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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Mar 11. 2024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

치즈냥이! 우리 함께 할 수 있겠지?

내가 집에서 하던 일을 그만둘 때 반려동물을 키워야겠단 생각을 하긴 했었다. 물론 그때 당시만 해도 고양이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지에서의 생각지도 못한 고양이와의 동침에서 아이가 너무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고양이도 동물일 뿐인데 내가 너무 겁을 먹고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면서 고양이를 데리고 오면 어떻게 될지... 막연하게 생각만 해보았다.


"렉돌을 키우고 싶어. 이쁘고 엄청 사람하고 친하게 지낸데. 개냥이래."


종종 남편은 본인이 키우고 싶어 하는 고양이에 대해 말하면서 사진이나 영상을 보여줬었다. 남편 눈에는 이쁘게 보이는 렉돌이 나에게는 털북숭이고양이로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생각지도 못하게 길냥이에게 마음을 빼앗긴 듯했다.


"일단 여쭤볼게. 뭐 우리가 입양하고 싶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닐 테니까..."라고 말하고 글귀를 고쳐가며 조심스레 메시지를 보냈다.

어떻게, 어디까지 물어봐야 하는지 고민했지만 최대한 사실대로 여쭈어야 대답해 주실 것 같았고 그래야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양이를 구조해 주시고 입양 글을 올리신 분께서 다행히도 궁금한 나의 마음에 빠르게 답변을 해주셨다.  


내가 물어본 것에 비하면 훨씬 많은 양의 대답을 해주셨고 채팅을 하면서 나는 먼저 용품을 준비해야 고양이를 만나볼 수 있는 건지 아니면 찾아가 뵙고 입양인으로서의 자격을 검증받은 후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그분께서 선뜻 냥이 키우는 본인 집으로 와서 물품도 보고 냥이 실물도 보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매번 결정하는데 고민과 걱정이 많아 결국 질질 끌다 놓치는 경우도 많은데 가끔은 어디서 그런 용기인지 엉뚱함 같은 것인지 모를 정도로 행동이 생각보다 빠를 때가 있다.

 

그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오전 11시에 대화를 시작해서 11시 20분경에 방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사실 난 바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에 고양이는 병원에서 검진 중이었기에 바로 가긴 어려울 것 같았고 또 다른 스케줄로 댁을 비우실 수도 있으니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언제쯤 찾아뵈면 좋을지 여쭸는데 저녁 7시 이후를 말씀하셨다.


그 시간도 가능하긴 했는데... 내가 이 집으로 이사오고서부터 일을 시작했고 일  끝나면 바로 저녁 준비를 하다 보니 이상하게도 저녁에 돌아다닐 일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님 지금은 근처에 상가가 생겨 환해지긴 했지만 예전엔 길 끊긴 아파트 후문에 있는 동이라 으슥해서 잘 안 돌아다녀서 그런지... 저녁에 나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다.


내가 애 밥만 챙겨주고 바로 가려고 했다고 말씀드리니 다행히 양해해 주셨고 그 당시 남편과 나는 둘 다 현실 백수였기에 남편과 함께 오후 1시에 찾아뵙기로 했다.    


얼마 남지  않은 방학을 실컷 게임과 늦잠으로 보내던 아이에게 슬쩍 이야기했다.


"고양이 데리고 오려고 해."


"뭔 소리야. 갑자기 왜 그래. 됐어. 하지 마!"


아이의 의외의 반응에 남편은 흠칫 놀란 것 같지만 나는 막상 고양이를 데리고 오면 제일 좋아할 녀석이 아이일 거라 생각했다.


문제는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나지...


남의 집에 갈 땐 빈손으로 갈 수 없어 순간 뭘 챙겨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갑자기 연락하게 된 분의 취향도 모를뿐더러 뭘 사 갖고 가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고 혹 나 말고도 더 좋은 입양처가 있을 수도 있을 텐데 괜히 뇌물로 비치는 건 아닌가 싶어 나 홀로 심각하게 고민한 후 일단 빈손으로 집을 나섰다.


사실 모르는 분 댁에 방문하는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고 더군다나 여행지에서 만난 고양이 빼고는 한국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집 방문도 처음이라 좀 많이 떨렸다. 그리고 혹여나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내 모습으로 인해 고양이와의 만남조차 이뤄지지 못할까  오만가지 걱정과 두려움이 나와 함께 하고 있었다.


크게 보면 같은 단지 아파트라서 10분도 안되어 도착했고 1시 이후에 오라고 하셨기에 주춤거리며 있다가  1시 10분경 벨을 눌렀다.


자기 장소에 앉아 우리를 쳐다보는 고양이도 있긴 했지만 집은 고요했으며 고양이 용품만 어마어마하게 보였다. 캣타워정도는 뭐 나도 아는데 어린이대공원에 있던 다람쥐통 같은 것과 골판지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이건 캣 휠인데 우리 아이들도 두 마리만 사용하고 다른 아이들은 사용 안 해요. 그리고 여기 있는 건 스크래처예요."


남편은 알아듣는 것 같은데 사실 난 사용용도도 몰랐고 어디선가 갑자기 고양이가 나타날 것 같아서 머리털이 쭈뼛거리고 있을 때쯤 우리가 보려던 길고양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셨다.


조심조심 놀고 있던 아이...

우리도 덩달아 조심조심...


냥이를 같이 구조해 주신 분께서 아이의 상태를 이야기해 주시길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고양이를 담요로 싸아서 안아보라고 나에게 주셨다. 당연히 남편은 고양이를 만져볼 거라 생각하긴 했는데 내가 고양이를 만지거나 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기에 급 당황스러웠지만 내가 놀라면 아기고양이도 놀랄 테니 조심히 받아 들었다. 덜덜...


