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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Mar 18. 2024

안녕? 망고야~

우리 친해질 수 있을까...?

일단 먹이와 이름을 지어두라고 하시긴 했지만 혹여라도 고양이가 아파서 입양이 어려워지진 않을지 밤새 뒤척이며 다음 날이 되었다. 아침부터 연락하시진 않을 것 같아 일단 연락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10시... 11시... 12시...


고양이는 좀 괜찮아진 건지, 입양이 가능한 건지 너무 궁금해서 계속 기다리고 있을 순 없었다.


낮 12시 6분에 냥이는 좀 어떤지 여쭈었고 갑자기 길아이 장례식장에 가게 되어 연락을 못하셨고 그렇지 않아도 연락하려던 참… 다행히 똥상태가 좋아졌다고 하셨다. 길냥이라 제대로 못 먹다가 갑자기 사료가 있어서 정신없이 먹어 잠시 탈이 난 것 같다 하셨다. (길아이 장례식장을 못 알아들었는데 추후에 다시 여쭈우니 죽은 길고양이 장례를 치르고 오신 듯했다.)


오늘은 냥이 상태가 좋아져 데리고 오실 수 있다 하셨고 기왕이면 우리 가족이 될 고양이를 반겨주고 싶어서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막상 고양이가 온다니까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며 내 심장은 이미 튀어나갈 것 같았다.


2시가 넘자 냥이를 구조해 주신 또 다른 분께서 고양이 용품을 한가득 들고 오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을 빼꼼히 보인 냥이와 함께 계속 연락 주고받던 구조자분도 오셨다.

 

고양이의 이름을 물으시길래


"저희가 이번에 발리를 갔는데 첫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제가 눈을 떴는데 고양이가 쳐다보고 있었어요. 너무 무서워서 더운데도 이불을 덮고 그대로 땀을 흘리며 잤고 그렇게 며칠을 보내면서 고양이를 보니 생각보단 덜 무서웠어요. 그리고 저희 남편이 망고를 엄청 좋아하는데 거기에서 망고를 진짜 많이 먹었거던요. 그래서 발리에서의 추억을 더듬어 망고라고 지었어요." 라며 냥이의 이름을 알렸다.

 



구조자분 댁에서 망고가 활발하게 있었기에 큰 공간에 있어도 될 것 같다며 거실에 내려놓아주셨다. 그러자 망고는 잽싸게 탁자 밑으로 들어가 상황을 살피더니 구조자분과 놀이하며 조금씩 안정을 찾는 듯했다.


먹이그릇과 고양이 화장실, 모래 등등 당장 필요한 것들을 두 분께서 다 갖다 주셨고 먹이 주는 곳과 화장실 위치도 잡아주셨다.


문뜩 강아지처럼 배변훈련을 해야 하나 싶어 여쭸더니 알아서 할 거라고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진짜 할 일이 없다고 알려주셨다.


남편은 옆에서 '당연한 걸 왜 물어? 그러길래 고양이 공부 좀 하지 그랬어~'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나는 고양이를 입양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만으로도 내 인생에서 아주 큰 일을 해냈다고 생각했고 고양이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으니 차라리 솔직하게 물어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놀아주시면서 적응하게 도와주시다가 두 분은 가셨고 고양이 입양을 말했을 때 아이는 시큰둥했지만 막상 고양이가 온다 하니 어느새 거실로 나와서 머쓱하게 앉아 고양이를 보다가 아이도 학원을 갔다.


남편과 나, 그리고 고양이 '망고'가 집에 있었다. 우리 집에 고양이가 있다는 것이 낯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이 키우는 것처럼 생각하라고 하셨는데 어릴 때부터 동생들이 수두룩했고 커서도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아이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고양이는... 너무 싫어하고 무서워하던 존재이기도 하니 당연히 만질 생각도 안 했고 내가 키울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지금 옆에 있으니 좌불안석이었다.


그런데 그 녀석도 이런 내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


구조자분들이 계실 때까지만 해도 탁자 밑에 숨어있기도 했지만 요리죠리 둘러보며 나와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그분들이 가시자마자 망고는 소파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필 소파는 등받이가 움직이는 것으로 다른 소파에 비해 폭이 깊었고 망고는 우리와 최대한 멀리,  깊이 들어가 버렸다.


"아까도 구조자분들  계실 때도 아래에 들어가 있다가 놀잇감으로 유인하니 나왔잖아. 우리도  해보자. 그럼 나오겠지!"


의욕이 넘쳐 고양이가 무서웠단 걸 까먹고 구조자분들께서 알려주신 대로 망고와 놀려고 했는데 망고는 소파 밑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새끼고양이라 그런가 망고에 대한 무서움도 덜했지만 겨울 동안 추위에 떨며 지냈을 녀석을 생각하니 빨리 마음이 편해져서 우리와의 생활이 망고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했다.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는 망고의 시크한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망고가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소파에 앉아 오매불망 망고가 소파밑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면서도 망고가 보고 싶은지 바닥에 엎드려 망고를 불러보기도 하고 서서 다니면 망고가 겁먹는다고 바닥을 기어 다니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토록 열심히 하던 게임도 안 하고 망고와 가까이 있어보려고 소파에서 3일 동안이나 잠을 자기도 했다.


우리가 잠들거나 외출하면 다행히도 망고는 나와서 밥도 잘 먹고 화장실도 다녔고 집안 관찰도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보려고 하면 망고는 소파 밑에 들어가 나오지 않거나 우리를 피해 도망 다녔다.


잘 먹고 잘 싸니 다행이긴 한데 우리 친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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