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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혼삶여행자 Dec 20. 2021

협동조합의 도시 원주 그리고 우리집을 못찾겠네요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남긴 유산(원주 2편)

모이면 커진다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원주 협동조합지하 상가사거리(강원도 원주시 원일로 136-5)를 찾아가면 어느 도시에서나 있을 법한 지하상가 출입구가 보인다.  하지만 겉보기와 다르게 이곳은 꽤 흥미로운 장소이다. 지하로 내려가면 여러 공간이 펼쳐진다. 신기하게도 이곳에 조성된 모든 공간은 협동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협동조합 지하상가를 방문하기 전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협동조합이란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농민이나 중·소 상공업자, 일반 소비자들이 상부상조(相扶相助)의 정신으로 서로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물자 등의 구매·생산·판매·소비 등의 일부 또는 전부를 협동으로 영위하는 조직단체라고 성명할 수 있다. 협동조합 운동은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1844년에 발족한 롯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Rochidale Society of Equitable Pioneers)이 근대 협동조합 운동의 효시이다. 자본주의가 시작되고 발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빈부의 격차·실업·저임금 등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         

협동조합의 구조


  특히 원주에는 협동조합 단체를 지원하고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목적으로 사회적협동조합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라는 조직이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 사무실이 있는데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의 창립 배경과 역사를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대안 사회를 위한 새로운 기획’이란 주제로 원주지역 8개 협동조합 단체가 모여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를 2003년 6월에 결성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는 창립 이전인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실업, 빈곤, 양극화, 복지 부족 등 한국 사회에 새롭게 발생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들이 급부상하게 되었고 이러한 거대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거시 담론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지역’을 중심으로 한 민간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노력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 주요한 방식은 ‘협동’이라는 방법이고 ‘협동조합’ 형태로 발현되었다. 이는 1960~80년대 무위당 장일순과 지학순 주교의 사후 운동으로서 그 의미가 있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시행, 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사회적 경제조직이 지역에서 뿌리내림에 따라 2009년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로 명칭을 변경했으며, 2012년 12월 1일부터 시행된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2013년 3월 29일 창립총회를 거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거듭났다.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홈페이지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는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공동체 운동기관, 농민생산자 단체, 마을공동체 등 원주지역 42개(21년 12월 기준) 사회적 경제 조직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는데 ‘상부상조의 협동 정신과 생명존중 사상을 바탕으로 협동조합 운동 등 협동사회경제운동을 활성화하며, 상호 긴밀한 연대를 통해 협동과 자치·자립의 지역사회 건설,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생명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에서 발행하는 자료들


  이곳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사업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협동조합이라는 것 자체를 하나의 산업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알리는 것이다. 20세기 초 공장을 견학하는 것에서 비롯된 산업관광은 최근 산업유산의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제조업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산업유산의 역사적 가치는 지역의 경제, 사회, 문화적 환경에 따라 다시 정의되는 과정을 거치며 장소의 역사성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기능을 부여받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원주는 1960년대부터 협동조합 운동을 시작하였고 현재까지 활발하게 협동조합 운동이 확산되어 오고 있는 도시의 특성을, 활용 가능한 문화유산으로 정의하기에 충분하다. 전국에서 원주의 협동조합 역사와 현재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외부인이나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협동조합 관련 교육, 협동조합 설립에 관한 상담 및 지원, 원주시 관광자원을 연계한 협동조합 산업관광 홍보 등 ‘협동조합 운동의 메카’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협동조합지원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많은 지자체와 사회적경제조직이 원주를 방문하여 원주지역의 협동조합 역사와 함께 협동조합을 체험하고 배웠다. 이는 원주라는 지역에서 오랜 시간을 거쳐 뿌리내린 협동 정신의 산물이다.     

비대면 탐방 프로그램 '카카오 챗봇과 함께 떠나는, 원주 사회적경제 여행'(출처 :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홈페이지)


에필로그 연결의 힘으로 이어진 무위당의 철학

  원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문화 예술인의 단골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우리집을 못찾겠네요’(강원도 원주시 일산로 25)라는 식당을 찾았다. 이름부터가 독특한 이곳을 들어서면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사진과 글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다. 원주는 이런 식당조차도 장일순 선생의 영향을 받고 있구나 속으로 생각을 하며 이 집에서 가장 맛있다는 만둣국을 시켰다. 나이가 지긋하신 노부부께서 운영하고 계시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서 어르신께 혹시 장일순 선생님과 어떤 인연이 있냐고 여쭤보았더니 자신이 원주대성고등학교 출신이고 장일순 선생의 제자라며 매우 자랑스러워하셨다. 자연스레 원주지역의 이야기가 오고 갔고 장일순 선생의 가르침이 원주지역에 깊이 뿌리를 내렸고 그런 것들이 영향을 미쳐 자신의 아들도 사회적경제와 관련하여 국가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뿌듯해하셨다. 알고 보니 그분의 아드님이 청와대 초대 사회적경제비서관 최혁진 비서관이었다.               

원주 사회적경제의 사랑방 ‘우리집을 못찾겠네요’


  지역의 작은 식당에서조차 원주지역에 깊게 뿌리내린 사회적경제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고 60년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남긴 가르침이 널리 퍼져 원주가 대표적인 협도조합의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 것에는 지역 안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 모인 연결의 힘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50년 넘게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경제의 꽃을 피운 작지만 뜨거웠던 도시 원주. 앞으로 한국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더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원주 답사 코스


<방문 장소>


<여행 팁>

  원주 코스는 모두 도보이동이 가능하다. 무위당기념관을 방문하고 우리집을 못찾겠네요에서 식사를 추천한다. 그리고 원주지하상가사거리를 돌아보고(사전에 신청하면 협동조합투어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원주 상권의 중심에 자리한 원주중앙시장 미로예술시장을 둘러보면 좋다. 이름에서 연상되듯 미로 같은 골목이 특징이며 작고 아기자기한 맛집과 가게들이 방문객을 반긴다.(최근 레트로 열풍과 더불어 원주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 본 답사기는 현장 답사를 기본으로 관련 도서와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으며 참고자료는 출처 표기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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