고양이를 처음 안아봤으니 내 자세는 엉성했을 것이고 녀석은 불편했던 건지, 내가 못 미더웠던 건지 금방 내 손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작고 귀여웠다. 고양이의 일자 눈이 무서울 거라 생각됐는데 낮임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다. 남편은 카페에 올려진 글과 사진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작을 줄은 몰랐다고 하면서 은근히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고양이가 나에게서 탈출하여 간 곳은 화장실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고양이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그분께서 짧은 기간 동안 고양이에게 화장실 교육도 잘해주셨다고 생각했다. 개만 키워봤던 터라 그때까지도 난 고양이 무식자였다.


녀석은 모래를 정리하고 나왔는데 그때 똥냄새가 훅~ 조그마한 녀석이 대변냄새가 아주 고약했다. 그런데 구조해 주신 분께서 바로 살펴보시더니 아까까지 대변 상태가 좋았는데 지금은 설사를 했다며 걱정하시는 눈치였다.  

  

나는 카페 글을 읽고 고양이가 마음에 남았기에 남편에게 이야기했고 사춘기를 겪는 아이에게도 좋을 거라 생각했다. 또한 마흔 살 되어 사춘기를 겪는 나도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기에 고양이 입양을 긍정적인 쪽으로 마음을 먹은 상태이긴 했다. 하지만 귀한 생명이기에 건강하고 소중하게 키워야 했고 내게 부족한 점이 많을 것 같아 그것이 걱정이었다. 지금처럼 고양이가 설사를 하고 아프면 난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걱정이 되었다.


이런저런 걱정하고 있는 내 마음을 아신건지 집 안 곳곳을 안내해 주셨다. 고양이들의 화장실이 있는 곳들, 먹이가 놓여있는 장소들, 신나게 놀 곳들, 그리고 편안히 쉴 곳들까지... 그곳은 고양이의 천국이었다.


신기한 고양이 세상을 둘러보던 중에 어디선가 본 듯한 고양이가 있었다. 예전에 가르치던 아이들 중에 유독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1층인 우리 집의 외부 베란다 화분에 쉬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 꼭 사진 찍어 문자로 보내달라고 하기도 했고 주변에서 고양이를 보면 사진을 찍어 종종 내게 보내주기도 했었다.


그런데 내 폰용량 부족으로 정리를 좀 했더니 그 사진들이 보이지 않아 정확히 확인할 순 없었지만 그 집에서 쉬고 있던 고양이는 내가 예전에 사진으로 봤던 고양이였다. 그래서 여쭤봤더니 학교 앞에 다니던 고양이인데 올 겨울에 힘들어해서 잠시 가정에서 키우고 계신다고 하셨다. 그 고양이와 아이의 사연을 말씀드리니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학교 앞으로 갈 거라면서 아이에게 전송해 줄 사진을 찍는 것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아무튼!!!

아기 고양이도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웠지만 그보다도 내 마음에 더 깊게 남은 건 구조해 주신 분들의 진정한 동물 사랑의 모습이었다. 내가 자라온 환경에서는 고양이보단 개를 좋아했고 가까운 지인분들 중에도 고양이를 키우신 분들이 없어서 몰랐는데 어린 고양이를 구조해 주신 두 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가 사는 동네에 이토록 고양이를 사랑하고 고양이뿐만 아니라 개들도 사랑해 주시고 구조활동에도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너무나 대단해 보였다.


그리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겉으로 말씀은 드리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속으로 참 좋은 학부모님으로 기억되는 분이 고양이를 많이 키우셨단 것이 생각났다.


'마음 따뜻한 분들이 고양이를 키우시네...'라는 결론과 함께 나도 내 마음을 좀 더 따뜻하게 덥히고 싶었다.


"남편은 진작에 결정했고 저만 결정하면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은 되지만 잘 키워볼게요."


그분들도 우리 집 위치와 가족 구성원, 알레르기 등등의 질문과 대답을 들으시고는 좋은 가정을 찾은 것 같다 하시면서 그날 저녁 7시에 이후에 고양이를 데려다 주시기로 하셨다.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 가끔 조용히 있던 고양이를 만나 놀란 적이 많았다. 하지만 뭐 내 땅도 아니고 동물들도 같은 터전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니 놀란 마음을 추스르면서 혼잣말처럼 고양이에게


'내가 갑자기 나타나 놀라게 해서 미안해~'라며 슬쩍 피해 다녔다.


뭐 종종 아파트 카페에 그런 고양이들 때문에 불편하다는 글도 보긴 했는데 그래서  그런 건지 한동안 고양이들이 안보이더니 동네 쥐들이 뛰어다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다시금 생각해 보니 고양이가 싫은 줄 알았는데 쥐는 더 싫고 끔찍하다!!!


고양이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우리 고양이가 될 녀석이 이 동네를 헤매다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사람이 있는 관리실로 들어간 건지... 그동안 10년 가까이 살았는데 새삼 동네가 다르게 느껴졌다.


'그래!! 저 녀석 쓰레기 파먹고 살게 하지 말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 일단 남편이랑 아이는 잘 돌볼 테니까 나는 천천히 다가가보자!!' 라며 단단히 마음먹고 부지런히 집을 치우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계속 설사하면 어쩌나 걱정했기에 어떻게 돌봐줘야 할지 모르니 한 편으로는 건강한 모습으로 오는 게 낫다 싶으면서도 입양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안될까 봐 또다시 걱정이 되었다.


‘치즈냥이!!  

우리 집에 못 오는 건 아니겠지??‘ㅠㅠ

이전 01화 고양이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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