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떨고 있니

by 하짜



지옥 같았던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반 아이들은, 아니 남자 얘들은 나에게 용서와 애정을 갈구했다.


그동안 가져왔던 내 존재의 부정이 부정당했다. 그게 날 살게 했고, 웃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좋지만은 않았다.


나를 그토록 미워하고 욕하고 괴롭히던 녀석이 갖은 아부와 알랑방구를 끼는 모습이 너무 역겨웠고 혐오스러웠다.


하다못해 ‘멀대’를 팔고 욕까지 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이 ‘어쩔 수 없어서 그랬어.’라는 눈빛과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 녀석이 너무 싫었지만 아무 말 없이 모두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멀대의 오른팔을 담당하던 녀석이 나에게 와서 속삭였다.


“야! 반대로 멀대도 따돌림당해야 하는 거 아이가?”


나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상상만 했는데도 통쾌하고 시원했다.


멀대의 오른팔은 사실 나를 뒤에서 보호해 주는 쌈닭을 이용하려는 것이었다. 그의 힘을 등지고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을 짓밟고 반에서 편안히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권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문득 이문열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생각났다. 거기서 나오는 ‘엄석대’라는 인물이 ‘멀대’와 오버랩되어 보였다. 내 처지는 주인공과 비슷했고 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만큼은 닮고 싶지 않았는데 12년 살다 보니 돌고 돌아 내가 그 역할에 당첨된 것이다. (인생이란 참)


나는 제2의 엄석대가 싫었다. 게다가 더 큰 이유는 무서웠다. 누군가를 괴롭히는 사람이 괴물처럼 보였다. 나는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가 나처럼 괴로워하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멀대 오른팔의 말에 동의하지 않자 그 녀석은 막무가내로 행동했고 내 이름을 팔았다. 너무 당황스러웠으나 어찌할 수 없었다. 그 녀석의 말 한마디가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우리 이제 친구 아니가? 저 새끼가 너한테 한 짓이 화도 안 나나? 내가 도와준다니까. 정 그러면 내가 알아서 할게. 니는 옆에서 쌈닭 얘기만 해주면 된다.”


누군가가 내게 쌈닭에 대해 물어보면 그렇다고 고개만 끄덕일 뿐 부연 설명하지 않았다. 조심스레 ‘반 멀대’ 그룹이 형성이 되었고 그들은 나 때와는 다르게 살며시 은근슬쩍 멀대를 따돌리고 뒤에서 욕을 했다.


게다가 그들의 눈에는 ‘힘’, ‘서열’의 쾌락을 맛을 보고 더 욕망하는 게 보였다.


나처럼의 대놓고 괴롭힘은 아니었지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멀대는 나를 교실 밖으로 따로 불러 말했다.


“야! 니 너무한 거 아니가? 내가 그렇게 미안하다 하고 우리 집에 초대해서 게임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다이가. 니 쌈닭 믿고 애들이랑 내 왕따 시키려고 하는 거 맞제?”


나는 억울했다. 난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오른팔이 모든 걸 다 주체적으로 했는데 이런 미움은 원망은 또 내가 받아야 하는 거지?


멀대에게 오른팔 얘기는 할 수 없었고 게다가 내가 아니라고 말한다고 해서 믿을 눈치도 아니었다. 그 녀석이 자리를 떠날 때까지 그저 “그게 아니고… 그게 아니라…”만 반복해서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른팔이 제2의 엄석대가 되는 줄 알았지만... 쌈닭이 누군가에게 자기 이름이 팔리는 소식을 듣고 뒤에서 오른팔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이름 대고 깝치면 죽는다!"


그 말을 들은 다음 날부터 우리 반은 평화를 되찾았고, 내 마음속 기쁨도 되찾았다.


엄마가 집에 다시 오셨기 때문이다.


"엄마!!"



https://youtu.be/xWwe6o0cqmQ?si=W8dkfK8agVEaYG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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