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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Apr 19. 2024

미친 척 5성급

흔하디 흔한 내 이름... 개명해야 하나...

 아침부터 내리는 비를 보며 마지막 호텔로 이동하기 위해 짐을 챙겼다. 기존에 있던 호텔은 레스토랑과 함께 운영되는 곳이었는데 사실 가성비스테이크 맛집으로도 유명한 곳이기도 했고 숙박객에겐 10프로 정도 할인도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선 비싸서 못 사주는 소고기를 호주산이지만 맛나다고 하니 사춘기 녀석 자주 사주려고 간 건데 하필 그 기간 동안 장염으로 고생하는 바람에 소고기는 저 멀리~


하지만 어느 정도 아이가 나았기도 했고 기왕 숙박한 것이 아쉽기도 해서 11시경에 체크아웃하고 바로 레스토랑에 들러 스테이크를 주문하라니까 아이는 자긴 배가 고프지 않아 안 먹겠다며 주문을 하지 않았다.


결국 남편과 나는 간단한 것을 주문하고 먹고 있는데 뒤늦게 배가 고프다며 주문한다는 아이!!! 당연히 손님들이 점점 꽉꽉~ 들어차 있었으니 아이가 주문한 메뉴는 함흥차사...


아우!! 아점을 먹고 마지막 호텔인 5성급 호텔을 가서 알차게 즐겨보려고 체크인 시간 맞춰가려 했는데 결국 아이 메뉴가 점점 늦어져 우리의 체크인 시간은 늦어졌다.  


아무튼! 우리는 택시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호텔로 이동!

신기하게도 차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차단기가 내려져있고 숙박객 이름이 있는지, 짐이 실려져 있는지까지 확인하고 차를 들여보내줬다. 사실 5성급, 5 성급하니 비싸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입구부터 검사를 할 줄이야... 우리 셋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역시 5성급이라 다르구나~라며 감탄 중이었다.


짐은 벨보이(?)분들께서 옮겨주겠다며 챙겨주셨고 우리는 로비로 갔다. 발리의 전통악기로 라이브 연주가 들려오고 앉아 있으면 안내해 주시겠다고 했다. 두 남자는 여기저기 로비를 둘러보고 있었고 나는 웰컴 음료를 받아 마시고 있었다.


때마침 한국 여성 분들이 단체로 우루르 들어왔고 순간 왁자지껄해졌다. 아직은 해외에 있는 기분은 만끽하고 싶었기에 나도 모르게 자꾸 귀가 쫑긋 해져서 신경 쓰게 되는 한국어를 듣고 싶진 않아 빨리 룸으로 들어가고 싶을 때쯤 직원분께서 오셔서 뭐라 뭐라 말씀하셨고 예약내용을 확인하며 우리는 조식이 포함되지 않은 트윈베드룸으로 2박을 예약했다고 하셨다.


혹여나 놓치는 단어가 있을까 봐 "ok~ ok~ ok~" 호응하며 열심히 듣다가


"네?????!!!!!!! What???!!!"


순간 놀라 한국어가 먼저 튀어나왔다!


호텔 멤버십이고 나발이고 나는 모르고 아고다로 최저가 검색해서 날짜 임박! 취소불가!로 가격이 저렴하지만 대신 성인 3명이 한 룸에 묵을 수 있으며 기왕 묵는 것  조식다운 조식을 먹어보자며 조식 포함된 상품으로 예약했다. 혹여나 실수하면 취소불가라 돈을 날리니 눈을 부릅뜨고 확인! 확인! 확인하면서 예약했는데 조식 없단 말에 나도 모르게 깜놀~!!!


그동안 다른 루트를 통해 예약할 때는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었지만 숙박어플로 예약하면 가끔 문제가 있단 말을 들은 터라 이번에는 에어비엔비, 공식 홈페이지, 아고다를 통해 예약할 때마다 숙박업소에 메일을 보내 예약이 잘 되어 있는지 다시 확인을 했었다. 그리고 다들 정확하게 체크되어  있었고 이상이 없었다...


마지막 호텔 예약할 때는 취불 가라 내용 확인을 더 신경 써서 하긴 했지만 아이가 아프고 예산까지 초과되어 예민해진 상태이다 보니 최종 결제 때는 미친 척 예약을 했고 그동안 잘  되었으니 이번에도 예약이 잘 되었을 거라 혼자 생각하고 호텔에 재확인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던 대로 안 해서 그런가... 아 난  꼭 이러더라...ㅠㅠ




예전에 산 보라색 쪼리가 너무 마음에 드는데 닳아가는 것이 마음 아플 때쯤 아웃렛에 갔다가 똑같은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당장은 바꾸지 않아도 되지만 나중에는 똑같은 걸 다신 찾을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사두었고 일 년이 지났다. 더 이상 신을 수 없을 정도로 낡은 쪼리를 드디어 교체하고자 꺼냈는데... 뭔가 이상했다...


한쪽은 크고 한쪽은 맞고... 난 분명 230 사이즈를 구입했고 그 쪼리는 서로  떨어지지 말라고 플라스틱 끈?? 같은 것으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짝짝이 일 줄이야...


