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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29. 2024
내가 중국어 단어를 공부하는 방법
선생님 집을 못 찾은 날의 강력한 기억 덕분에 온 동네의 지리를 알게 되면서 어떤 골목이라도 자신 있는 내가 되었다.
우리 집에서 골목골목을 지나 도착하는 선생님 집은 1층.
선생님 방 창문에서 바로 보이는 작은 화단에는 선생님 소유의 커다란 살구나무가 심겨 있다.
거실이 따로 없고, 작은 주방과 방 두 개.
선생님과 할아버지가 각각 방을 쓰고 계시는데, 선생님 방은 늘 은은한 베이비파우더 향이 섞여 있다.
주름진 곳과 접히는 부위에 늘 베이비파우더를 툭툭 바르시고 수줍은 듯 호탕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수업은 소학교 1학년 1학기 어문 교과서로 시작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중국 소학교 2학년 어문 교과서까지는 병음(拼音)이 달려있다.
한 글자 한 글자 선생님이 읽어주면 내가 따라 읽고, 교과서에 있는 그림을 보며 그 뜻을 파악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교과서에는 그림이 많지 않았다.
그때마다 선생님이 열심히 그림을 그려주시면 추측해서 맞춰봤고,
그마저도 어려울 때는 笔[bǐ](펜), 杯子[bēi zi](컵), 被子[bèi zi](이불) 등 선생님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이 동원됐다.
한 번은 ‘鸡精[jī jīng](닭고기 다시다)'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생님을 바라보니 어김없이 “等一下[děng yí xià](잠시만 기다려)。”라고 하시고는 '으챠!' 하며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가셔서 무언가를 들고 오셨다.
선생님이 들고 온 작은 봉지에는 '鸡精'이라는 글씨와 함께 닭그림이 크게 있었고, 요리하고 맛보는 시늉을 하면서 그 봉지 열어 음식에 톡톡 넣는 것 같은 행동을 하셔서 닭고기 들어간 조미료라는 걸 알았다.
이렇게 직접적인 경험으로 하나하나 천천히 배운 단어들은 그때의 추억과 함께 내 기억 속에 쌓여갔다.
물론 나 혼자서 단어 공부도 많이 했지.
조선족 백화점에 가서 한-중/중-한 사전을 사고, 한 글자씩 부수를 찾고, 그에 맞는 획수를 찾아서 단어의 뜻을 익혔다.
중국어는 띄어쓰기가 없어서 어디까지 끊어 읽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글자와 단어의 뜻을 아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내가 공부한 걸 예를 들어보면,
'葡萄[pú táo](포도)'라는 단어를 '포'를 찾아보고 '포도'라고 쓰여 있으면 포도였다고 인지한 후에 '도'의 뜻도 찾아보는 방법으로. 그 찾은 단어들을 책에 표시하여 적어두고, 노트에 또 한 번 정리해서 적어두었다.
모르는 글자의 부수가 뭔지 찾고, 획수를 찾은 후 단어의 뜻을 찾는 방법은 시간은 많이 걸린다.
하지만 그만큼 확실히 오래 기억에 남았다.
당시 특별히 놀거리가 없던 나에게 그 종이사전은 놀잇감이 되었다.
사전으로 어떻게 노냐고?
무작위로 페이지를 넘기다가 신기하게 생긴 글자가 나오면 노트에 적어 보는 게 노는 거였다!
(현재의 나도 과거의 내가 너무 신기하다.)
처음 내가 찾았던 단어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忐忑[tǎn tè]: [형용사] 마음이 불안하다. 안절부절못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