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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모 Sep 24. 2021

매년 보고 싶은 아빠 얼굴

페이스북에 <5년 전 오늘> 포스팅으로 뜬 글. 매년 담아오고 싶은 글. 브런치에도 담아와봤다. 




"갱미야, 추석 때 땅콩 안 가져갔데. 내가 집에 갖다줄께"


"아! 맞네. 그럼 신촌 집까지 가지말고 점심 같이 먹어요."


"그럴까. 그래. 시간 맞춰 나갈께"


그렇게 아빠랑 번개 점심을 했다. 점심 시간이 좀더 남았는데  "언능 들어가 쉬어."라며 길을 나서신다. 왜 그러신는지 알겠기에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고마워요! 땅콩! 또 점심 먹어."라며 일어섰다.


그래도 그렇게 헤어지는게 아쉬워서 카메라를 켜고 조용히 "아빠"하고 불러보았다. 그랬더니 정말 딱 이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셨다. 다시한번 손을 흔들고, 사무실 올라와 사진을 확대해보니,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이 표정으로 그 순간 올려다보신거다.


이 표정을 보는데 왜 콧끝이 찡해지는지. 아직 한참 한참 아주 한참 뒤에 올 일이겠지만, 이 표정을 사진으로만 봐야할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 아빠, 엄마 머리가 하애져갈수록 괜히 콧끝이 찡해지는 날이 많다.


지금의 내가 내 안에 밝음을, 따뜻함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그건 아빠의 이 미소, 이 눈빛 때문이다. "난, 너가 너무 자랑스럽단다. 너가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내 안에 등불을 켤 힘이 없을 때, 조용히 와서 햇빛과 달빛이 되어주던 두 분이 안 계시면, 난 어디서 그 힘을 얻을까. 


이힛. 언능 어른이 되어야지. 나도 촛불 켜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런데 그게 참 어려워. 참. 이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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