너무너무 속상했지만 황당하기도 했고 워낙에 마음에 드는 물건을 애지중지하며 사용하고 신고 있던 쪼리가 너무나 낡아 이제는 바꿔야 하지만 똑같은 것이 있으니 다행이다 하며 꺼낸 건데... 고민 고민 고민을 하다가 일 년이 지났음에도 그 아웃렛 매장에 전화했고 기적처럼 창고에 딱 하나 남아있던 그 쪼리를 다시 받을 수 있었다. (그 당시 일 년이나 지났지만 해결해 준 그 아웃렛 매장 직원분 정말 감사해요~ㅜㅜ )


그리고 남편이나 아이 것은 잘 사지만 내 것을 사는 것에는 인색해서 옷을 사더라도 백만 번 고민하는 것 같은데... 할인하는 제품이었지만 그래도 오만 원이 넘는 점퍼는 내겐 사치라 생각하고 사지 않고 매장을 나갔다가 자꾸 아른거려 다시 들어와 구입하고 너무 행복해했는데... 다음 날 주머니가 이상했다... 한쪽은 손이 쏙 들어가고 다른 쪽은 손이 반만 들어가고...


하아... 역시나 또 짝짝... ㅠㅠ

매장에 바로 연락하고 같은 사이즈 제품이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슈웅~ 하고 날아갔더니 직원분께서 주머니를 꼼꼼하게 확인하셨다며 내게 주셨음에도 양해를 구하고 재차 확인하니 어흑... 이번에는 주머니가 아예 붙어 있었다...ㅠㅠ 직원분도 손만 넣어보셨지 움직여보지 않아 주머니랑 옷이 붙어 있는 줄은 모르셨던 게다. (주머니랑 옷이 분리되어 있는 점퍼? 였다) 직원분께선 당황해하시며 그곳에 있는 옷을 모조리 확인했지만 정상인 것이 없어서 결국 추후에 새 제품 찾아 검수 잘해서 택배로 보내주셨다.




언제부턴가 나에게 종종 있는 일이라 되도록이면 항상 한  번 더! 확인해보려 하는데 역시나 막판에 또 문제가 생겼다.


호텔 직원분은 다시 확인하시더니 본인들 정보가 맞다고 하셨다. 내가 예약한 내역을 다시 확인해 보라고 하시길래 부랴부랴 아고다 홈페이지도 뒤지고 메일도 뒤졌다. 그렇지 않아도 야무지게 5성급 호텔 이용하고 싶었는데 아점이 늦어져 체크인도 늦어졌는데 확인한다고 점점 늦어지고 있었다.ㅜㅜ


난 내가 예약을 잘 못한 줄 알았다. '내가 몇 번이고  확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했나? 아~ 나이 먹더니 정신이 나갔나??'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예약내용을 찾아 확인하니 두둥~ 나는 조식포함해서 성인 3명을 예약한 것이 맞았다!!!


직원분께서 내가 받은 메일을 보내달라고 하셔서 전송해 드리고 다시 기다리니 여러모로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며 다시 오셨다. 알고 보니 아고다에 내 이름으로 예약된 것이 3건이라고... 그것도 같은 날... 역시나 옆에  단체로 온 한국인들 중에 나와 이름이 같은 한 분이 계셨다.


남편은 옆에서 “넌 왜 매번 그러냐~ 그리고 이름이 너무 흔해! 개명해야 하는 거 아냐?? “라며 깔깔깔~


'그래요... 저 그런 일이 종종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하루에 사용할 영어능력치 초과...' 빨리 룸에나 들어가게 해 주세요.'라고도 말 못 하고 '다 이해한다. 괜찮다~ '라며 좋은 사람인양 미소만 쓰윽 보여주고 있었다...


드디어 들어가게 된 룸... 꽃장식이 되어 있어 나와 이름이 똑같은 사람의 룸인 줄 알았는데 예약할 때 우리 15주년 신혼여행 기념이라고 쓴 것이 생각났다. 큭큭... 괜히 직원들에게 일을 만든 것 같아 미안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우리의 짐이라고 온 것은 나와 이름이 같은 다른 분 것이었고 우리의 짐은 방황하다가 내게 왔다. 처음 시작부터 문제 발생에 룸도 생각보단 그냥 그래서  돈 날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바다가 보이는 수영장이 있으니 서둘러 환복하고 수영장으로!!!



하지만... 수영장이 왜 이렇게 낮은 거니...ㅠㅠ 영유아들 와서 수영하는 곳인가... 아이는 5성급이 다른 호텔들보다 못하다고 돈 날렸다고 투덜투덜... 어미도 몰랐다... 대체 뭐가 좋은 거길래 비싼 건지...ㅠㅠ


그래도 오후에 나오는 간식 같은 것도 야무지게 챙겨 먹고 폭신한 이불 덮고 잠깐 휴식도 취하고 오래간만에 욕조에 몸도 담갔다. 하지만 저녁은 호텔 안 레스토랑은 비쌀 것 같아 다른 곳으로 가서 맛난 것 먹어보자고 나갔다가 발리에서 제일 비싼 한 끼를 먹게 되었다. 아이는 뭐 여전히 도미뱀만 찾으러 다녔다.

 


다음 날...

내가 그렇게 외치던 조식을 아이는 코딱지만큼 먹었고 수영도 안 한 채 계속 룸에만 처박혀 있었다. 그다음 날인 발리에서 마지막 날 조식은 먹지도 않았다!!!



물론 나는 남편이랑 자전거도 무료로 빌려서 동네를 활보하고 다녔고 간식도 챙겨 먹었으며 조식도 야무지게 과일까지 챙겨 먹었다. 그리고 오후에 나는 요가프로그램, 남편은 헬스장을 이용했다. 그런데 아이는 야밤에 굳이 한국식 치킨 타령을 해서 배달시켜 먹었다. 내일이면 한국 간다고!!!


그리고 발리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나는 새벽같이 일어나 미리 예약해 둔 아침 요가를 하러 나갔다.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함께하는 요가... 물론 발리식 영어라 더 못 알아듣기도 했지만 눈치껏 옆 사람 따라 하며 내 살을 지글지글 태웠다.



일분, 일초가 아쉽고 미련이 뚝뚝 남는 시간들...


우리 이제 한국 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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