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옳고 그름에서 그름을 선택한다. 지난 퇴근길, 역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가고 있었다. 길가에서 할머님이 김을 팔고 계셨다. 3개 4천 원. 버스를 타야 했기에 빠른 걸음으로 걷던 터라, 할머님을 지나쳤다. 조금씩 걸음을 늦추었다. 에어팟을 빼며 뒤를 보았다. 돌아갈까 말까. 생각만 하곤 돌아가지 않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돌아가서 할머님의 김을 사는 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짧은 사이에 그름을 택했다. 혹시나 내가 할머님을 불쌍하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염려도 했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나는 그름을 택했다. 그렇게 집으로 향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옳고 그름 사이에서 언제나 옳음을 택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나의 편안을 위해 그름을 택했다.
다행이었다. 다음날에도 할머님이 김을 팔고 계셨다. 감사하게도 현금이 있었고, 이번에는 지나치지 않았다. 김을 들고 버스를 탔다. 할머님을 다시 만나 감사했다. 그리고 그 후에도 퇴근길마다 할머님을 찾았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날이 더워져서 장사를 안 하시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신 것이라 생각했다. 문득, 두 번째 날에도 김을 사지 않았다면 평생 못 샀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옳고 그름 앞에서 그름을 택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름을 택할 때는 언제나 나의 편안과 유익이 이유가 된다. 조금 불편해도, 익과 득이 없어도 옳음을 택하는 것이 사람의 다움이라 믿는다. 언젠가는 옳고 그름을 택하기도 전에 옳음을 행하고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본다. 내게는 기적처럼 두 번의 기회가 찾아왔으나, 평생에 딱 한 번뿐인 기회일지도 모른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과 다시 만날 확률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옳음을 택해야 하는 기회는 생각만큼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