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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짜 Oct 27. 2024

5화



 05     

 

 요양병원에 출근을 하니 큰 사건(?)이 일어난 뒤였다. 원무과 직원이 퇴근하면서 나에게 얘기해주었다. 환자가 병원을 탈출했다고.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자세하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환자가 사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뒷문이 열려있는 청소시간에 도망가버렸어요.”     

  “왜 도망간거죠?”     

  “······종교 때문에요. 사이비.”     

 

 요새 사이비가 판을 친다고 듣기는 했으나 아픈 환자들도 꾀어내어 데리고 가다니. 정말 징글징글 하다. 20대 초반에 귀여운 또래 여자에게 당했던 기억이 났다. 망할 사이비, 망할 지지배.      

 

 원무과 직원은 경찰서에서 찾으면 연락이 올거라 말하고는 병원을 나갔다. 나는 의자에 앉기 전 로비에 있는 문이라는 문은 다 단속을 하고나서 앉았다. 사실 내가 보기에도 보안이 살짝 느슨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기에 마음이 졸였다.     

 

 밤 10시, 11시가 다 되어가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사이비 녀석들이 꽁꽁 숨겨 놓은 모양이다. 나쁜 새끼들. 떳떳하지 못한 걸 보니 자기네들도 이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겠지. 물론 자기들이 가짜라는 걸 알고 있는 놈들만. 이렇게 속으로 욕을 하고 병원 정문을 잠그려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이 소리가 들리면 겁부터 난다.     


  “어이! 총각아. 내..내...담배 좀 피고 올라갈게.”     

 

 한 동안 조용했던 골초 할아버지가 다시 내려왔다. 저번에도 담배릴 시도 때도 없이 장소에 상관없이 피워서 내보내려고 했으나 보호자의 간절한 부탁으로 그러지 못했다. 대신 옥상이 열려 있는 시간만 피우기로 약속을 했었다. 그랬는데 이렇게 또 내려온 것이다.      

 

 “할아버지. 지금은 문 잠글 시간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옥상 문이 닫혀서 담배를 못 피우실텐데요.”     

  “그래. 니가 오...옥상 무...문을 잠그니까 못 펴서 내려왔지.”     

  “옥상 문은 10시가 되면 잠급니다. 원래는 더 일찍 잠그는데 할아버지 때문에 시간을 늦췄죠. 올라가시죠 할아버지.”     

  “오늘 딱 한 대만 피우고 올라갈게. 어..어? 초...초..총각아!”     

  “안됩니다.”     

  “아이 씨..씨발! 아 한 대만 피우고 간다고. 니..니...니는 애비도 없나? 이 새끼야.”     

 

 하아.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이, 계급장 떼고 붙어야 하나. 본인 담배 못 피우게 하는 거랑 애비 있는 거랑 무슨 상관일까. 아버지처럼 깍듯이 대해라 이런 말인걸까. 하지만 어떡하지? 당신 말대로 나 애비 없이 컸는데. 어렸을 때 이혼해서 얼굴도 잘 몰라 씨발.     

 

 크게 쉼 호흡을 하고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고는 얼른 자리에 앉아 병동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할아버지가 또 담배를 피운다고 내려오셔서요.”     

  “네? 아, 그럼 경비반장님이 잘 봐주시다가 올려보내주세요.”     

  “뭐, 뭐라고요? 여보세요?”     

 

 뚝-     

 

 하아아. 환자고 간호사고 쌍으로 난리네 난리야. 저렇게 봐주기 시작하면 계속 내려올텐데...자기 일 아니라 이거지. 오늘은 피곤하니까 일단 넘어간다. 다음에 또 그러면 그때는······.     

 

 “다...다..담배 다 피웠으니 이제 올라간다. 수..수고.”     

 

 수고는 개뿔. 다시는 내려오지 마세요 할아버지. 나도 성질 있어서 환자든 어르신이든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 할아버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마자 문을 잠그고 숙직실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화를 삭히고 잠에 들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구나 생각했지만 몸은 이미 침대와 하나가 되어 있었다.     

 

 잠을 잘 잤는지 아침이 개운했다. 몸이 개운하니 어제 짜증도 금방 날라갔다. 이런걸 보면 참 단순한건지 긍정적인건지 모르겠다. 정문과 로비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상쾌한 공기가 머리도 맑게 해주었다. 이 기분에 스트레칭을 빼먹을 수는 없지. 가볍게 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띵!     

 

 엘리베이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얼굴이 돌아갔다. 설마 했지만 그 설마였다.     

 

 “초..총각아 내..내..다...담배 좀 한 대 피우고 올라갈게.”     

 

 휴대폰을 들어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야. 오늘 한 잔 하자     

 

 친구에게 금방 답장이 왔다.     

 

 니 오늘 또 무슨 일 있구나? 그래 알았다.     

 

 친구는 술을 잘 못먹기 때문에 항상 만나면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셨다. 그런 친구에게 내가 술을 먹자고 하는 건 다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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