더하면 도움이 될까요?"


"세상은 우리의 상상력을 벗어나지 않아요." "어떤 것도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 성취의 첫걸음이에요." "한계는 우리가 만들어낸 것일 뿐, 진정한 가능성은 무한해요." "길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없어요, 그저 노력과 열정이 필요할 뿐이에요." "매일 아침 일어나면 새로운 가능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꿈을 키우고,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삶의 의미에요."


감정적으로 공감을 받은 고객들은 합리적인 생각으로 돌아가서 새로이 관점을 연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충만할 때 나오는 말은 역시 다르다. 나는 내가 행하는 모든 일에는 적절한 책임을 지는 사람인가? 나는 나를 믿는가? 나는 가능성의 말을 주로 하는가? 나는 불가능성의 말을 많이 하는가? 내가 가는 길을 내 말버릇이 만든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가능성의 힘을 자주 경험한 내 대답은 너무도 자명하다. 나는 나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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