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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May 27. 2023

엄마의 노래

그립습니다

엄마는 노래를 잘했다. 별이 쏟아지는 여름밤이면 들마루에 누워 아빠의 하모니카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잠이 오지 않아 찡얼대는 우리에게 자장가를 불러 주었다. 엄마는 노래 부르는 것을 참 좋아했다. 동네에서 엄마가 노래를 제일 잘했다.


내가 6학년이 되었을 때 엄마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셨다. 큰 딸을 박사까지 공부시키려면 현금이 필요하다며 집안일만 하시던 분이 공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어느 날 출근하는 엄마의 복장이 수상했다. 새로 한 꼬불꼬불 머리에 못 보던 원피스까지 곱게 차려입었다. 무슨 날이냐고 물어도 별말씀 없이 비장한 얼굴로 출근하시드만 며칠 뒤에 사진을 한 장 들고 오셨다. 엄마가 노래자랑에 나가서 노래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공장에서 노래자랑이 열린 모양이었다. 엄마는 야심 찬 복장과 노래를 준비해서 나갔는데 상을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 엄마가 즐거워했는지 서운해했는지는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건


사진 속 뽀글 머리 엄마가 한 손에는 마이크를 한 손에는 찬송가 책을 들고 있었다는 거다. 어린 내가 생각해도 절대 상을 못 받을 것 같은, 한껏 흥에 올라 후끈 달아오른 사람들에게 찬물 끼은 분위기를 만들었을 것이 분명했을 것 같은, 너무 진지하게 노래하는 사람을 어떻게 할 수 없어 난감했을 것 같은 뭐 그런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가는 사진.


텃밭에서 풀을 뽑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갑자기 엄마의 노래 부르던 사진이 떠올라 혼자 웃다가 쪼금 울었다. 다시 듣고 싶다 엄마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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