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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Mar 04. 2024

고양이는 안돼!!!

개도 무섭지만 고양이는 더 무섭다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모네 집에 자주 놀러 갔었다. 아빠랑은 다르게 이모부는 다정하셨고 최신 비디오도 볼 수 있었으며 맛난 것도 참 많이 사 주셨다.


이모네가 살던 집의 주인이 큰 개를 키웠는데 매번 잘 묶여있던 개의 목줄이 어느 날 풀려 나의 왼쪽 다리를 물었다. 그 이후로 큰 개들은 너무 무서웠지만 다행히도 작은 강아지들은 너무 귀여웠고 사랑스러웠다.


아이는 예전부터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했다. 다행히도 친정부모님께서 귀촌을 하셔서 강아지들을 키우셨고 어릴 때부터 강아지들과 뒹굴며 자란 아이는 그 강아지들이 큰 개가 된 후로도 참 잘 지내주었다.


개들이 새끼를 낳았을 땐 그중 유독 하얀 강아지를 이뻐하며 집에 데려가서 키우고 싶어 했지만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상황이라 개들이 답답해할 것 같고 여러모로 키우긴 힘들었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너무!! 너무!! 너무!! 싫었다!!!


어릴 적 살던 달동네에 도둑고양이들이라 불리는 고양이들이 참 많았다.

쓰레기 뒤지고 이상한 소리 내고!!

그리고 눈이 변한다!!!

일자눈!! 너무너무너무 무서워!!!


남편은 개보단 고양이가 키우기도 수월하고 매력적이라고 수없이 내게 말했지만 난 단호했다.


"고양이는 안돼!!!"



아이가 6살 되던 해에 시골학교 부설 병설유치원을 보내기 위해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외부 현관이 있는 아파트 1층... 강아지가 산책하기에도 딱인 동네였다. 외동이었던 아이는 더더욱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사를 하자마자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기에 혹여나 아이들이 동물털 알레르기가 있을 수도 있고 무서워할 수도 있으며 여러 사람이 들락거리기에 반려동물에게도 좋지 못한 환경일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또 다른 생명체가 함께하는 것이라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환경이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분양샵보다는 유기견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최소 한 번 이상 마음의 상처를 받은 동물들이라 더 신중해야 했고 내가 과연 그 동물들의 마음까지 살피며 잘 보살필 수 있을지 염려가 되었다. 결국 그래서 포기한 지 꽤나 됐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아이가 어느새 훌쩍 커서 사춘기를 맞이하였다. 살가웠던 엄마는 아니기에 뭐 그러려니 하지만 그래도 가끔 던지는 말에 따스함이 있던 아이가 이제는 욕을 내뿜는다. 워낙 아이들과 많이 생활하던 나였기에 사춘기도 어느 정도 겪다 자연스레 넘겨 아이와 다시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5학년하반기 때 시작했던 증상은 점점 심해져 중2를 앞두고 있었다... 북에서도 중2 때문에 오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는데... 사춘기증상에 중2병까지 합쳐지면 끔찍할 것 같았다. 중학교 1학년 과정은 스스로 공부를 해보겠다며 수학학원도 때려치우고 자전거 타고 밤새 게임하고 노는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본인은 할 일 다 했다고 하지만 닫힌 문만 보던 나는 신나게 게임하는 목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다행히도 학교에서는 큰 말썽 없이 잘 보낸다고 하고 집에서만 난리를 치니 일단 부모입장에서 화딱지 나더라도 참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덩달아 마흔 넘어 나도 뒤늦게 사춘기증상이 나타났고 아이의 사춘기증상까지 겹쳐 하루하루 우울했다.


그러다 작년 여름, 갑자기 강아지라도 키워볼까 싶어서 폭풍 검색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며 유기견센터에 갔는데 선뜻 키울 수 없어 맘만 더 속상해하며 그렇게 또 포기했었다.




모든 일을 접고 미친 척 떠난 여행.

발리로 4주간 여행을 계획하고 저렴이 숙소를 알아보던 중에 첫 숙소는 왠지 발리 스러운 곳을 가야 할 것 같아서 선택했는데 그곳에서 첫날 생각지도 못하게 고양이와 동침하게 된다.


새벽에 잠시 눈을 떴다가 침대 옆에서 날 쳐다보고 있는 고양이를 본 후로는 아무리 더워도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움직이지도 않은 채 눈만 꿈뻑이다가 슬쩍 잠이 들었다가 아침이 되었다.

그렇게 고양이라는 녀석을 가까이서 보게 되고 밤새 덜덜 떨었지만 아이와 남편이 좋아하기에  멀찍이서 쳐다보고만 있었는데 간식을 사다 주니 후룩후룹 잘 먹는 녀석을 보니 괜히 맘이 찡~

발리에서는 가는 곳마다 고양이를 참 많이 마주하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백수가 되었지만 일을 쉬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근질거리던 참에 동네 인터넷 카페를 보다가 어린 길냥이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흠... 안타깝구나.. 에고...'


그렇게 그냥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바로 아파트 인터넷 카페를 보았고 그곳에도 좀 전에 보았던 길냥이 소식이 있었다.


너무나 가까이에 있던 어린 길냥이...

추웠는지 스스로 관리실 구석에 숨어있던 녀석...

괜스레 짠하고 과감히 백수가 되었지만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전전긍긍하던 내 모습과 겹쳐 보였다.


조심스레 남편에게

"고양이 키울까?"라고 물으며 올라온 사진을 보여주려는데


"그래!"


남편은 보지도 않고 ok를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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