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드리는 생일선물.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는 일요일 새벽..
희미한 아침이 어둠을 머리에 이고 일어나는 조용한 시간에 아빠를 만나러 갔다.
지난해 겨울, 첫눈을 함께 보지 못하고 아빠는 영정사진 한장에 멈춰진 표정 하나를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나셨다. 그리고 아빠의 빈 자리에서 맞이하는 첫 생신이다.
작년 이때 가족들과 한자리에 모여서 즐거운 식사를 하며 활짝 웃으시던 모습을 마주 앉아 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이 겨우 두 달 남짓이라는 사실을 누구 하나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제 와서 그저 한없이 안타깝고 가슴이 멍먹하다.
그렇게 80회 생신을 끝으로 아빠는 가족 곁을 떠나셨고 이곳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둘째 큰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계신다.
봄기운이 노곤하던 4월, 엄마와 나들이 겸 아빠를 만나러 갔을 때..
눈부시게 화사한 찔레꽃이 한창이던 5월 어버이날에 다듬어드린 묘의 풀은 여름내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곧 추석을 앞두고 문중에서 벌초를 하러 걸음 하시겠지만 기계를 들고 우왁스럽게 아빠의 머리끄덩이를 마구 잘라내는 것만 같아서 손 가위로 일일이 이발을 해 드렸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중환자실에 계시면서 이발을 하고 싶다고 하셨었는데 그걸 못 해드렸었다. 아빠가 좋아하시던 음악과 함께 도시락, 식혜와 바나나우유, 생수까지 나름 최상의 고객맞춤 써비스를 재공해 드렸다^^~
다행히 이른 시간이라 그리 덥지도 않았다. 돌아오는 길 가위질 마찰로 까지고 물집이 잡힌 손가락이 따가웠다.. 상처에서 느껴지던 쓰라림은 가슴 한쪽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그리움과 쓰림이 핏줄을 타고 올라오는 것임을 알았다.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