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나아졌어요
하루종일 컴퓨터와 씨름을 하니 허리가 뻑적지근한 것이 관절이 모두 쑤셨다. 밖에서 뛰어다니는 것보다 더 지친 나는 저녁을 먹고 나서 남편에게 산책을 하자고 했다. 좀 걷고 싶다고.
대부분은 혼자 다녀오라고 하는 남편이 같이 가겠다고 나서며 어느 쪽 길로 갈 거냐고 물었다. 그렇게 묻는다는 것은 가고 싶은 곳이 있다는 이야기다. 당신이 가고 싶은 길로 가자고 했더니 마트 쪽 길을 선택한다. 과자 사줄까? 했더니 기쁘게 마트가방을 집어 든다. 이제 좀 기분이 풀렸나 보다.
다정하게 길을 걸으며 내가 말했다.
나는 고무장갑이 필요해. 혹시 내가 잊고 안사면 말해줘.
남편이 대답했다.
이모장갑은 안 필요해?
뻘하게 웃고 말았다.
이까짓 것 가지고 웃다니, 자존심 상해!
실컷 웃고 나서 자존심 상해하는 나를 보고 남편이 웃었다.
둘, 과자를 사러 가는, 50대 부부, 짱구, 꿀꽈배기, 기타 등등이 가득 든, 빨간 가방을 멘
우리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