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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혼삶여행자 Jan 15. 2022

일본 4대 라멘의 왕, 돈코츠라멘

지극히 개인적인 후쿠오카 돈코츠라멘 이야기

일본의 4대 라멘

일본에는 지역별로 수많은 라멘 종류가 있다. 그중 소유라멘, 시오라멘, 미소라멘, 돈코츠라멘을 4대 라멘으로 손꼽는데 모두가 간장, 소금, 된장 등 베이스로 사용한 조미료 기준으로 분류한 것에 비해 돈코츠는 돼지뼈가 중심이다. 후쿠오카현 구루메시에서 시작한 돈코츠라멘은(1953년에 구루메시에서 오픈한 타이호 라멘 전문점이 원조라고 불린다) 이후 후쿠오카, 구마모토, 가고시마 규슈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후쿠오카와 규슈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내가 아마 후쿠오카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맛있는 돈코츠라멘을 실컷 맛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일본의 4대 라멘 중 돈코츠 라멘을 최고로 꼽는다.(지극히 개인적인 의견) 하지만 2001년 일본 방문에서 맛본 인생 첫 라멘은 소유라멘이었다.(오사카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당시 지금처럼 인터넷상으로 정보공유가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일본 라멘은 우리나라의 인스턴트 라면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진한 육수와 생면 위에 고기, 계란 고명이 올라간 일본 라멘은 말 그대로 충격적인 맛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라멘은 소유라멘이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나 라멘에 대한 나의 주관적인 생각을 바꾼 사건이 발생하는데 홍대(정확히는 상수역 근처)에 위치한 '하카다분코'에서 돈코츠라멘을 맛보고 나는 다시 충격에 빠졌다. 이 라멘을 넘어설 라멘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확신한 것이다. 그리고 돈코츠라멘의 본고장 후쿠오카에 가면 돈코츠라멘 투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실제로 5년간 후쿠오카를 방문하면서 하루는 날을 잡고 삼시세끼 모두 돈코츠라멘만 먹는 투어를 한적도 있다. 내가 방문했던 돈코츠라멘 가게를 몇 군데 소개한다.


잇푸도(一風堂)라멘

유명한 라면 체인이자 내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돈코츠라멘 가게다. 후쿠오카에는 하카다역점, 텐진 다이묘 본점, 잇푸도 타오점 이렇게 3개 지점이 있(었)는데 세 군대를 다 방문한 결과 난 전체적인 분위기나 맛이 묘하게 잇푸도 타오점이 최고였다. 일본 전통북 공연팀인 타오와 콜라보한 매장인데 공연 영상과 음악이 흘러나오는 분위기가 매력있고 대부분의 관광객이 하카타역점이나 텐진 다이묘 본점으로 가기 때문에 가게 안은 현지인이 중심이라는 점도 좋았다.(하지만 아쉽게도 22년 1월 검색해보니 타오점은 문을 닫은 것 같다)

돈코츠라멘이 대부분 짠 편인데 이곳은 적당하면서도 깊이 있는 맛이 느껴져서 후쿠오카를 갈 때마다 반드시 방문하는 돈코츠라멘집이다. 귀국할 때 면세점에서도 집에서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잇푸도라멘을 판매한다 개당 500엔 정도 해서 비싼 편이긴 하나 몇 개 사서 그 맛이 그리울 때 먹으면 딱이다.

잇푸도라멘 하카타역점과 타오점
잇푸도라멘 타오점
: 일본 〒810-0001 Fukuoka, Chuo Ward, Tenjin, 1 Chome−13−1(21년 1월 기준 운영X)


이치란(一蘭)라멘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그리고 일본 내에서도 가장 많은 지점을 거느리고 있는 돈코츠라멘 전문점이다. 이곳의 특징은 독서실처럼 자리마다 칸막이가 있어 1인 식사 시에도 부담이 없고 칸막이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라멘을 넘겨받는(?) 재미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장 많은 지점을 거느린 만큼 어디를 가도 비슷한 맛의 돈코츠라멘을 맛볼 수 있는데 점점 가격이 오르고 맛도 뭔가 개성이 없어지는 듯하여 최근 일본을 갔을 때는 방문하지 않고 있다.

이치란라멘


최악의 돈코츠라멘

16년도에 방문한 후쿠오카는 나에게 끔찍한 기억을 두 가지 안겨주었다. 하나는 다수의 해외여행에서 처음으로 여권을 잃어버렸고(이 에피소드는 다른 글에서 소개하겠다) 그리고 하나는 최악의 돈코츠라멘을 맛본 것이다. 일본은 맛집을 찾는 것보다 맛없는 집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난 이때 그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다. 여권을 잃어버리고 지쳐있는 상태에서 날씨마저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숙소로 돌아가는 저녁 배가 고파 그냥 눈에 보이는 라멘집에 들어갔다. 들어갈 때부터 손님도 거의 없고 아르바이트생만 있었지만(주인 없는 가게는 뭔가 불안하다) 별일 있을까 하는 마음에 무난하게 돈코츠라멘을 주문했다. 배가 고파서 급하게 한 젓가락을 했지만 돼지고기 특유의 비린맛을 느꼈고 일본에서 처음으로 음식을 절반도 못 먹고 남긴 경험을 했다. 그때 깨달았다. 일본도 맛없는 가게가 있긴 하다는 것을...

정확한 주소를 몰라 당시 찍은 가게과 라멘사진을 올린다.


의외로 맛있었던 돈코츠라멘 맛집(구마모토 역)

15년도에는 나가사키-구마모토-아소산-후쿠오카 루트로 여행을 했었다. 나가사키 여행을 마치고 구마모토에 들려 구마모토성을 구경하고 돈코츠라멘 맛집이 있다 하여 식사 후 기차를 타려고 했으나 기차 시간이 라멘집을 들리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쉽지만 일단 구마모토 역으로 향했고 식사는 해야 하니 구마모토 역사 내에 있는 라멘집을 가서 돈코츠라멘을 주문했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였는지 아니면 기대를 크게 안 해서였는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음식을 먹으며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은 몇 차례 안되는데 희한하게도 이때가 그중 한 번이다. 오픈형 주방이어서 라멘집 사장님께 너무 맛있다고 인사를 드리니 행복하게 미소 지어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말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맛있었던 구마모토역사에 있던 라멘집


그리운 후쿠오카의 돈코츠라멘, 쓰고 보니 돈코츠라멘이 먹고 싶어 졌다. 아쉽지만 한동안 가보지 않았던 상수역 '하카다분코'라도 오랜만에 가봐야겠다.


※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으로 그외 사진은 출처를 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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