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엄마는 노래를 잘했다. 별이 쏟아지는 여름밤이면 들마루에 누워 아빠의 하모니카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잠이 오지 않아 찡얼대는 우리에게 자장가를 불러 주었다. 엄마는 노래 부르는 것을 참 좋아했다. 동네에서 엄마가 노래를 제일 잘했다.
내가 6학년이 되었을 때 엄마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셨다. 큰 딸을 박사까지 공부시키려면 현금이 필요하다며 집안일만 하시던 분이 공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어느 날 출근하는 엄마의 복장이 수상했다. 새로 한 꼬불꼬불 머리에 못 보던 원피스까지 곱게 차려입었다. 무슨 날이냐고 물어도 별말씀 없이 비장한 얼굴로 출근하시드만 며칠 뒤에 사진을 한 장 들고 오셨다. 엄마가 노래자랑에 나가서 노래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공장에서 노래자랑이 열린 모양이었다. 엄마는 야심 찬 복장과 노래를 준비해서 나갔는데 상을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 엄마가 즐거워했는지 서운해했는지는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건
사진 속 뽀글 머리 엄마가 한 손에는 마이크를 한 손에는 찬송가 책을 들고 있었다는 거다. 어린 내가 생각해도 절대 상을 못 받을 것 같은, 한껏 흥에 올라 후끈 달아오른 사람들에게 찬물 끼은 분위기를 만들었을 것이 분명했을 것 같은, 너무 진지하게 노래하는 사람을 어떻게 할 수 없어 난감했을 것 같은 뭐 그런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가는 사진.
텃밭에서 풀을 뽑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갑자기 엄마의 노래 부르던 사진이 떠올라 혼자 웃다가 쪼금 울었다. 다시 듣고 싶다 엄마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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