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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짜 Oct 27. 2024

2화



 02화     

 

 어김없이 오늘도 근무를 서고 있다. 마침 ‘끼리끼리 콤비’가 로비에 내려 오지 않아서 온전히 글 쓰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런 기회는 좀처럼 흔치 않기에 최대한 쓸 수 있을 때 많이 써두어야 한다. 최대한······.     


 띵!      


  “그동안 잘 있었는가? 총각! 한 동안 못내려와서 서운했제?”     

 

 환자 천광명 씨다. ‘끼리끼리 콤비’가 안 내려오서 얼씨구나 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 환자는 늘 옆구리에 성경책을 끼고 만나는 사람마다 설교와 조언을 해준다. 한 번은 나에게 믿음 소망 사랑중에 사랑이 제일 좋고 중요하다며 사랑하라고 했다. 나는 이미 글 쓰는 것을 사랑했다. 이런 내 꿈을 사랑한다. 다만 문제는 ‘끼리끼리 콤비’와 할아버지가 내려와서 방해를 한다는 것이다.     

 

 “자 오늘은 우리 총각에게 무슨 좋을 말씀을 전해줄까? 으음······.”     

  “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번에도 충분히 좋은 말씀 많이 들었는걸요! 말씀 실천하기도 벅찬 요즘입니다. 하하하!”     

  “아 그래? 그거 다행이구만. 하지만 말이야 좋은 말씀과 조언은 언제든 몇 번이든 들어도 좋은 법이지. 그러니 사양말고 듣게나! 어디 보자······ 그래 이게 좋겠구만.”     

 

 환자 천광명씨는 엄지와 검지에 침을 묻히고는 펼친 성경책을 넘기고 있었다. 필요한 문구를 찾고 있는지 눈썹을 찌푸린채로 집중해서 읽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눈을 지그시 감아버리고 말았다. 살짝 두통이 오는 것 같았다.     

 

 “총각! 내 방금 좋은 구절을 찾았네. 자 들어 보그래이. 미움은 다툼을 일으켜도 사랑은 모든 허물을 가리느니라. 잠언 10장 12절 말씀 아멘. 이 뜻이 무슨 뜻이냐 하면은······.”     

 

 띵!     


  “어! 할배요! 내 한길이가 왔심니더!”     

  “그래. 우리 한길이 왔나?”     

  “내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으러 왔습니더. 할배.”     

  “아이고. 우리 한길이가 우얀일이고? 맨날 죄짓기만 하고 도망다니기만 하던 녀석이.”     

  “그게······ 이거는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한거 같아서 용서를 빌러 왔지요.”     

  “흠. 잘했다. 우리 한길이가 용서를 구하면 용서해줘야지. 그래 무슨 일이고?”     

  “얼마전에 할배한테 온 보약을 나도 모르게 먹어버렸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빈 박스 뿐이네요. 헤헤헤. 그래도 죄를 고백했으니 용서해주죠?”     

  “진한길······야이 개새끼야!”     

 

 욕이 끝나자마자 환자 진한길 씨는 휠체어 바퀴가 불이나도록 도망다녔고 환자 천광명 씨는 더 심한 욕을 퍼부으며 잡으러 다녔다. 로비 복도는 그들의 소리로 넘쳐났다. 하하하. 오늘은 글 좀 쓰겠구나 했는데, 그래 내 주제에 글은 무슨! 나는 노트북을 덮고 그들만의 경기에 참여했다.     

 

 “천광명님! 일단 진정 좀 하시고요...아 그래! 아까 저한테 읽어주셨던 구절. 미움은 다툼을 일으켜도 사랑은 허물을 가린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사랑? 용서? 그것도 사람 나름이지! 이 새끼는 사람의 탈을 쓴 짐승새끼야! 어떻게 그걸 한 번에 박스채로 먹냐고!”     

  “아이고! 할배는 거짓말쟁이! 용서해준다 캤으면서. 내 다시는 죄를 고백하나 봐라.”     

  “그래 맞다. 이 새끼야! 앞으로 고백할 일 없을끼야. 왜냐면 닌 오늘 내 손에 죽을거거든.”     

 

 나는 고개를 들어 이렇게 중얼거렸다.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띠리링! 띠리링!     

 

 내 휴대폰 벨소리였다. 사무실에 들어가 화면을 보니 모르는 전화였다. 원래라면 모르는 전화를 안 받았지만 병원에서 일하고나서부터는 병원 관계자가 전화를 건 것일 수도 있기에 받기 시작했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엔젤푸드에서 전화드렸습니다.”     

 

 며칠 전 알바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넣었는데 연락이 온 것이었다. 나는 목소리를 최대한 가다듬고 로비 복도에서 들리는 괴성(?)을 피해 최대한 예의있게 전화를 받았다. 관계자는 일손이 시급하니 내일 당장 면접을 볼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네. 그럼요. 내일 당장 면접 보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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