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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샌달 Oct 19. 2024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단골손님

공허감, 외로움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외롭지만 외롭지 않다.


자기 전에 폰을 비롯한 전자기기를 풀충전해 두고, 자주 메고 다니는 보부상 스타일 가방을 점검한다.


집을 나서기 전, 그날의 할 일과 만날 사람들을 확인하고, 내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점검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응원을 보내며 하루를 시작한다.

집 밖을 나가는 순간부터 소비와 소모가 시작되니까.


나는 '사회생활'에 할당된 에너지의 총량이 크지 않은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나고 있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은 에너지를 꽤 필요로 하는 일이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더라도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에너지는 소비된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대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어릴 때는 상대방의 무관심한 태도나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서운하고 속상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날 만났는지, 어떤 태도로 날 대하든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난 매 순간 진심으로 그 사람을 대했기 때문에 후회 없다.

상대방이 나의 진심을 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그게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시끌벅적한 자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느끼는 공허감으로 하루를 날려버린 듯한 기분이 들 때도 많다.

물론, 만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도 괜찮은 사람도 있다.

무언가 열심히, 많은 것을 함께 하는데 커다란 구멍으로 모두 빠져나가는 기분이 드는 관계들이 더 많지만.


가족과 함께 사는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과 오롯이 혼자 있는 것은 다르다.

각자의 방에 혼자 있어도 집안에 가족들이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외로움이 생길 확률이 낮지.


방학 동안 가족들과 지내다가 중국으로 돌아가는 출국 심사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찾아오는 외로움과 공허감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중국에 돌아가면 열심히 살아내느라 금방 잊힐 감정이지만, 당시엔 걷잡을 수 없이 그 감정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공허감: [명사] 텅 빈 듯한 허전한 느낌
*외로움: [명사]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공허감과 외로움.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이 시간이 내 미래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온갖 의심들까지 줄지어 나를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자주 거울을 보고 얘기하곤 했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감정의 원인과 크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가늠한다.


나에게 찾아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굳이 없애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기에 우울함이나 슬픔을 더해 부정적인 감정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잠식되어 '땅굴'을 파고 들어가 보기도 했고.


눈물이 많은 편이라 주기적으로 눈물을 빼주는 방법도 좋았다.

남 앞에서 눈물 보이긴 싫으니까 혼자 있을 때 일부러 울어보기도 했다. (나나 남이 징징대는 게 싫어서.)

그렇게 하면 나도 모르게 쌓여있던 감정들까지 정리가 된다.

눈이 맑아지는 건 덤!


그 감정을 제대로 마주한 후에 쿨하게 떠나보내 줘야 하니까.

어차피 또 지나갈 테니까.

이 감정을 충실히 겪고 나면 난 또 한 뼘 더 성장하며 단단해질 테니까.


어떻게 항상 기쁘고 즐겁게만 살 수 있겠어?

그러면 재미가 없지. 사람이 얼마나 감정이 풍부한데!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낸 경험이 쌓이며 단단해지는 마음이

다음에 오는 더 어렵고 힘든 것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줄 것임을 믿는다.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고생과 힘듦을 겪어낸 사람들도 그렇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 테니까.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공허감, 외로움, 무기력, 두려움, 짜증, 지침, 불안, 초조, 실망감, 낙담, 걱정, 거슬림, 화남, 불쾌 등 다양한 부정적 감정들...)

이제는 그냥 또 단골손님이 찾아왔구나! 하면서 지나간다.

매번 얼마나 내게 머물다 떠날지 알려주지 않고 불쑥 찾아오지만,

내 감정의 풍부함을 위해, 일상 속 평범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손님이 이제는 조금 반가울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감정과 기분을 손으로 적어보면서 그 감정을 명명하면 그것들이 모두 '내 것'이 된다.

그렇게 나는 점점 마음이 튼튼하고 단단한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건강한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건강한 몸도 필수조건이니까 운동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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