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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Oct 09. 2023

천만의 말씀, 만만에 콩떡

이게 무슨 말이죠?

아이가 물었다.


'아천만에'가 뭐예요?


뭐라고? 하고는 그게 뭐라니 하며 아이가 보고 풀고 있던 문제를 보았다. 


아, 천만에요.


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땡큐라는 말에 하는 대답 'you are welcome.' "이라고 말했다. 아이는 바로 알아들었다. 하지만 '천만에요'라는 말은 처음 봤단다. 써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랬을 것이다. 나도 중학교 영어수업시간 때 처음 you are welcome의 해석을 보다가 당황했더랬다. 천만에요 라니. 천만에요? 그게 뭐지? 우리 동네 말로 말하자면 고맙다는 상대방의 말에 '아이구, 별거 아뉴. 부담 갖지 말어유. 뭔 감사유.' 뭐 이런 말일 것이다. 


들어본 적 없는 말이 다른 나라말의 해석으로 등장을 하면 보통 당황스러운 것이 아니다. 몇 년 전 한글날, 한글을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들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이 되었는데 그들이 쓰는 교재가 걱정스러웠다. face를 얼굴이 아닌 '낯'이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오래된 교재에는 현재 우리가 쓰지 않는 낱말들이 즐비했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이 다들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아는 선생님 한분은 금은방의 유리에 쓰여 있는 [금은시계]라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단다. [금은시계][금, 은, 시계 있습니다]로 읽지 못하고 [금은 시계다]로 읽어서 생긴 오해였다. 


내가 어릴 때 길을 가다가 허름한 가계의 유리문에 적혀있는 [생사탕]이라는 글자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생사탕이 뭘까. 생크림처럼 입안에서 살살 녹는 사탕이거나 생과자처럼 빠삭빠삭하고 고소한 맛이 나는 탱탱한 눈깔사탕 같은 건가 하고 몹시 궁금했었다. 그렇다면 살살 녹든, 오독오독하든 달콤한 사탕을 파는 곳인 것 같은데 이렇게 으스스하게 낡은 곳에서 팔다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생사탕][뱀탕]을 말한다. 진실을 알고 얼마나 깜짝 놀았었던지....


'아천만에'가 뭐냐는 질문에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사탕까지 갔다가 진저리를 치고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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