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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배식 알바 면접을 보러간 곳은 작은 공장들이 모여있는 동네에 있었다. 회사 입구를 열고 들어가니 면접을 보러 온 것 같은 아주머니 한 분이 의자에 앉아서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나는 남은 의자에 앉아 두리번 거리는 아주머니를 쳐다보았다. 만약 일하게 되면 같이 일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분 면접 보러 오셨죠?”
40대쯤으로 보이는 여자가 다가와 우리에게 물어보았다. 자세히 보니 얼굴이 굉장히 피곤해보였고 짜증이 살짝 섞여 있어 보였다. 나는 살짝 긴장되어 침을 꿀꺽 삼키고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여자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갔다.(같이 있던 아주머니는 아무렇지 않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여자는 본인을 담당자라고 설명하면서 우리의 이력서를 들쳐보고는 아주머니부터 면접을 보았다. 일하는 시간, 방식, 그리고 장소에 대해 설명하고는 그 자리에서 바로 일하자고 했다. 다음으로 내 이력서를 보고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집이 일하는 곳에서 살짝 거리가 있는데 괜찮냐고 물어봤다.
“괜찮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뽑아만 주십쇼!”
“오케이. 그럼 내일부터 나오세요.”
“네!...네?”
처음에는 면접에 붙어서 정신없이 좋아하다가 정신을 차리고보니 너무 금방 뽑는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이상한 곳은 아닐까? 믿어도 되는 걸까?
“너무 금방 일을 같이하자고 해서 의심이 드시겠지만, 의심 안하셔도 됩니다. 저희가 지금 시간도 없고 인원도 모자르거든요. 두 분다 빠지지 말고, 그만두지도 말고 계속 나와주셔야 됩니다. 아셨죠?”
마치 익숙한 듯 하는 멘트가 늘상 있는 상황인 게 틀림없다. 일이 힘들거나 일하는 환경이 거지 같아서 사람들이 금방 나가는 걸까? 하지만 내겐 이렇고 저렇고 따질 상황이 아니다. 아침에 일하면서 이렇게 짧게 일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내겐 선택권이 없다. 떨떠름을 떨쳐가며 회사 문을 열고 나왔다.
초등학교 정문에 들어서자 경비 아저씨가 어떻게 왔냐고 물어봤다. 나는 엔젤푸드에서 왔다고 얘기했고 경비 아저씨는 방문자 기록지를 보여주며 이름과 소속을 적으라고 했다. 내가 병원에서 하는 일이랑 비슷해서 그런지 낯설지가 않았다. 기록지를 제출하고 정문을 지나섰다. 그렇게 나는 초등학교 배식도우미가 되었다. 조금 더 자세하고 길게 얘기하면 아침에는 배식도우미, 밤에는 경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