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버틸만 해졌더니 또 다른 불행이 찾아왔다

by 하짜



4학년이 되어서야 엄마와 함께 살 수 있었다.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온 엄마의 모습은 아직도 고통과 아픔이 묻어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모습을 보고 내가 어찌할 줄 몰라하자 엄마는 말하셨다.


"앞으로 엄마 말 잘 들어야 한다? 언제 또 아파서 병원에 갈지 모르니까."


금방이라도 뚝 떨어질 것 같은 눈물을 꾸욱 참고 고개를 끄덕이며 "응. 엄마!" 하고 대답했다. 근 1년 동안 엄마에게 '말 잘 듣고 착한 아들'이 되려고 무진장 노력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이 모잘랐는지 아니면 나만의 착각이었는지 내가 5학년이 되어서 엄마는 또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또 엄마 없이 사촌네 집에서 등하교를 했다. 이때도 버스 때문에 지각을 했고, 또 혼이 났지만 더 이상 울진 않았다. 더 이상 억울하지도 서럽지도 않았다. 다만 무사히 엄마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었다.


한참 엄마의 회복 문제로 머리가 가득 차 있던 그때 짧고도 강력할 불행이 나를 뒤엎었다. 나를 뒤엎은 것을 바로 '왕따'였다.


반에서 인맥과 말빨(?)로 웬만한 남자아이들은 건들지 못하는 한 마디로 인싸인 녀석이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내가 하는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틈만 나면 나에게 시비를 걸거나 깎아내렸다.


싸움으로는 나도 밀리지 않을 거 같아서 가만히 있지 않고 끊임없이 저항하고 대꾸했다.


이 녀석의 당시 생김새는 멀대였기 때문에 여기서는 '멀대'라 부르겠다. 멀대는 자기와 친한 친구 두 명을 필두로 작당모의(?)를 했다.


그리고는 그들만의 세력이 만들어졌고 나는 어딜 가나 친구들에게 혐오(?) 대상이 되었다. 뭘 하든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내 언어와 행동은 어떻게서든 잘못된 것들로 치부되었다.


한 번은 담임선생님이 과제를 내주셨는데 조별로 해야 되기 때문에 알아서 조를 짜라고 시간을 주셨다. 그런데 아이들은 나를 공기 취급했다. 나오려는 눈물을 겨우 삼키고 혼자서 생각했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을까?'


'차라리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엄마가 아프지도 않았을 것이며 이런 괴로운 일도 당하지 않았을 텐데.'


'나는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구나.'


내 주위로 조를 못 짠 아이들이 모이자 작지만 충분히 들릴 정도의 소리로 아이들이 나에 대해 수군거렸다.


"아이 씨. 점마 때문에 조별과제 망했다."


"아 우리끼리 해도 충분한데."


"조별 과제 망해기만 해 봐라. 가만 안 둘 거다 저 새끼."


나는 그날 친척집에 와서 처음으로 끔찍한 생각을 되풀이했다.


'죽고 싶다. 죽고 싶어. 내가 죽으면 나도 편하고 다른 사람들도 모든 것들이 다 나아지겠지?'



https://youtu.be/24wrQS1sMts?si=NnkTp-e9Zgx_cTZ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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