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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자녀 디자이너 Oct 04. 2024

다자녀 디자이너

서문

말장난 같다.

간장공장 공장장 같은 말장난. 다자녀 디자이너


그래도 그럴듯하다. 나는 건축가이고 디자인을 업으로 한다. 그리고 애가.. 셋이나 된다. (아이가 셋인 거보다 셋다 아들이란 점이 함정이다.-_-)


문득 보니 내 브런치 프로필에 건축가 디자이너라고 적혀있다. 페이스 북에도 건축가라고 적었고 작가라고도 적었다. 스스로 살짝 놀라긴 했지만 부끄럽거나 뻔뻔하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중년이 된 나이에 그래도 뭐라도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명사가 생겨서 좋기도 하다. 스스로 난 뭔가? 날 뭐라고 불러야 하나 마땅한 것이 없어서 불안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 내 주위의 많은 젊은 친구들도 그럴 수 있다. 딱히 회사원이라는 명칭 말고는 갖다 붙이기 애매하다고 스스로 느끼는 사람들.


약간의 개연성만 있어도 스스로를 잘 포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여간해서 그러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한 편이어서 스스로 떳떳한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는 안전한 명분을 찾았던 것이 자격증 시험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4년여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힘든 것을 참으며 건축사 자격증을 따게 됐을 때 성취의 기쁨보다는 굴레를 벗어난 해방감이 더 컸다. 드디어 나 스스로 뭐라고 부를 수 있게 됐어!


부모님의 기대처럼 곧 개업을 해서 건축가로 이름을 날리거나 돈을 많이 벌어 보겠다는 것도 아니었고 단지 20대부터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나를 뭐라고 부르면 될까? 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그런데 자격증을 겨우 따놓고 보니 사실 그것이 없어도 나 스스로 뭐라 불러야 할지 시간이 흐를수록 알 거 같았다.


지금 나는 무엇이다.

이제 큰 흔들림 없이 나 스스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이를 먹으면서 얻은 최대의 보람 중 하나이다. 나 스스로 나를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지나온 발자취에 묻어 있는 노력들의 결실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 스스로 이젠 그 이상 그 무엇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는 얘기도 될 거 같다.


결국 누구나 꾸준히 무언가를 하다 보면 무언가가 되게 되어 있다. 그러니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무언가가 되고 싶다면 그저 앞에 놓인 길을 묵묵히 가면 된다.


아침엔 얼굴이 많이 붓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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