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나면 보람과 결실은 가루처럼 흩어지고 후회와 후유증만 남던 많은 실수들.가까웠다가 점점 좋아지다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거리를 두게 된친구와 지인들. 본인의 선택도 아니었지만 나라는 한 인간과의 관계를 이어가야만 했던 가족. 부모와 형제 그리고 아이와 아내에게 까지 번졌던 어리석은 행적들.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던 것일까?첫인상은 딱딱해도 몇 번 어울려 보면 재미있는 구석도 있는 사람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이상 더 다가서다가는 상처를 입거나 피곤해지고아예 단절할 필요까진 없더라도먼저 연락할 필요는 못 느끼는그냥 그런 사람으로점점전락되는 건 아닐까 하는걱정도 되었다.
한마디로 나도 내 자신과가까워지기 어려운 사람처럼 보였다.누군가에게 빙의한 시선으로 나를 다시 떠올려본다.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인가?
강사는많은 이들이 자신에게 하듯어머니에게도 함부로 한다고 했다. 그래서 늘 제일 미안한 사람으로 먼저 떠오르는 존재가 어머니라고 했다.
어린 시절의 어머니를 떠올려 본다.육체적으로 의지할 뿐 라니라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던 어머니에게서 나는 온전히분리되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다른 이성을 가진 존재로 자라난 나는어머니에게 먼저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길을 알 수도 있었지만 나는 끝까지 찾으려 하지 않았다.슬프게도 친밀하지만 서로를 배신하는 이런 행위는 현재 나와 내 자식 사이에도 생겨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DNA 어딘가에 깊숙이 뿌리내려생존을 위해버리고 배신하고또 아무렇지 않게잘 살고 있는그런 슬픈역사는 반복되고있다.
간간히 전해지는 부고 소식. 죽음도 삶의 일부이고 세상은 늘 누군가 죽거나 죽이는 일들이 가득한데 나는 아직도 죽음이 무엇인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영화든 현실이든 흔하게 등장하는 죽음을 보아왔고 그동안 방문한 수많은 장례식장과 직접 내 손과 발에 생이 떨어져 나간 미물의 죽음도 부지기수 일 텐데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건 또 무슨 소리인가.
누군가 추락하는 걸 가까스로 붙잡아서 버티는 힘겨운 장면. 그럴 때마다 서로 붙잡고 있는 위아래 사람들의 절박한 표정의 클로즈업. 영화는 왜 그들의 표정을 살피는 것일까? 나는 그때 놓은 걸까 놓친 걸까 하는 자각이깨어났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버텼던 걸까? 아니면 놓친 걸까 끊어진 걸까? 한가닥 아들의 손을 붙잡고 계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너무 선한데 단단히 붙잡고 있다고 믿고 있던 어느 날 그렇게 허무하게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거동이 불편해지신 뒤 여가시간을 간병에 할애해야 하는 그 지리하고 음울했던 시간이 계속 이어질 줄로만 알고 있었다. 어머니의 사후에 닥칠 더 깊은 슬픔의 존재를 모른 체..
언제까지 이 슬픔을 되뇌일 수 없기에.. 연재글을 이제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할 수 없는 중력과 세월의 슬픔을 견뎌 내야 하는 인생에서 앞으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하나라도 담을 수 없을까 하며과거의 글들을 뒤적이다가메모를 하나 찾았다. '전파견문록'이라는 벌써 20년이 지난 TV 예능 방송의흔적.
문제 : `슬픈 일이 있을 때 이게 있으면 좋겠어요.'
이 문제를 맞추지 못하는 어른들을 깨우치는 초등학생들의현답은바로`건망증'이었다.
자꾸 후회하는 짓 따윈 하지 않아야 한다. 후회 없는 삶이란 없겠지만 자꾸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후회는 또 다른 후회만을남긴다. 무엇이든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그래야 살 수 있다. 어머니도 아들이 그러길 바라실 것이다.
어머니의 손
'중력의 슬픔'이라는 제목으로 이어온 30회에 이르는 연재를 아래에 흐르는 음악을 배경으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슬픔과 후회를 주체할 수 없어 터져 나온 글들로 시작되었습니다. 주 1회씩 얼마나 이어갈지 자신이 없었지만 약속이라는 미명하에 적어 내려 갈수록 그리고 독자들의 공감을 접할 때마다 알 수 없는 치유의 힘이 자라남을 느꼈습니다.그동안 저의 이야기를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김광석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 빈 방 안에 가득 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장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 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