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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자녀 디자이너 Oct 26. 2024

말의 힘

꽃길만 걷게 해 줄게

꽃길만 걷게 해 줄게

얼마 전 유튜브를 멍하니 정주행 하는데 지난여름 프랑스 올림픽에서 이슈가 되었던 김예지 선수가 출연한 TV예능 영상이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을 타고 올라왔다.


그녀는 지난 올림픽 25m 권총 사격경기 중 속사에서 0점을 받고 '이게 울 일인가?'하고 쿨하게 인터뷰를 했는데 이에 반응한 네티즌들의 질책성 댓글에 모두 일일이 절하게 답을 해줬다고 했다. 그녀 그렇게 말한 이유는 간단했다.


"저는 말의 힘을 믿기에 부정적인 말을 자신에게 하지 않습니다."


사격하는 모습만큼이나 단한 맨트에 나는 잠시 멈칫해졌다. '나는 이걸 몰랐던가..?' 깨달았다고 해도 평생 몸에 배지도 않고 성격도 맞지 않은 짓을 무작정 따라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럼 나는 그동안 왜 이렇게 늘 조심하고 경계하고 부정적인 말만 입에 달고 살았까? 소심한 자신을 들여다보니 다음과 같은 소심한 답이 떠올랐다.


'기대하지 않기 위해..' 


짧지 않은 인생을 살며 어려서부터 언제나 영혼이 리던 순간은  어설픈 기대에 대한 실망이었다. 아니 다시 솔직하게 말한다면 노력에 비해 과한 기대에 대한 실망 노력하면 될 수도 있는 상황구별하지 못한 어리석음 때문이었다. 밑바닥부터 확인해야 안심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어리석음은 나의 아이들을 대했던 지나온 날들을 떠올려 보면 더 명확해진다. 아이를 훈육할 때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 것과 지나친 기대와 부담을 주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전자와 후자 중에 무엇이 옳은 것인지 바보가 아니라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나 스스로에게는 바보 같은 짓을 평생 하면서 살았던 것일까?




혼자 역주행을 하듯 최근에서야 삘이 꽂힌 '꽃길만 걷게 해 줄게'라는 곡의 영상을 틀어 놓고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는데 옆에서 아내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거짓말..'


풉.. 하고 웃어넘겼지만 사실 잘 웃어넘겨지지 않았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우리 가족은 혹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것이었나?...


가시밭 같던 길도 분명 있었지만 좋았던 기억도 많았다. 클라우드 자동 올리기 기능으로 업로드되어 있는 과거의 사진 수시로 그것을 증명해 준다. 8년 전 사진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 낯설지만 좋았던 기억이 나는 장소 이런 추억들이 다 묻혀 버리는 건 억울한 일이다.


지나온 길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불안'이었다. 불안은 절망을 몰고 오고 길을 다 어질어 버린다. 모든 걸 다 때려치우고 싶은 절망의 기운이 들 땐 차라리 아무 짓도 안 하는 게 나은 나는 마치 경계와 불안을 절대 빠지지 않는 안전핀으로 착각하고 방심하지 않으려 발버둥 쳤다. 꽃길이 아닌 가시밭 길에 스스로 뛰어들곤 하였다.


내 속이 뻔히 보일지라도 다음 행동이 예측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싫었다. 그러나 인생은 긍정의 계획과 예기치 못한 사건의 중첩 속에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내 몸의 일부아무 일 없이 편안히 살아오던 사랑니가 단 5분여 만의 무자비한 폭력에 뿌리째 뽑혀 나가 처참한 상실의 혈흔만이 온통 낭자하게 되는 것도 키이우의 하늘에 어느 날 미사일이 쏟아지는 것도 모두 예측하기 힘든 삶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긍정을 단어를 써야 다. 우리의 스포츠 영웅처럼!


그동안 차마 말하지 못하고 저 깊은 가슴속에서만 간직하고 있는 나만의 긍정의 말을 입에 담는다.


'나와 내 가족은 절대 쓰러지지 않고 꽃길만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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