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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무 Oct 12. 2021

마음밭

우린 모두 농부


시간을 나누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24시간이기에, 시간은 내어주는 개념보다는 함께 사용하는 개념이 옳다. 오후 2시에 만나 커피를 마신다면, 함께 오후 2시라는 시간을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함께 사용했다고, 마음까지도 나눈 것은 아니다. 때때로 함께 보낸 시간 때문에 마음을 나눴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함께 특정한 시간을 함께 보냈기 때문에 서로에게 마음도 나누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주기적이고, 꽤나 자주 반복되는데 언제나 마음 아픈 사람이 발견된다.


마음은 시간과 달리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을 다하면 언제나 지치기 마련이다. 언제나 한 쪽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마음을 더 내어줄 때도 있고, 마음을 덜 내어줄 때도 있다. 마음을 덜 받아 속상할 때도 있고, 마음을 더 받아 감동할 때도 있다. 마음의 사분면에서 가장 상처받는 사람들은 마음을 더 내어주고도, 마음을 덜 받는 사람일 것이다. 가장 마음 편한 이들은 덜 내어주고, 더 받는 사람일 테고.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마음을 더 내어주고, 덜 받는 사람이 건강한 경우가 많다. 내어줄 마음이 커다랗기 때문이다. 덜 받아도 괜찮기 때문이다. 마음을 덜 내어주고, 더 받는 사람이 피폐한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 내 마음을 뺏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얼마 없어서 그렇다. 마음의 크기는 삶의 크기로 치환이 가능하고, 조금 더 나아가면 멘탈의 영역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고르고, 숨 쉴 수 있게 돌을 빼주는 것처럼. 우리들의 마음밭도 가꾸어야 한다. 마음밭 가꾸는 작업은 20대에 해야 하는 것 같다. 10대의 삶은 자신의 삶임에도 부모님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원하지 않음에도 돌이 날아올 때가 많다. 그렇기에, 자신이 삶을 주관할 때부터 마음 밭을 가꾸어야 한다. 관계라는 농사, 삶의 여유라는 숨을 위해 돌을 걸러야 한다. 나의 마음밭을 가꾸는 작업은, 내가 살기 위한 작업임과 동시에 타인에게 내어줄 수 있는 넉넉한 밭을 만드는 작업이다. 마음을 마음껏 내어주고, 덜 받아도 괜찮다면. 마음 밭을 가꾸지 못한 이들에게 넉넉히 내어줄 수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넉넉히 이기는 삶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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