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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명상

감정에 체한 날 나는 밭으로 간다.

by 마야 Mar 15. 2025

#단단히 체했다.


명상이 많이 필요한 날이다.
그런 날이 있다.
유독 감정들이 마구 튀어 올라 부딪치는 날.

다들 왜 이래.
다 같이 약속이라도 했나.
나는 동네북인가.


감정에 체한 날이다.
이런 날은 나를 잘 돌보고 보살펴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
외부의 자극은 어제나 그제나 그대로인데 유독 오늘 체한 거라면 그건 내 안에 그것들을 소화시키지 못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니까.

스트레칭을 했고, 짧게 명상도 했고, 아이와 산책도 다녀왔다.
웬만해서는 이 정도에 대부분 다 풀리는데 오늘은 단단히 체했나 보다. 풀리지가 않는다.
이 체기 때문에 일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 나만의 작은 명상


브런치 글 이미지 1

3월의 바람이 차가웠는데 점퍼도 입지 않고 작은 텃밭으로 나가 쭈그려 앉았다.
어머, 작약 새싹이 올라와 있네.
꼬물이 같은 모습.

브런치 글 이미지 2

우단 동자도 여기저기에서 새싹이 올라온다.

다른 집에서는 우단 동자가 너무 심하게 번져서 뽑아내느라 바쁘다는데 나의 텃밭에서는 우단 동자가 왜 그리도 자리를 못 잡는지 아쉬웠었는데 이제야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올해는 잔뜩 핀 우단 동자 볼 수 있으려나.

브런치 글 이미지 3

부추가 삐죽삐죽 다 올라왔고!

브런치 글 이미지 4

달래~달래~나의 사랑 달래도 많이 올라와 있었네.

브런치 글 이미지 5

호미를 들고 땅을 콕~ 찍어 풀을 캐냈다.

평소엔 가위로 잘라내는데 오늘은 콕 찍어 캐내고 싶었다.

체한 것들도 이렇게 콕! 찍어서 확~뜯어내 버려야지.

싹 다 캐내버려야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추워서 몇 개 못 캐냈다.

감정도 추위 앞에서는 찍소리 못한다.

밭을 휘 둘러보고 호미질도 몇 번 콕콕하고 나니 개운했다.

체한 게 다 내려간 건 아니지만 이곳이 나에게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된다는 건 명확하다.


밭일은 순간의 나에게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밭에서 일할 때, 명상의 순간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6

적당한 노동 속에 반복적인 움직임과 작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며 얻는 기쁨이 나의 존재를 느끼게 한다.

노동을 미화시키는 것으로 오늘의 체함을 해소해본다.


잘 소화 되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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