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팔당역 초계국수

그토록 맛있는 이유

by 김입문

팔당역 초계국수,

어쩐지 자연스럽게 아이유가 떠오른다.


아이유 고개, 자전거인들에겐 꽤나 유명한 고개다. 아, 아이유가 있는 고개는 아니다. (아이유가 있다면 길이 막혔겠지) 이 고개의 유래는 아이유가 처음으로 크게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던 그 노래에서 시작했다. 그 노래! 아주 유명한 삼단 고음 구간이 있다. 그렇다. 그 고개를 지나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삼단 고음을 섭렵할 수 있다. “아아악”이라고...


팔당 초계국수를 먹으러 가는 초계국수 길은 사실 자전거 입문자를 위한 코스이지만, 입문자가 절망할 수밖에 없는 업힐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힐 경사가 완전히 포기할 만큼 급격하지가 않아서, 힘들지만 못할 정도는 아닌 적정 난이도의 보스라고 할 수 있다. 시작이 한강 자전거길이라, 우선 다른 자전거 길에 비해 출발이 어렵지 않다. 아산병원 근처 신천2교부터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쭉 가면, 툭 트인 구리의 자전거길을 지나 어느샌가 팔당댐 근처에 와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 문제는 이 ‘입문자를 위한 코스’, 그리고 ‘어렵지 않다’라는 프레임이다. 나는 그 어떤 ‘쉽다’고 알려진 길들이 그다지 쉬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정말 예민하게 이 땅이 수평인지 아닌지를 느끼게 된다.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문득, 이 나라가 산악지형이라는 걸 온몸, 아니 특히 두 다리로 느끼게 된다. 오르막도 많고, 내리막도 많다. 생각보다 평지가 없다. 달리다 보면 다리가 무겁고, 무겁다 싶으면 나는 어느샌가 업힐 지옥에 빠져 있다. 오르막에 들어서면 내 페달에 실을 돌돌 말아버리는 느낌이 든다. 어느샌가 실에 페달이 다 말려버려서 더 이상 발로 페달이 안 돌아간다 싶을 때, 호다닥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간다.


‘자전거를 끌고 간다’를 줄여서 ‘끌바’라고 부르는데, 이게 또 상당한 패배감을 준다. — 내 다리가 결국 언덕을 못 이겨냈다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입문자의 끌바는 현실적이고도 냉철한 전략적 후퇴라 할 수 있다. 무리하다 자전거가 넘어지는 것보단 훨씬 안전하고, 게다가 끌바를 하면 결국 언덕은 무조건 공략할 수 있다. 내 다리론 못 이겨냈지만, 온몸으론 이 언덕을 오를 수 있다. 실패했지만, 결국 해내면 되는 일이다.


아이유 고개 역시 꽤나 많은 패배자를 생산해 내는 곳인데, 반대로 성공했을 때 주는 반대급부도 굉장하다. 처음에 도전했을 땐 도무지 안 돼서 끌바를 하고 말았는데, 다음에 왔을 땐 한 번에 아이유 고개를 넘었다. 내 다리가 언덕을 넘어섰을 때, 성공한 느낌은 뭐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 어쩐지 개선문 앞의 나폴레옹 같은 웅장함을 스스로에게 준다. 그래, 이긴 느낌이 이거다. 적당한 시련이 없으면, 이런 이긴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평지 같아 보이는 시간 속에도 오르막 같은 힘듦이 존재한다. 페달을 돌리다 보면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래도 다행히 세상에 영원한 오르막은 없다. 힘든 시간은 영원히 이어지지 않고, 그래도 끝이 있다. 때때로 씁쓸한 시간이 있기에 달달한 시간도 있는 것이고, 시련이 있기 때문에 행복이 더 밝게 느껴진다고, 그렇게 페달로 삶을 조금 배우게 된다. 초계국수가 그렇게 맛있는 건 이 고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raw?se=2025-07-10T19%3A50%3A33Z&sp=r&sv=2024-08-04&sr=b&scid=fadb3c00-45da-5265-baca-13f76fe6b55c&skoid=24a7dec3-38fc-4904-b888-8abe0855c442&sktid=a48cca56-e6da-484e-a814-9c849652bcb3&skt=2025-07-09T20%3A27%3A09Z&ske=2025-07-10T20%3A27%3A09Z&sks=b&skv=2024-08-04&sig=28SImXwI69qdJcrgmSgHrBghpkQetYzXyE%2B82uh5svU%3D


keyword
금, 일 연재
이전 05화20인치 미니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