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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Dec 08. 2023

겨울아침 뭇국

뜨끈뜨끈

아침에 뭇국을 끓이기로 했다.

겨울무는 달고 시원한 맛이 있어서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끓여 먹어도 맛있다. 

착착착 무채를 썰어 참기름에 달달달 볶다가 물을 넣고 끓인다. 그렇게 담백하게 끓이려다가 혀에 구멍이 난 나에게 좀 더 영양가 있는 걸 먹여야겠다 싶어서 소고기를 조금 넣었다. 바글바글 끓고 있을 때 마늘과 소금, 약간의 국간장으로 간을 하면 딱 좋다. 들깻가루 한 숟갈 넣으면 더 맛있다.


뭇국을 좋아하는 남편이 맛있게 먹으며 말했다.


담에 애들 오면 그거 끓여 줘. 아마 먹고 싶어 할 거야. 무를 막 삐져서 끓이는 뭇국. 


그건 옛날 엄마들이 국 끓일 때 바쁘니까 도마를 꺼내지도 않고 그냥 무 들고 국 냄비에 칼로 쭉쭉 삐져 넣어서 만든 국이잖아. 그걸 왜 애들이 먹고 싶어 해? 먹어 보지도 않은 국을. 당신이 먹고 싶겠지. 그냥 예쁘게 썰어서 넣은 뭇국은 싫어?



남편은 괜히 말 꺼냈다 본전도 못 찾은 얼굴이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자주 먹던 뭇국이 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걸 그냥 -알겠어-라고 하지 않고 또 따져 물은 건 서운해서다. 내가 국을 먹기 전에 '피곤해서 그런지 혀에 또 구멍이 났어.'라고 말했는데도 그건 묵살하고 자기가 먹고 싶은-내가 끓여 준 국이 아닌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냥 넘어가도 되는데 딴지를 건 것이 좀 미안했다.


그런데 자기는 고기 안 넣은 게 더 좋지? 그래도 내가 몸에 좋으라고 고기 넣은 거니까 맛있게 드셔. 담에는 쭉쭉 빼져서 무를 넣고 고기도 안 넣은 국으로 끓여줄게.


화해를 시도하는 나에게 벌써 밥을 다 먹은 남편이 말했다.


고기 넣어서 이에 끼고 별로야.




들아가! 


남편은 투덜투덜 대며 "에잇, 그냥 '응'이라고 말할걸." 후회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참 안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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