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후쿠오카 식당 이야기
이 글은 후쿠오카의 맛집을 소개하는 글이 아니다. 여러 번 후쿠오카를 방문하면서 내가 가보았던 그저 평범한 식당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식사는 우리 삶에 있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대부분 하루에 세 번의 식사를 하며, '식사는 하셨어요?'라는 인사가 일상적이고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언제 밥 한번 먹자'라고 할 정도로 우리 삶 가운데에 있다. 그런 식사는 여행에서는 더욱 중요해진다. 일단 먹어야 여행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여행한 곳을 추억하는 다양한 방법들 중에서 현지의 음식을 먹어보는 경험 또한 그곳(또는 장소)을 기억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진리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한다(안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하지만 너무나 인기가 많아서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겨우 맛볼 수 있는 그런 식당들은 찾아가지 않는다. 기다리는 것도 지치지만 어렵게 차례가 와도 급하게 먹고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것들이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전체적인 경험에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후쿠오카에서는 맛집을 검색하고 그런 곳을 찾아가 보는 것보다 그저 내가 먹고 싶은 음식, 지나가다 들어가 보고 싶은 식당 중심으로 식사를 했고 그렇게 찾아가 본 몇 군데를 소개한다.(후쿠오카의 대표 음식 돈코츠라멘은 앞에서 소개했다 : 일본 4대 라멘의 왕, 돈코츠라멘)
1. 카로노 우동(かろのうろん)
이 우동집은 내가 애정 하는 숙소인 도미인 호텔(여행의 절반은 숙소다) 프리미엄 하카타 커낼 시티 마에점과 기온점 중간에 위치하는데(가까이에는 '구시다 신사'가 위치) 1884년 우리우 이소(瓜生イソ) 씨가 창업한 이래 4대를 이어온 오랜 역사를 가진 우동집이다. 2014년 3대 주인이 세상을 떠난 후 우리우 요시마사(瓜生吉政)씨가 가업을 이어받았다고 한다.
요시마사씨 부부와 그의 형 부부가 가게를 운영하는데 형이 면을 뽑고 동생이 육수를 내면 형제의 아내들이 서빙을 하는 등 한 그릇의 우동을 만들어 손님상에 내오는 모든 과정이 우리우 가족의 손을 거치는 셈이다. 손님이 아무리 많아도 종업원을 구하지 않는 것이 주인장의 철칙이라고 하는데 재미있는 스토리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하카타 사투리로 표기한 ‘카로노우롱’이라는 식당 이름인데 창업 초기에 간판이 없어 ‘모퉁이 우동집’ 으로 불리던 것을 정식 상호명으로 채택해 지금의 식당 이름이 되었다.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서 식당 내부사진과 우동사진 없는데 그래서 그런지 오롯이 식당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아주 작은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어 합석은 기본이다. 카로노 우동에서 제일 유명한 고보텡(우엉튀김) 우동이 유명하다 하는데 난 늘 유부우동을 즐긴다. 우동맛은 엄청 맛있다! 라기보다 먹을만한 우동이구나라는 편안한 느낌이다.
2-1 Kamikawabatamachi, Hakata Ward, Fukuoka, 812-0026 일본
2. 요시즈카 우나기야(博多名代 吉塚うなぎ屋)
1873년에 오픈하여 140여 년 역사의 장어 요리 전문점이다. 장어 산지로 유명한 시즈오카, 미야자키, 가고시마산 장어 중에서도 특상품만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 메뉴는 우나기동 (うなぎ丼), 우나주(うな重), 가바야키(蒲焼) 세 가지이며 양에 따라 S, M, L로 나뉜다
난 늘 장어덮밥 특을 주문해서 먹는데 전체적으로 정갈하고 맛있는 편이지만 한 끼 식사로 지불하기에는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우나기동 L 3,100엔) 그래도 후쿠오카니까!
2 Chome-8-27 Nakasu, Hakata Ward, Fukuoka, 810-0801 일본
3. 고항야 쇼보안(めんたい料理 博多 椒房庵)
후쿠오카에 가서 맛있는 걸 먹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를 때 하카타역 아뮤플라자 9~10층으로 가면 된다. 이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맛있는 식당들이 위치하고 있어 실패할 확률 없이 식사하기 괜찮은 곳이다. 난 이곳에 위치한 고항야 쇼보안을 좋아하는데 이 식당의 특징은 밥(쌀)이 메인인 식당이다. 요리가 아니라 밥이 메인이라는 게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쌀 품종도 다양하고 어느 지역에서 생산하고 어떻게 밥을 지었는지가 밥의 맛을 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 식당 덕분에 알게 되었다.(그런데 이는 대부분의 식자재에도 적용되는 내용 같다)
식당에 들어가면 밥을 짓는 거대한 솥이 몇 개가 보인다. 가격대는 저렴하지 않은 편으로 1500~2000천엔 정도 하는 런치타임 세트메뉴를 추천한다.(난 첫 방문했을 때 저녁에 가서 밥 따로 반찬 따로 주문하니 가격이 꽤 나왔다) 밥은 무료 리필이 가능하고 정갈한 일본 가정식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밥(쌀)도 다른 식당에 비해 더 맛있긴 한 것 같다.(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음식 사진이 없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아뮤플라자 꼭대기에 무료 전망대가 있어 후쿠오카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뷰는 아니지만 한 번쯤은 들려볼 만하다.
일본 〒812-0012 Fukuoka, Hakata Ward, Hakataekichuogai, 1−1, JR HAKATA CITY, 9F
4. 오므야(おむや)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오므라이스가 종종 나온다. 너무나 맛있어 보여서 일본에 가면 제대로 된 일본식 오므라이스를 먹어봐야지 생각하고 있다가 지나가는 길에 눈에 띄어 들어가게 된 가게다.
하지만 생각보다 맛은 없었다.(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친절하지도 않았다.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건 톰과 제리가 연상되는 벽에 귀여운 그림이었다. 한 가지를 추가하자면 텐진지역에 있어서 주변에 쇼핑과 연계하기 편한 것 정도.
2 Chome-4-20 Tenjin, Chuo Ward, Fukuoka, 810-0001 일본
5. 원조 모츠나베 라쿠텐치 텐진본점(元祖 もつ鍋 楽天地 天神 本店)
후쿠오카의 모츠나베(곱창전골)는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된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을 것이 부족해서 남겨진 소의 부속물인 내장을 끓여 먹었던 것이 지금의 모츠나베가 되었다. 어찌 보면 한국인의 슬픈 역사가 음식 안에 배어있는 것이다. 평소 고독한 미식가를 즐겨보는데 모츠나베도 왠지 깔끔한 곳이 아닌 노포 같은 느낌의 식당에서 먹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인데 처음 입장하고 오래된 느낌보다 지저분한 느낌이 강해서 놀라긴 했지만 음식이 맛있으면 되니까 이 분위기도 즐겨보자 라는 마음으로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그리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 내 눈에 그것을 보기 전까지는...
식사를 거의 마무리하고 있는데 내 눈에 믿기 힘든 그것이 저기 벽을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식사를 바로 종료하고 돈을 내고 나왔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은 않은 식당의 위생상태였다.
1 Chome-10-14 Tenjin, Chuo Ward, Fukuoka, 810-0001 일본
일본을 가면서 기억에 남았던 식당들을 정리해 보았다. 이중에는 실패한 식당도 있지만 그조차도 여행의 묘미이지 않을까?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식당을 찾아보고 단골로 만들어 가는 즐거움을 여행에서도 누려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